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감독 김승우
출연 이영애, 유재명, 박해준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악의 순간들 
★★☆
이 영화가 진정 빛을 발하는 순간은 일상의 악을 그릴 때다. 비뚤어진 작은 의도들이 모여 비극적인 순간들이 탄생하는 것에 대한, 비정하리만치 날카로운 포착이 있다. 개인 가정의 실종 아동들뿐 아니라 한국 사회가 잃어버린 아이들을 기억해달라는 이야기로도 읽히기도 한다. 다만 폭력의 구현은 보다 신중한 방식을 썼다면 좋았을 것이다. 지금도 몇몇 설정은 이미 신중하지만, 전체적으로 폭주해버리는 듯한 대목도 있다. 현실이 더 가혹할 순 있으나, 고통을 위한 고통의 전시는 의미를 바래게 할 뿐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끝까지 간다 
★★★
브레이크 밟지 않고 끝까지 간다. 모성이란 이름으로 허용될 수 있는 일말의 훈훈한 미담마저 바짝 탈색한 영화이기에 관람에 적잖은 고통이 수반된다. 직접 보여주지 않아서 최악을 상상하게 하는 장면들이 누군가에겐 분명 불쾌할 테지만, 그래서 또 현실을 바라보게 하는 지점으로도 기능한다. 이영애가 쌓아 온 이미지가 고통의 서사를 중화시키는 요소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모성에 대한 영화인 건 맞는데 모성이 다가 아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걸 허투루 다루지 않는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이영애만으로는 버거운 
★★☆
어린이 유괴, 실종을 다룬 스릴러.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나선 엄마의 이야기가 새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배우 이영애가 독보적으로 만들어내는 캐릭터의 감정과 행동이 기대치로 작용하고 흡인력을 얻는다. 엄마, 여성의 분투를 지극히 현실적으로 묘사한 부분도 인정할 만하다. 실종자들을 잊지 말고 포기하지 말아 달라는 영화의 메시지 또한 확연하다. 다만 악을 표현하고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방법이 폭력과 학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충격 요법이어야만 했는지, 윤리적 태도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나를 찾아줘

감독 김승우

출연 이영애, 유재명, 박해준, 이원근

개봉 2019.11.27.

상세보기

크롤
감독 알렉산드르 아야
출연 카야 스코델라리오, 배리 페퍼

송경원 <씨네21> 기자
잘 조련된 악어 쇼. 불쾌하지 않을 만큼만 깨문다
★★★
갇힌 공간에서 식인악어를 피해 도망친다. 하이콘셉트에 충실한 재난, 괴수물. 한정된 공간, 짧은 러닝타임 등 주어진 조건들을 활용하되 욕심 부리지 않는다. 불시에 습격당할지도 모른다는 서스펜스를 중심으로 설계된 영화. 무대마다 호러, 스릴러, 재난영화 등 여러 장르적인 개성을 부여해 단조로움을 피했다. 딱히 도드라지거나 모자란 구석은 없지만 전반적인 수위가 다소 낮다. 때문에 ‘안전이 보장된 공포’가 학습된 끝에 후반으로 갈수록 느슨해지는 게 함정.

크롤

감독 알렉산드르 아야

출연 카야 스코델라리오, 배리 페퍼

개봉 2019.11.27.

상세보기

결혼 이야기
감독 노아 바움백
출연 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너와 나의 삶의 이야기
★★★★☆
찰리(애덤 드라이버)와 니콜(스칼렛 요한슨)은 이혼을 하게 되면서 결혼 생활을 돌아본다. 그리고 거기에 숨어 있었던 혹은 모른 척했던 진실을 발견하거나 수긍한다. 출산과 육아 그 사이에 벌어지는 두 사람의 경력 같은 것들 말이다. 노아 바움벡은 이들의 이별을 통해 눈을 질끈 감게 만들 만큼 처참한 악의는 물론 예상치 못하게 비집고 들어오는 따뜻한 손길도 있는 것이 삶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날카로운 동시에 세심하여 듣는 이 모두에게 저마다의 삶을 대입시키고 반추하게 만든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올해의 앙상블
★★★★
우리의 폐부를 가장 정확하게 찌를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가장 사랑했던 사람인가. 흘려둔 대사를 유려하게 회수하는 세밀한 각본과 군더더기 없는 연출, 희비극을 노련하게 교차시키는 정서와 말과 말을 쌓아 올려 신(Scene)을 기어코 폭발시키는 아담 드라이버-스칼렛 요한슨의 밀도 높은 앙상블까지. 대사, 캐릭터, 신, 소품 무엇 하나 버릴 것 없는 ‘부부관계 탐구서’다. 단연코, 노아 바움백 필모의 최고작. 그리고 올해의 앙상블이다.

결혼 이야기

감독 노아 바움백

출연 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

개봉 2019.11.27.

상세보기

러브 앳
감독 위고 젤랭
출연 
프랑수아 시빌, 조세핀 자피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다시’ 사랑하게 해주세요
★★★
‘같은 사람과 두 번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 아래 뻗어나간 귀여운 상상력. 사랑에 대해 거창한 무언가를 탐구하는 것보다, 관객의 공감에 최우선을 둔 듯한 연출이 친밀하게 느껴진다. 의외의 유머와 재치에 반하고, 인물들의 상황을 내 이야기로 비춰보게 만드는 저력.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기를 제법 탄탄하게 갖춘 작품이다. 

러브 앳

감독 위고 젤랭

출연 프랑수아 시빌, 조세핀 자피

개봉 2019.11.27.

상세보기

허슬러
감독 로렌 스카파리아
출연 제니퍼 로페즈, 콘스탄스 우, 릴리 라인하트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압도적인 원조 ‘제이로'
★★★
제니퍼 로페즈가 허리케인처럼 압도적이다. 스트립 클럽 최고의 댄서에서 월스트리트 남자들에게서 이익을 창출해내는 사기꾼이 되기까지 시종일관 영화를 지배한다. 무대에서 춤을 출 때는 슈퍼볼 메인 공연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어마어마한 슈퍼스타의 아우라를 터뜨리고, 가족이라고 일컫는 동료들을 챙길 때는 암사자처럼 위엄 있다. 그리고 월가의 사기꾼들을 바보로 만들어 버릴 때는 최고 포식자처럼 무자비하다. 스트립 클럽과 월스트리트, 사기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소재주의로 흐르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이 영화를 뻔하지 않게 만들었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통쾌한 여성 오락 영화
★★★
스트리퍼 영화와 케이퍼 무비의 조합으로 시선을 끌고 여성들의 이야기를 펼치면서 오락성과 주제 의식을 양손에 움켜쥔다. 스트립클럽 장면을 보면 연출자의 시선에 따라 스트리퍼 영화가 어떻게 다를 수 있고 무엇을 지향하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하이스트 무비로 보자면 두 주인공 여성에게 무게가 실리지만 실화 범죄의 과정을 흥밋거리 위주로 소비하지 않고 현실과 연결 짓는다. 여성들의 목소리를 통해 미국 사회에 던지는 거침없는 대사가 결코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제작에도 참여한 제니퍼 로페즈의 영향력과 로렌 스카파리아 감독의 연출 감각, 콘스탄스 우의 연기가 균형을 이룬 여성 영화.

허슬러

감독 로렌 스카파리아

출연 제니퍼 로페즈, 콘스탄스 우, 릴리 라인하트, 줄리아 스타일스, 케케 파머, 리쪼, 카디 비

개봉 2019.11.27.

상세보기

카센타
감독 하윤재
출연 
박용우, 조은지

송경원 <씨네21> 기자
염치가 멸종된 사회를 관찰하는, 이야기꾼의 현미경
★★★☆
한적한 국도변, 지나가는 차 타이어에 일부러 구멍을 내는 카센터 부부의 이야기. 생계를 위해 저버린 양심의 구멍은 점차 커지고 급기야 욕망의 브레이크마저 고장 나고 만다. 죄책감이 무뎌져 가는 과정에 대한 서늘하고 날카로운 보고서. 사소해보였던 실금이 결국 어떻게 제방을 무너뜨리는지를 긴장감 넘치게 담아냈다. 장편 데뷔작이라고 믿기 힘든 원숙한 연출로 인물을 질타하는 대신 범죄가 발각될 상황의 서스펜스에 집중한다. 메시지에 파묻히지 않고, 장르적 재미에 휘둘리지도 않는 영리한 솜씨. 기억할만한 데뷔작.

카센타

감독 하윤재

출연 박용우, 조은지

개봉 2019.11.27.

상세보기

앵커
감독 최정민
출연 박수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동정 없는 세상 
★★★
감당하기 힘든 곤경에 빠진 소녀의 이야기. 시골 고등학교 육상부 학생인 한주(박수연)는 갑자기 들이닥친 불행을 겪는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한주를 도와주지 않고, 소녀는 마치 고독한 질주를 하듯 홀로 세상을 헤쳐간다. 여기서 영화는 끈질기게 따라가며 묻는다. 과연 한주는 그 길을 완주할 수 있을까? 주인공을 맡은 박수연의 연기는 주목할 만하다.

앵커

감독 최정민

출연 박수연

개봉 2019.11.28.

상세보기

위!
감독 르네 엘레
출연 에메 클레어스, 폴린 케슬런, 로라 드로소풀로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포르노그래픽 어페어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몇 명의 틴에이저들이 일탈을 넘어 범죄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들은 포르노를 찍어서 팔고, 매춘을 하고, 그 행동은 폭력과 협박 그리고 살인까지 이어진다. 영화는 그 광경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성적 표현의 수위는 꽤 높다), 감독은 윤리적 판단을 하지 않은 채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 한다. 각 인물의 시점을 통해 전개되고, 법정 진술이라는 구조를 사용한 점이 독특하지만 영화가 전반적으로 산만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위!

감독 르네 엘러

출연 에메 클레어스, 폴린 케슬런, 로라 드로소풀로스, 타이멘 고바에트

개봉 2019.11.28.

상세보기

어메이징 그레이스
감독 시드니 폴락, 알란 엘리어트
출연 아레사 프랭클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소울 앤 가스펠
★★★☆
2018년 세상을 떠난 ‘위대한 보컬’ 아레사 프랭클린의 실황 공연을 담은 다큐멘터리. 독특하게도 그 장소는 LA에 있는 어느 교회이며, 이 다큐에선 1972년 서른 살의 프랭클린을 만날 수 있다. 시드니 폴락 감독이 연출한 화면은, 생생한 현장의 열기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프랭클린뿐만 아니라, 교회를 채운 청중(그 중엔 롤링 스톤즈의 믹 재거도 있다)의 열기도 함께 느낄 수 있는 작품.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는 장면은 명불허전이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인물 음악 역사 다큐를 아우르는 음역
★★★☆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가스펠 앨범 기록을 세운 <Amazing Grace〉(1972) 녹음 실황을 담은 다큐멘터리. 1972년 촬영 당시 목적대로 ‘소울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의 전성기 시절 모습과 주옥같은 목소리가 새겨진 음악 영화이면서 가스펠 음악 역사의 전설적인 순간을 기록한 영화다. 여기에 미완성이었던 영화가 완성되어 47년 만에 세상에 나온 시간성이 더해지면서 놀라운 감흥을 안긴다. 이틀 밤의 녹음 현장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연주하는 사람들의 땀과 열기, 각본 없는 드라마에서 자유자재로 반응하는 청중의 애드리브까지. 89분에 담긴 ‘소중한 기억들 Precious Memories’를 마주하는 자체가 축복이다.  

어메이징 그레이스

감독 시드니 폴락, 알란 엘리어트

출연 아레사 프랭클린

개봉 2019.11.28.

상세보기

행동하는 양심 김대중
감독 신상민
목소리 출연 이금희

송경원 <씨네21> 기자
시대의 척도. 상식의 시금석
★★★
무언가가 얼마나 뒤틀려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비교대상이 필요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기리기 위한 다큐멘터리지만 단순히 과거를 추모하고 회상하는 영상은 아니다. 박정희 독재에 맞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한 삶은 그 자체로 시대의 척도가 된다. 다만 김대중이란 시대정신을 다소 평면적으로 다룬 점이 아쉽다. 풍성한 자료영상을 묶어놓은 아카이브 역할에 머문다. 그럼에도, 염치없는 짐승들이 여전히 활개 치는 지금, 더 도드라져 보이는 가치와 호소.

행동하는 양심 김대중

감독 신상민

출연 이금희

개봉 2019.11.28.

상세보기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감독 임흥순

송경원 <씨네21> 기자
누락된 역사, 유령이 된 목소리에 육체를 부여한다
★★★☆
한국 근현대사 격변의 시기를 관통했던 세 여성의 삶을 되살려 현대사의 맥락 속에서 다시 안착시키는, 역사 다시 쓰기. 상해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전달했던 정정화, 제주 4.3항쟁 당시 무장투쟁을 했던 김동일, 빨치산 활동 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한복판에 섰던 고계연 3인의 삶을 교차로 병치시킨다. 영화와 미술의 경계에서 꾸준히 영역을 넓혀온 임흥순 감독의 신작답게 답을 제시하는 대신 불안정하게 충돌시킨다. 그 결과 맥락과 흐름은 감독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피어난다. 성별, 계층, 세대, 지역 등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에 대한 소박한 저항. 통로는 좁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다.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

감독 임흥순

출연

개봉 2019.11.28.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