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영화인들의 가장 큰 축제, 아카데미 시상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 AMPAS)가 주관하는 시상식이다. 그간 아카데미 시상식을 즐겨보지 않았던 이들이라도 올해는 그 결과에 주목하게 될 것.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입성한 <기생충>이 무려 여섯 부문의 후보로 올랐기 때문이다.


<기생충>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수상한 <기생충> 팀

아카데미 수상, 어떻게 결정될까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 그리고 외국어 영화상에 해당하는 국제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이미 <기생충>은 제25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외국어 영화상을, 제26회 미국배우조합상에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앙상블상을,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등을 수상하며 트로피 수집을 이어왔던 바. 2월 2일(현지시각) 열린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외국어영화상에 이어 각본상 트로피까지 품에 안으며 아카데미 수상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에게 손을 들어줄 수도 있는 이들, 아카데미 수상자·수상작을 결정하는 심사위원은 누굴까?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 AMPAS

이 시상식을 주관하는 단체에 소속된 이들, 바로 아카데미 회원들이다. 이들은 투표를 통해 그해 최고의 영화와 영화인을 가린다.


아카데미 회원, 누가, 어떻게 될 수 있나
1927년 설립된 아카데미는 매년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들을 평가할 신규 회원들을 뽑아왔다. 이들의 기본 자격 요건은 이렇다.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 제작에 참여한 영화인일 것. 기존 회원 2인 이상의 추천을 받은 자만이 아카데미 회원 초청을 받을 수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후보자로 이름을 올린 이들이라면 추천이 없어도 회원 초청을 받을 수 있다. 회원 심사는 1년에 한 번, 봄에 열린다. 

사진을 클릭하면 분야별 자격 조건을 확인할 수 있다

아카데미 회원은 배우, 감독, 작가, 촬영 등 17개의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각 분야별 자격 조건이 있기도 하다. 배우 회원은 최소 3편의 장편 영화에 출연한 적 있어야 하며, 그중 1편은 5년 내 출연작이어야 한다. 감독 회원은 최소 2편의 영화를 연출한 경력이 있어야 하며, 그중 1편은 10년 내 연출작이어야만 한다.

지난 2019년 7월 기준 아카데미 회원은 약 9226명이다. 2018년 아카데미 초청을 받은 이들이 모두 아카데미 회원이 되었다는 전제 하에서의 숫자. 2019년 초청을 받은 이들은 제외한 수치다. 


2016년 오스카 시상식 남/여 주연상, 조연상 후보 배우들

유색인종·여성 회원 늘리려 노력한 아카데미
지난 2016년 주연상·조연상을 합한 연기상 후보 10명이 모두 백인이었던 탓에 ‘#OscarsSoWhite’라는 해시태그로 비난받았던 아카데미 시상식. 당시 아카데미 회장이었던 세릴 분 아이작스는 “2020년까지 다양한 인종과 여성을 포함한 아카데미 회원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차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 계획에 따라 아카데미 신규 회원 수는 매년 눈에 띄게 증가해왔다. 2015년엔 322명, 2016년엔 638명, 2017년엔 774명의 영화인이 아카데미 회원으로 초청됐다. 역대 최대 규모로 손꼽혔던 건 2018년. 무려 928명의 영화인이 초청됐다. 이 중 유색인종 영화인의 비율은 38%. 다양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아카데미의 변화가 읽히는 부분이다. 2019년엔 총 842명의 회원이 초청됐다. 이 중 여성의 비율은 50%, 유색인종의 비율은 29%였다. 


아카데미 회원 중 한국인은 누구?
아카데미의 변화에 따라 한국 영화인의 비중 역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국 영화인들이 아카데미 멤버로 초청된 건 2015년부터다. 이후 매년 꾸준히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인들이 아카데미의 투표권을 얻어왔다. 전 세계적으로 유색인종, 여성 신규 회원 비율이 대폭 증가했던 2018년부터는 평균 11명의 한국 영화인이 아카데미에 초청받았다는 점이 인상 깊다. 

위에서 길게 언급한,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고 아카데미 회원으로 초청받은 한국 영화인들을 분야별로 정리해봤다. 아카데미가 짚은 그들의 대표작도 함께 소개한다. 

(왼쪽부터) 봉준호 감독, 임권택 감독, 박찬욱 감독(사진 씨네21)
(왼쪽부터) 김소영 감독(사진 씨네21), 홍상수 감독(사진 씨네21), 김기덕 감독
(왼쪽부터) 이창동 감독, 임순례 감독(사진 씨네21)

감독 Directors
봉준호(2015) / <설국열차> <마더>
임권택(2015) / <취화선> <춘향뎐>
박찬욱(2016) / <스토커> <올드보이>
김소영(2016) / <포 엘렌> <방황의 날들>
김기덕(2017) / <빈 집>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홍상수(2018) / <그 후> <밤의 해변에서 혼자>
이창동(2018) / <시> <버닝>
임순례(2019) / <리틀 포레스트> <제보자>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최민식, 송강호, 이병헌, 김민희, 조진웅, 하정우, 배두나 (사진 씨네21)

배우 Actors
최민식(2015) / <루시> <올드보이>
송강호(2015) / <설국열차> <괴물>
이병헌(2016) /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지.아이.조-전쟁의 서막>
배두나(2018) / <클라우드 아틀라스> <괴물>
하정우(2018) / <아가씨> <황해>
조진웅(2018) / <아가씨> <암살>
김민희(2018) / <밤의 해변에서 혼자> <아가씨>

(왼쪽부터) 이창동 감독, 박훈정 감독, 정서경 작가(사진 씨네21), 한진원 작가

작가 Writers 
이창동(2016) / <시> <오아시스> 
박훈정(2018) / <대호> <신세계>
정서경(2018) / <아가씨> <박쥐>
한진원(2020) / <기생충>

경영진 Executives
이미경(2017)

프로듀서 Producers
오정완(2018) / <해변의 여인> <장화, 홍련>
곽신애(2020) / <기생충>

(왼쪽부터) 홍경표 촬영감독, 정정훈 촬영감독

촬영 Cinematographers
정정훈(2017) / <나와 친구, 그리고 죽어가는 소녀> <스토커>
홍경표(2019) / <버닝> <런오프>

편집 Film Editors
김현(2019) / <버닝> <시>
김재범(2019) / <군함도> <아가씨>
김상범(2019) / <창궐> <아가씨>
양진모(2020) / <기생충>

(왼쪽부터) <아가씨> 촬영 현장의 류성희 미술 감독, 박찬욱 감독
(왼쪽부터) <기생충> 촬영 현장, 조원우 미술감독

미술 Designers
류성희(2018) / <아가씨> <고지전>
이하준(2020) / <기생충>
조원우(2020) / <기생충>

의상 Costume Designers
조상경(2018) / <아가씨> <올드보이>

보기만 해도 OST 자동 재생되는 <마더> 오프닝 장면

음악 Music
이병우(2018) / <마더> <괴물>

음향 Sound
김석원(2018) / <아가씨> <고지전>

시각효과 Visual Effects
이전형(2019) / <옥자> <아가씨>
박영수(2019) / <적인걸 3:사대천왕> <물괴>

다큐멘터리 Documentary
홍형숙(2019) / <경계도시2> <본명 선언>

(왼쪽부터) <빅히어로 6> <리오 2>
(왼쪽부터) <의자 위의 남자> <연애놀이>

단편 & 애니메이션 Short Films and Feature Animation
김상진(2015) / <빅히어로6> <볼트>
이상준(2017) / <리오2> <에픽: 숲속의 전설>
정다희(2018) / <의자 위의 남자> <빈 방>
정유미(2019) / <연애놀이> <먼지 아이>


2020 오스카 오찬에 참석한 <기생충> 팀. (왼쪽부터) 조원우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봉준호 감독

<기생충>은 올해 오스카 시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 못지않게 해외의 관심 역시 뜨거운 상태. 해외 언론에선 연일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 여부를 점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전 세계 아카데미 회원 약 9226명 중 회원 비율 0.4%에 불과한 한국의 영화가 미국 시상식을 어떻게 뒤집어놓을지 지켜보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월 9일(현지시각) 개최된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