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하다. '아마존' 하면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인상이다. 오랜 시간 문명이 거듭되는 가운데에서도 아마존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알지 못한다는 것의 신비함 때문일까, 아마존은 수많은 영화에 걸쳐 매혹적이지만 위험한 공간으로 묘사돼 왔다. 몸과 정신이 말짱하던 이들조차 그곳에 다다르면 서서히 이성을 잃어가거나,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답을 그곳에서 발견(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잃어버린 도시 Z>는 20세기 초 시도와 실패를 거듭하며 아마존 밀림지대 연구에 평생을 바쳤던 영국 탐험가 퍼시 포셋의 실화를 그렸다.
퍼시 포셋(찰리 허냄)은 실력 있는 포병 장교지만 좋지 않은 가문 때문에 진급의 길은 묘연하기만 하다. 왕립지리학회 회원으로서 탐사에 재능을 보였던 그는, 아마존 밀림을 측량해 지도를 만들어오면 가문의 오명을 씻어주겠다는 나라의 청을 받아 아마존으로 향한다. 온갖 고난을 거쳐 예정보다 목표에 일찍 도달해 금의환향했지만, 포셋은 만족하지 못했다. 그곳에서 아마존 문명의 미약한 단서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를 '잃어버린 도시 Z(The Lost City of Z)'라고 명명한 그는 아마존 문명의 흔적을 찾아내겠다는 일생의 목표를 다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동료들과 함께 다시 아마존으로 떠나고, 실패한다.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시도와 실패를 반복한다.
<잃어버린 도시 Z>는 데이비드 그랜이 쓴 동명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다. 지독한 취재와 자료를 통해 아마존에 대한 생생한 묘사를 보여주며 포셋의 굳건한 태도를 설득한 저서는, 2009년 인터넷 서점 아마존(!)이 선정한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선정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저자의 경험담과 포셋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로 구성된 원작과 달리, 영화 <잃어버린 도시 Z>는 철저히 포셋의 삶에만 집중한다. <투 러버스>(2008), <이민자>(2013) 등 요란하지 않은 드라마로 '마음'과 '관계'에 대한 통찰을 드러냈던 제임스 그레이가 연출을 맡았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영화의 방향이 어떨지는 짐작 가능하다. '모험'의 들뜬 흥분따위가 있을 리 없다.
포셋의 아마존행은 일생에 걸쳐 다섯 번이나 계속됐지만 단 한번도 순탄한 적이 없었다. 영화도 그걸 놓치지 않고, 꽤나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저 멀리에서 포셋 일행을 향해 날아오는 무기들은 생생히 위협적이고, 막막하게 펼쳐진 수풀을 뒤로 한 채 메말라가는 모습은 보는 이마저 탈진하게 만든다. 다만 이걸 그리는 방식은 전혀 자극적이지 않다. 제임스 그레이는 스타일리시한 걸 잘 찍는다고 알려진 다리우스 콘지의 카메라를 빌려 지극히 고전적인 연출로 절제된 호흡을 만들어간다. 위기도 성공도 그 순간의 상황만 담담히 보여줄 뿐, 감정을 강조하는 법이 없다. 마치 지금 이 여정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걸 드러내는 것처럼. 완벽히 통제된 호흡을 오랫동안 지켜보기 때문일까, 관객들은 어느새 이 고난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리라는 걸 서서히 받아들이게 된다. <잃어버린 도시 Z>는 다음 실패를 향해 느릿느릿 나아간다.
남자가 이루지 못한 꿈을 거듭 좇는 과정은 대개 파멸로 이르기 마련이다. 영화 속에서 포셋은 자식들이 자신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할 만큼 가정을 돌보지 않은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에 따른 갈등도 잊지 않고 보여준다. 그런데 가족은 결국 그의 손을 잡아준다. <잃어버린 도시 Z>가 놀라운 건 이 과정에서 가부장제에 대한 굴복 같은 뉘앙스를 일절 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 뿌옇게 보이기만 하는 아마존을 향한 집념을 (지지하지도 등을 돌리는 것도 아니라) 가만히 따라가게 만든다. 허상처럼 보이는 걸 좇는 포셋은 분명 미쳐 있었지만, 그걸 담는 찰리 허냄의 짙은 얼굴은 광기에 허우적대는 쉬운 표현에 기대지 않는다.
퍼시 포셋의 마지막 여정은 아들 잭(톰 홀랜드)과 함께였다. 어려서 자신을 원망하던 아들은 어른이 돼 노쇠한 육체의 퍼시에게 아마존행을 제안한다. 제임스 그레이는 종반부 이 비장한 시도에 성공의 가능성을 비추지 않는다. 부자의 거창한 화해에 비한다면 그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모험은 금세 벽에 부딪힌다. 하지만 이 다음부터가 <잃어버린 도시 Z>의 백미다. 포셋을 평생 따라다니던 실패나 죽음이 보이지 않는 장대한 의식은 형언할 수 없는 에너지로 관객을 홀린다. 에디터는 이 시퀀스의 이미지가 안기는 매혹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영화에 대한 판단을 잠시 유보하기로 했다.
- 잃어버린 도시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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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제임스 그레이
출연 로버트 패틴슨, 시에나 밀러, 찰리 허냄, 톰 홀랜드
개봉 2016 미국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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