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 마법이 허락된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을까? 하늘을 날아도 좋고, 파이어 볼을 내뿜어도 멋지다. 그러나 역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간절히 보고 싶었던 사람과의 만남이 아닐까. <온 워드: 단 하루의 기적>에서는 마법이 허락된 단 하루동안, 동생 이안(톰 홀랜드)와 형 발리(크리스 프랫)은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이들에게 사려 깊은 위로를 전하는 환상적인 영화, <온 워드: 단 하루의 기적>(2020). 오늘은 영화 속에 숨어 있던 작은 마법 같은 트리비아들을 소개한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주의 부탁드립니다.


1. 영화에 등장하는 패스트푸드점 '버거샤이어'는 "이제 두 번째 아침 식사를 대접한다(Now serving second breakfast)"라는 간판을 달고 있다. 

<온 워드: 단 하나의 기적>(이하 온 워드)은 엘프, 유니콘, 켄타우로스 등 다양한 종족이 살고 있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때문에 이스터에그도 굉장히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반지의 제왕'이다. 반지의 제왕 책과 영화에서 '두 번째 아침'은 호빗들이 즐기는 식사이며, 샤이어는 오랫동안 호빗들이 모여 사는 땅 이름이다. 


2. 감독 댄 스캔론은 실제로 아버지를 1살 때 잃었다. 

(왼쪽부터) 댄 스캔론 감독의 아버지(출처: 댄 스캔론 트위터), 댄 스캔론 감독

<온 워드>의 주인공 이안은 기억도 못할 만큼 어린시절 아버지를 잃었고, 계속해서 그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댄 스캔론 감독 역시 한 살에 아버지를 잃었다. 1977년이었다. 그의 형 역시 세 살이었기 때문에 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스캔론 형제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아버지의 사진, 홈 비디오를 통해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구성하려 노력했다고 해외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내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을까?"라는 질문을 늘 묻곤 했고, 이 질문에서 <온 워드>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3. 만티코어의 가게 주방장은 영화 <라따뚜이>의 요리사-쥐, 레미다.

(왼쪽부터) <온 워드>의 레미, <라따뚜이>(2007) 속 레미

만티코어의 가게 음식이 유난히 맛있어 보였던 건 착각이 아니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최고의 요리사가 초빙되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자세히 보면, 맨티코어 가게 주방장은 영화 <라따뚜이>의 요리사 쥐, 레미다. 게다가 직원들은 소서러 미키 모자를 쓰고 있다. 알고 보니 만티코어 음식점은 쥐(!)가 점령한 셈이었다. 


4. 발리의 보드게임은 '던전 & 드래곤'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왼쪽부터) <온 워드> 속 만티코어, <던전앤드래곤> 속 만티코어

발리가 열광하는 보드게임은 사실 세계적으로 유명한 RPG <던전앤드래곤>에서 영감을 받았다. 실제로 영화에서 <던전앤드래곤>의 유물과 크리처가 몇 차례 등장한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만티코어'다. 두 작품 속 만티코어는 포인트가 되는 부분은 비슷하지만, 인간 남성 노인의 얼굴이 여성이 되었다는 점에서 두드러지는 차이를 보인다. 

또한 "주점에서 모두 만난다(YOU ALL MEET IN A TAVERN)"는 설정 역시 <던전앤드래곤>에서 자주 나온다. <던전앤드래곤> 게임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시작 설정 중 하나가 바로 마을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가십을 퍼뜨리는 주점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던전앤드래곤> 속 젤라티너스 큐브

또한 영화에서 발리가 두려워하는 '젤라틴 큐브' 역시 던전앤드래곤에서 따왔다. <던전앤드래곤>의 상징적인 몬스터 중 하나인 젤라티너스 큐브는 미로나 동굴 바닥을 기어다니며 모든 것을 집어 삼킨다. 단순히 도끼를 휘두르는 평범한 괴물이 아니고, 실체를 알 수 없는 기괴함에서 오는 공포가 있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5. 영화 <반지의 제왕> "YOU SHALL NOT PASS" 밈이 등장한다. 

YOU SHALL NOT PASS 밈

많은 판타지 영화가 이스터 에그로 등장하는 만큼, 사소한 디테일도 놓칠 수 없다. 이안이 발리의 벤에서 깨어났을 때, 옆에 'YOU SHALL NOT PASS(너는 지나갈 수 없다)'는 표지판이 보인다. 이는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2001)에서 간달프(이안 맥켈런)가 발록을 막아서며 외치는 대사다. 그 포스로 인해 해외에선 꽤나 유명한 밈 중에 하나라고. 

이외에도 <온 워드>에는 수많은 이스터에그가 등장하는데, <겨울왕국>(2014)의 트롤들과 <알라딘>(1993)의 램프, <인사이드 아웃>(2015) 라일리의 하키 스틱 등이 화면에 슬쩍 비춘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2012) 속의 메리다 가문 문장도 등장한다.


6. 디즈니 최초로 극장 상영 중 디지털 다운로드용도 개봉한 영화다.

코로나 19 여파는 디즈니도 피해갈 수 없었다. 수많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19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을 위협했다. 이로 인해 관객들은 극장에 가는 걸 꺼릴 수밖에 없었고, 디즈니는 어쩔 수 없이 극장 개봉 2주 만에 디지털 다운로드를 이용할 수 있게끔 조치를 취했다. 


7. 디즈니 애니메이션 최초로 성소수자가 등장했다. 

<미녀와 야수>속 르푸(조시 게드)

디즈니는 실사 영화에선 성 소수자를 등장시킨 전례가 있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온 워드>가 최초다. 실사판 <미녀와 야수>(2017)에서는 게이 캐릭터가 등장하며, 영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2020)에서는 여성 병사들 간의 키스신이 스치듯 등장한다. 

일은 철두철미하게 하지만, 여자친구 딸 때문에 골머리를 썩는 스펙터.

<온 워드>에서는 이안 어머니의 남자친구의 직장동료인 스펙터(리나 웨이스)가 "내 여자친구의 딸 때문에 머리를 쥐어뜯을 지경이야"라고 말하며 성 소수자임을 드러냈다. 사실 이는 계획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며, 리나 웨이스가 "남편"에서 "여자친구"로 바꿀 수 있는지 물어봐서 변경된 것이다. 참고로 스펙터를 연기한 리나 웨이스  역시 레즈비언이다. 


8. 발리의 유니콘 밴은 저작권으로 인해 소송에 걸렸다. 

(왼쪽부터) 스위트 세실리 다니허의 밴, <온 워드>에 등장하는 밴

저작권하면 디즈니, 디즈니하면 저작권의 왕이다. 그런 디즈니가 역으로 디자인 표절로 인해 소송에 걸렸다. 2020년 1월 27일, 샌프란시스코의 한 타투 예술가인 스위트 세실리 다니허는 디즈니, 픽사, <온 워드> 프로듀서 코리 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9월 그는 자신의 밴을 픽사에게 행사 진행용으로 렌트해 준 적이 있는데, 픽사가 임대 계약을 위반하고 자신의 밴 디자인을 표절해 <온 워드>에 사용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다니허는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 시각예술인권법, 캘리포니아예술인보호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영화와 광고, 상품 배포를 금지하기 위한 소송도 제기하고 있다. 


9. 크리스 프랫과 톰 홀랜드는 MCU에서도 함께 등장한다. 

(왼쪽부터) 스타로드(크리스 프랫), 스파이더맨(톰 홀랜드)
(왼쪽부터) 이안(톰 홀랜드), 발리(크리스 프랫) / 어디서나 크리스 프랫의 헤드락은 유효하다(!)

영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아는 사실이지만, 굳이 한 번 더 두 사람의 케미를 말하고 싶다. 크리스 프랫과 톰 홀랜드는 각각 스타로드와 스파이더맨 역을 맡아 MCU에서 함께 활약했다. 스타로드와 스파이더맨은 각각 라이트풋 형과 동생이 되어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껴주는 애틋한 형제가 된다. 


10. 라이트풋 아버지의 독특한 양말은 체셔 고양이와 똑같은 무늬다. 

(왼쪽부터) 체셔 고양이, 라이트풋 아버지 양말 무늬

라이트풋의 아버지, 와일든은 독특한 양말을 신기로 생전에 유명했는데, 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951)체셔 고양이와 같은 색이다. 체셔 고양이는 신체 일부분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할 수 있는데 이 역시 와일든과 동일하다. 와일든은 영화 내내 상반신이 없는 채로 돌아다닌다. 


11. 픽사 오리지널 필름은 <코코> 이후 처음이다. 

픽사의 오리지널 필름은 <굿 다이노>(2016)와 <코코>(2018) 이후로 처음이다. <코코>를 제외하고, <굿 다이노> 이후로 모든 픽사 영화는 <도리를 찾아서>(2016), <카3>(2017), <인크레더블2>(2018), <토이 스토리4>(2019) 등 기존 프랜차이즈의 속편이었다. 


12.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명대사가 등장했다. 

출처 :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KR 페이스북

<어벤져스> 시리즈 팬이라면 아마 이 대사가 귀에 꽂히지 않았을까. "Whatever It Takes".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의 예고편에서 핵심적인 대사로 나오는 대사다. 이안은 하반신밖에 구현하지 못한 아버지를 완벽하게 불러내고, 그와 대화를 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상황은 다르지만 소중한 사람을 위해 모든 걸 건 그들의 비장한 마음은 같아 보인다.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감독 댄 스캔론

출연 톰 홀랜드, 크리스 프랫, 줄리아 루이스 드레이퍼스

개봉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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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