영화 제목을 보면 어떤 영화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제목만으로 어떤 영화일지 짐작이 쉽지 않은 영화들이 있다. 물론 영화를 알고 나면 나름 창작자가 그 제목을 지은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이번 포스팅은 영화 제목만 보고는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운 영화와 사뭇 동떨어져 보이는 제목들의 사례를 모았다. 


양자물리학 
이 영화는 양자물리학을 나쁜 놈 잡는 법칙이라고 정의한다. 네이버 어학사전은 양자물리학을 양자 역학을 기초로 하는 물리학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어쩌다 물리학 용어가 범죄영화 제목이 됐을까. 이성태 감독은 양자물리학이란 단어가 가진 철학적 해석을 제목으로 따온 것이라 밝혔다. 양자물리학은 예측되지 않는 성질,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의미로 철학 쪽에서 인용된다. 극중 양자물리학은 연예인 마약 사건 연루된 대한민국 권력자들과 맞서는 주인공 찬우(박해수)의 인생 모토다. 생각에 따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찬우의 긍정적 성격을 표현한 제목이었던 것.   

양자물리학

감독 이성태

출연 박해수, 서예지, 김상호, 김응수, 변희봉, 김영재, 이창훈

개봉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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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신작 제목이 <기생충>이라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기생충 벌레가 등장하는 재난 영화 혹은 크리처 류의 영화를 상상했다. 그러나 기생충은 한 마리도 안 나오는 영화였다. 봉준호 감독은 부잣집에 기생하는 기택네 가족을 뜻하기도 하지만 상생, 공생에서 글자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말의 뉘앙스가 곤두박질친다그 곤두박질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표현한 제목이라고 밝혔다.

기생충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개봉 20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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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란다스의 개
봉준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도 제목만으로 영화를 유추하기 어렵다. 제목을 들었을 때 처음 떠오르는 것은 아마 동화 <플란다스의 개>의 주인공인 소년 네로와 개 파트라슈일 것이다. 동명의 봉준호 영화는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다. 개가 등장한다는 것, 아기자기한 만화적인 연출이 돋보인다는 점이 비슷하긴 하다. 그러나 이야기는 전혀 동화 같지 않다. 소시민들의 비루한 일상을 무척 현실적으로 담고 있다. 

플란다스의 개

감독 봉준호

출연 이성재, 배두나

개봉 200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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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특이한 영화 제목을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영화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다니. B급 고어 영화스러운 제목인데 포스터엔 벚꽃이 흩날린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10대 학원 로맨스 영화다. 극중 췌장에 병이 있는 시한부 주인공 소녀가 옛날 사람들이 자신이 아픈 부위와 똑같은 동물의 부위를 먹는다는 이야기를 남자 주인공에게 해주며 건넨 말이다.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는 독자들의 눈에 띌 강렬할 제목을 쓰고 싶어서 이 제목을 짓게 됐다고 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감독 우시지마 신이치로

출연 타카스기 마히로, 린

개봉 2018.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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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 사라졌다
직장인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던 그 제목. 직장인의 애환을 판타지로 승화한 영화의 제목으로 적당할 것 같은 <월요일이 사라졌다>의 장르는 액션, 범죄, 모험이다. 영화에서 말하는 월요일은 일곱 쌍둥이 중 한 명인 먼데이를 뜻한다. 1가구 1자녀 산아제한법이 있는 사회에서 일곱 쌍둥이를 몰래 키운다는 설정에서 먼데이가 연락도 없이 사라지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번역 제목으로 흥행에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월요일이 사라졌다

감독 토미 위르콜라

출연 누미 라파스, 윌렘 대포, 글렌 클로즈

개봉 201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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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즐링 주식회사
웨슨 앤더슨의 작품 <다즐링 주식회사>도 제목만 들으면 홍차 회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배경지식이 있다면 영화와 동떨어진 제목이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즐링 홍차는 인도 다즐링 지방에서 생산되는 홍차다. 영화는 뿔뿔이 흩어졌던 삼 형제가 갑작스러운 아버지 사망 소식을 인도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하기 위해 함께 모여 여정을 떠나는 내용이다. 여기서 다즐링 주식회사는 인도 철도청 IRCTC의 열차명이라고 한다. 

다즐링 주식회사

감독 웨스 앤더슨

출연 오웬 윌슨, 애드리언 브로디, 제이슨 슈왈츠먼, 아마라 카렌, 월레스 우로다스키

개봉 200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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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멘타인
제목 <클레멘타인>보다 포스터 속 카피 아빠! 일어나!!가 더 유명해져버린 희대의 문제작 <클레멘타인>. 클레멘타인은 미국의 민요로 국내에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이라고 번안돼 유명한 곡이다. 그러나 곡의 분위기와 영화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물론 아빠와 딸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노래와 소재가 같긴하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많은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기엔 아쉬운 제목이다.

클레멘타인

감독 김두영

출연 이동준, 김혜리, 스티븐 시걸, 은서우

개봉 2004.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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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