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의 마동석

진정한 다작왕이 여기 있다. 연말연초 겨울 시즌을 노린 두 영화 <백두산> <시동>에 모두 얼굴을 비춘 배우, 마동석의 이야기다. 올해로 데뷔 16년 차를 맞이한 마동석은 지금까지 총 59편의 영화로 관객을 찾았다. 데뷔 초 주로 힘을 쓰는 캐릭터나 조폭 캐릭터를 연기하며 신 스틸러로서 존재감을 알렸던 마동석. 캐릭터의 디테일에 신경쓰며, 같은 듯 다른 매력을 지닌 캐릭터를 여럿 생산한 그는 충무로 정상에 오른 지금까지 부지런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며 제 개성을 탄탄히 다져왔다.

<백두산>의 마동석

무섭거나, 정의롭거나, 귀엽거나, 혹은 이 모든 매력을 다 지녔거나. 독보적인 개성으로 국내는 물론, 할리우드 중심 마블 스튜디오까지 휘어잡은 캐릭터형 배우. 현재의 마동석을 만들어준 그의 캐릭터들을 크게 정의형, 조폭형, 마요미형으로 구분 지어 정리해봤다. 세 유형에 속하지 않지만 놓쳐선 안 될 마동석의 캐릭터는 번외로 분류했다. 마동석의 캐릭터 변천사를 한눈에 알아보자.


정의형
<천군>(2005) / 황상욱

남한군과 북한군이 28살의 이순신이 살고 있는 조선시대로 타임 슬립해 벌어지는 일을 담은 <천군>은 마동석의 두 번째 영화다. 마동석은 북한의 특전사 황상욱을 연기했다. 식탐 많고 정도 많던 황상욱은 ‘마요미’ 라인의 시작에 선 캐릭터였다. 그보다 더 인상 깊은 매력이 있었으니, 팔뚝을 방패로 사용하는 그의 강철 체력(!). 신인 시절 마동석의 슈퍼 히어로의 떡잎을 확인할 수 있는 캐릭터다.

천군

감독 민준기

출연 박중훈, 김승우, 황정민, 공효진

개봉 200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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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형
<비스티 보이즈>(2007) / 창우

마동석은 짧은 분량으로 주연만큼 센 존재감을 남기는 배우다. 그 시작에 <비스티 보이즈>가 있었다. 마동석은 재현(하정우)을 압박하는 사채업자 창우를 연기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인 재현의 신체 부위를 스패너로 박살 내는 장면의 리얼리티란.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마동석=무서움’의 공식을 확립시킨 캐릭터.

비스티 보이즈

감독 윤종빈

출연 윤계상, 하정우, 윤진서

개봉 200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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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 곰

우락부락한 인상을 지닌 마동석은 데뷔 초 비주얼만으로도 관객을 압도하는 캐릭터를 여럿 연기해왔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속 창이(이병헌)파의 넘버 3, 곰 역시 그 유형의 캐릭터다. 번쩍이는 틀니, 굵직한 흉터, 보고 있기만 해도 어깨가 묵직해져오는 액세서리까지. 가만히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강렬한 포스가 느껴진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개봉 200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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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형
<부당거래>(2010) / 마대호 경위

<부당거래>에서 마동석은 비리에 물든 광역수사대 에이스, 최철기(황정민)를 사수로 둔 형사 대호를 연기했다. 혈질들로만 구성되어 있던 광역수사대 내에서 팀원 사이를 조율하며 무게 중심을 잡아주던 인물. 마동석의 입체적인 내면 연기를 만날 수 있었다.

부당거래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 천호진

개봉 201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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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마지질 형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
/김서방

<부당거래>를 통해 충무로의 믿음직한 배우로 떠오른 마동석은 2011년부터 다작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1년은 그가 다양한 이미지의 캐릭터에 도전했던 시기.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그간 관객이 본 적 없던 마동석의 지질함, 허당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태권도 7단이라며 잔뜩 허세를 부리던 것도 잠시, 맥주병에 맞아 요단강을 건널뻔한 김서방은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던 험악왕 마동석의 이미지를 와르르 무너뜨렸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감독 윤종빈

출연 최민식, 하정우

개봉 2012.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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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무한 감동 가장 형
<퍼펙트 게임> / 박만수

<퍼펙트 게임>에선 다소 낯선 마동석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최동원도, 선동열도,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유명 야구선수도 아닌, 가공의 인물 박만수를 연기했다. 경기에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만수의 소원은 그저 가족에게 떳떳한 아빠가 되는 것. 만년 2군, 만수의 넓은 어깨와 탄탄한 근육들이 슈퍼 파워를 뽐내긴커녕 그를 더 안쓰럽게 만든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현실의 우리와 밀접히 닿아있어 더 짙은 감동을 전했던 캐릭터. 마동석이 외형적인 이미지를 앞세운 캐릭터로만 소비되기엔 아까운 배우임을 증명한 작품이다.

퍼펙트 게임

감독 박희곤

출연 조승우, 양동근, 최정원

개봉 201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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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형
<이웃사람>(2012) / 안혁모

<이웃사람>의 안혁모는 마동석의 대표 조폭 캐릭터 중 하나다. 한쪽 팔을 뒤덮은 문신부터 깊게 패인 미간까지, 보는 이의 마음을 쪼그라들게 만드는 험악한 인상의 소유자. 나쁜 사람인 줄 알았으나, 더 나쁜 사람인 연쇄 살인범을 한 주먹으로 처리하는 반전 매력 액션은 관객에게 통쾌함을 전하기 충분했다. 자신을 “어이”라고 부른 이에게 “어이? 어이가 없네”라며 다가가는 혁모의 ‘아파트 일진 장면’은 지금의 마동석을 만든 명장면 중 하나다.

이웃사람

감독 김휘

출연 김윤진, 마동석, 천호진, 김성균, 김새론, 임하룡, 장영남, 도지한

개봉 2012.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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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미형
<결혼전야>(2013) / 건호

<결혼전야>는 마동석의 필모그래피에서 보기 드문 로맨스 코미디 장르의 영화다. 그는 순수한 꽃집 노총각 건호를 연기했다. 갑자기 찾아온 몸의 이상 징후에 비뇨기과를 찾으며 쩔쩔매는 건호의 모습은 당시 ‘마요미’란 별명을 얻었던 마동석의 이미지와 겹치며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결혼전야>가 개봉한 2013년은 매달 극장에서 마동석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해였다. 마동석은 우정출연과 특별출연을 합해, 2013년에만 총 1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결혼전야

감독 홍지영

출연 김강우, 김효진, 이연희, 택연, 마동석, 구잘 투르수노바, 이희준, 고준희, 주지훈

개봉 201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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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형 + 마요미형
<군도: 민란의 시대>(2014) / 천보 역

억압에 맞서 일어서는 민초를 대표하는 얼굴. 의적떼 ‘군도’에서 마동석은 괴력 담당 천보 역을 맡았다. 힘만 천하장사였다면 별반 매력이 없었을 천보를 단번에 입체적인 캐릭터로 만든 재미있는 설정이 있었으니, 바로 그의 나이. 43살의 마동석이 연기한 22살의 천보는 나이에 걸맞은 귀엽고 순수한 매력을 어필하며 관객의 마음, 혹은 동공(!)을 흔들어놓는 데 성공했다.

군도:민란의 시대

감독 윤종빈

출연 하정우, 강동원

개봉 201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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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형
<악의 연대기>(2015) / 오 형사

때론 선, 때론 악. 마동석의 얼굴은 그간 여러 작품에서 관객을 헷갈리게 만드는 장치로 활용돼 왔다. 선하다가도 악할 것 같고, 악하다가도 선할 것 같은, 어딘가 반전의 수를 숨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악의 연대기>에서 마동석은 미심쩍은 동료를 향한 의심과 믿음의 경계를 넘나들던 오 형사를 연기했다. 모두가 악에 받쳐 살기 위한 고군분투를 벌이는 가운데 유일하게 제 신념을 믿고 따르던 모습이 인상 깊었던 캐릭터다.

악의 연대기

감독 백운학

출연 손현주, 마동석, 최다니엘, 박서준

개봉 201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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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내용은 ‘조폭에서 마블 슈퍼 히어로로, 한눈에 보는 마동석 캐릭터 변천사 ②’에서 이어집니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