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 설 연휴를 앞두고 <데드맨>이 개봉하면서 명절 극장가를 공략한다. <데드맨>은 범죄 미스터리 영화로 같은 시기에 개봉하는 휴머니즘을 그린 드라마 장르의 영화 <도그데이즈>, <소풍>과는 다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데드맨>은 한국 정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영화이면서 동시에 한 사람의 인생의 흥망성쇠를 따라가는 영화이다. 영화는 평범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다가 저축은행사태로 파산하면서 인생의 밑바닥에 몰린 한 남자의 삶을 들추어낸다.
배우 조진웅이 영화 <데드맨>으로 명의 거래 범죄를 저지르다 인생을 빼앗긴 한 남자로 변했다. <데드맨>의 이만재 캐릭터는 주로 형사와 건달 역을 오가며 연기해 온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더 넓혔다. 그는 <범죄와의 전쟁>에서 하정우 배우의 반대파 두목 김판호 역으로 맛깔나는 연기를 선보였고, <끝까지 간다>, <사라진 시간> 그리고 드라마 <시그널>에서 모두 형사 역을 맡아 열연했다. 최근에는 <대외비>에서 한때 순수했지만 권력을 거머쥐기 위해 타락해버린 국회의원 역을 맡으면서 괄목할 만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한국 영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조진웅을 만나 ‘데드맨’ 이만재 캐릭터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바지 사장’이라는 흔하지 않은 소재를 다루면서 영화에 관객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아보시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진짜 잘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이 시나리오를 검토하기 전에는 그런 게 실제로 있는 건지 알지 못했는데, 있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어요. 나중에 바지사장에 대해서 다시 찾아봤는데, 필리핀 어디서 의문사를 당했다고 하고… 이런 걸 보면서 섬뜩해지더라고요. 우리 영화에도 나와 있듯이 사람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가는 거니까요. 그 세계에 발을 들여다 놓는 순간 구제할 방법은 없을 것 같더라고요.
이만재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바지사장이 되는 선택을 한 인물입니다. 이런 측면에서는 캐릭터를 어떻게 이해하려고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만재는 가정이 자기 삶의 가장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가정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보면 좀 측은하기도 해요. 능력이 없지만 어떻게 해서든 가정을 유지하려고 발버둥을 쳤으니까요. 그런데 이혼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만재의 아내가 얘기하죠. 아내가 “그거 나쁜 짓이잖아. 너 나쁜 놈이잖아”라고 얘기하는데 저도 그 말을 인정해요. 만재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희생을 한 거지만 잘못된 방법을 이용한 거죠.
핵심은 이거인 것 같아요. 감독님에게 이만재에 대해 이렇게 말했죠. 악의는 없었지만 선의를 지키는 사람도 아니라고요. 범법자이기 때문에 이 캐릭터를 응원할 수 있게 만들 방법도 없는 것 같다고요. 그냥 인간이 가지는 감정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이 지점이 이만재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인간으로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려 노력하는 인물이기에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이해하려고 했죠. 이 인간의 초상을 보면서 우리가 뭘 느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만재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감독님과 의견을 나누면서 가장 의견이 대치됐던 부분은 없었나요?
감독님과 의견이 대치됐던 부분은 없습니다. 감독님이 의견을 제시하시면, 저는 거기에 의견을 좀 더 더할 뿐이죠. 이런 장면에서는 이렇게 연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제시해 보는 거죠. 배우는 설득할 때 연기를 보여주는 것만큼 좋은 건 없어요. 관념적으로 이야기를 늘어놓아봤자 설득은 잘되지 않아요. 연기로 한번 보여주는 게 가장 좋아요.
그래서 씬 바이 씬할 때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려요. 왜냐하면 그 안에서 영화의 모든 것들을 해체하고, 분석하고, 내가 나오지 않는 장면까지도 분석을 다 해야 캐릭터가 내 DNA에 들어오거든요. 감독님도 그걸 이해하고 모든 스태프에게 영화의 관통되는 모든 것을 전달해요. 구현되는 이미지부터 색감, 톤앤매너를 잡기 위해서요. 제가 주인공이었던 작품들도 길게는 한 4~5일, 짧게는 2박 3일 정도 사전에 생각을 주고받았어요. 어디를 갈 때도 있었고요. 오늘 풀리지 않는 게 있으면 산책하다가 생각하고, 다음 날 아침에 이를 닦다가도 좋은 생각이 나면 감독님께 얘기했죠. (웃음) 저는 이 과정이 없으면 작품에 들어갈 수가 없어요.
앞서 김희애 배우와 이수경 배우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좀 어려웠다고 말했는데, 배우님은 어려운 점이 없으셨나요?
저는 오히려 그런 대본을 받으면 쉽게 풀어내려는 오기가 생겨요. 감독이 얼마나 어렵게 썼든 난 이걸 감정으로 쉽게 풀어낼 수 있어 이런 거죠. 그런 작품 중의 하나가 <블랙머니>였어요. 사실 경제 용어는 잘 모르잖아요. <데드맨>도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다 신경 쓸 필요 없거든요. 결국은 이 사람이 어떻게 망가지고,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됐는지를 이해하면 돼요. 그게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무엇이 더 소중한지는 영화를 가만히 보다 보면 느껴져요.
하준원 감독님이 이번 작품으로 데뷔하셨는데, 전반적으로 감독님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저는 감독님의 데뷔작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여느 감독보다 훨씬 유능했고, 여느 감독처럼 영화에 대해 논리적이면서도 배우가 놀 수 있는 장을 충분히 열어 주셨거든요. 데뷔작이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 생각하는 움츠림이 있을 것 같지만, 제가 생각할 때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어요.
그리고 김희애 선배님이 워낙 베테랑이시고 저도 작업을 해오면서 축적돼 있는 여러 노하우들이 있기 때문에 서로 협업하면서 그런 것들이 시너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또 감독님께서도 말은 신인이지 현장 경험이 어마어마해요. 워낙 크고 작은 작업을 많이 해오셨어요. 하준원 감독님은 차기작이 좀 기대되는 감독인 것 같아요.
하준원 감독님이 봉준호 키드라고 불리는데(봉준호 감독과 <괴물>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했다), 작업하기 전에 이 사실을 알고 감독님에 대한 신뢰를 가졌었나요?
아니요. 전혀 몰랐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누구와 작업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내 눈앞에 작품이 중요하고 내가 이 작품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가 더 중요하죠. 그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됐어요. 작품을 같이하면서 하준원 감독님이 이야기를 가끔 해줬죠. 봉준호 감독님하고 <괴물> 작업을 같이 했는데, ‘왜 봉테일인 줄 아느냐’ 하면서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괴물> 작업을 할 때 두 분이 각각 한강의 남단과 북단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면서 취재했다고요. 봉 감독님이 지나면서 신비한 공간이 있거나 못 봤던 공간이 있으면 무조건 들어가 보라고 말하셔서 실제로 그런 공간을 찾아냈다고요. 들어갔을 때 정말 끔찍했대요. 여러 벌레가 있고, 악취가 나는데 그런 것들을 다 찍어서 공유하는 거죠. 사실 한강이라는 곳에서 영화 속 일들이 일어날 거라고 상상할 수 없잖아요. 근데 그걸 만들어낸 것은 그들의 디테일 덕분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하준원 감독님도 <괴물>처럼 독특한 설정을 하는 점, 봉 감독님 특유의 비꼬는 풍자, 시대에 맞닿는 의식 같은 부분에서 봉 감독님과 많이 닮았다고 느꼈어요.
이전에 하준원 감독님은 이번 영화로 이름값에 대한 책임감에 관해 말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배우님께서는 이름값에 대한 책임감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고, 본인의 이름값에 대한 책임감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름값을 하고 사는가의 문제는 중요하지만 사실 그걸 1순위로 두지는 않잖아요. 저에게는 우선순위에도 없는 문제였는데, 한번 생각해 봤죠. 저는 아버지 함자를 사용해서 활동하고 있지만, 왜 굳이 제 이름을 놔두고, 아버지 함자를 써서 활동하냐고 생각해 봤을 때는 영화의 의미가 더 각별하게 다가왔어요. 저에게는 '너는 아버지 함자를 쓰는데 이름값하고 살고 있냐?'라는 질문과 '네 연기에 만족하니'라는 질문이 같은 질문인 것 같아요. 저는 아직도 모니터를 못 봐요. 제 영화를 볼 때는 굉장히 긴장도 되고, 저기서 왜 저렇게 했지 자책하기도 하고, 어떤 장면은 조금 괜찮은 것 같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면 또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하고요. 그런 부분에서 저는 아직 이름값을 하고 있나는 질문을 떠올렸을 때, 좀 만족스럽지 못해요. 언제 만족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는 것 같아요.
완성된 영화를 보시고 의도한 대로 연기가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던 장면이 있었나요. 반대로 이 장면은 좀 다르게 연기를 해야 했다고 아쉬웠던 장면도 있을까요?
모든 장면이 다 아쉬워요. 근데 어떤 장면은 우리 스태프들이 만들어 준 장면이구나 느껴져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연기를 하면서 이런 부분도 참 행복하죠. 저는 연기를 할 때 계획을 많이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서 연기하지는 않아요. 스스로 현장에 던져놓는 편이죠.
근데 조금 고민을 많이 했던 장면은 영화의 거의 마지막 부분에 재판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재판 장면에서 판사가 “죽었는데 살아있다는 얘기죠” 이런 얘기를 했을 때 만재가 “죽지 않았다”고 말하고, 다시 자기 이름을 되찾고 살아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았을 때 그의 표정과 리액션은 어떨까 많이 고민했어요. 거기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연기를 하는 건 너무 촌스러울 것 같고, (웃음) 그렇다고 감정을 너무 배제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요.
결국 액션에 들어갔을 때는 부글거리는 감정을 꽉 잡고 있었어요. 진짜 등에서 식은땀이 날 정도로 감정의 그래프가 막 움직이는 걸 느끼고 있었죠. 그런 감정으로 가는 게 맞는 것 같았어요. 하준원 감독님도 저의 그런 표정을 선택했더라고요. 감정선을 과하게 보여 줄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적게 보여 줄 필요도 없는 그 정도에서 어떤 리액션을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이제껏 연기를 해오시면서 지키기 위해 노력하신 원칙이 있으신가요?
현장에 가서 꼭 “삼소해야 한다”라는 원칙을 갖고 있어요. 삼소, 스태프들을 세 번 웃게 해야 한다라는 거죠. 이런 원칙을 지키는 이유는 우선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작업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정말 일이 되어버려요. 사실 저희는 작업을 마치고 나면 관객을 만나는 최일선에 있잖아요. 그럼 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기 위해 진심으로 골몰하고, 굉장히 열정을 느끼고 해야 하는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지쳐 있는 경우를 볼 때가 있어요. 이 작품 끝나고 나면 저 작품을 해야 되고, 쳇바퀴처럼 현장을 도는 그 과정에서 지치는 분들이 생기는 거죠. 작업과 동시에 자기의 개인적인 삶을 영위하기도 벅차고요.
현장에 지쳐 있는 스태프들을 볼 때면 어떻게 해서든지 웃겨요. 웃기면서 그 친구들에게 이 작품의 소중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제 생각을 전달하기도 하고요. 그게 작품이 나아지는 데 제일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스태프들에게 말을 걸고 서로 얘기하면서 작품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거죠. 제가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이 이거인 것 같더라고요.
'삼소 원칙'을 지켜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그건 박중훈 선배님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강적>이라는 영화를 작업할 때, 박중훈 선배님이 말씀하셨어요. “현장에서 배우가 할 일이 뭔지 알아”라고 물으시길래 연기를 어떻게 하고 이런 식으로 대답했죠. 그런데 선배님이 “배우가 연기하는 건 직업이니까 당연한 거고, 그 이외에 꼭 해야 하는 건 스태프들에게 삼소해야 되는 거야”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때 그 말이 너무 와닿았고 그 이야기를 지금까지도 지키고 있죠. 작품의 배우이자 현장의 배우로서 선배님의 그 가르침은 제가 꼭 지키려고 하는 원칙입니다.
현장에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열정을 채워주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은데 그러면 본인 스스로에게 원동력을 주는 것도 있을까요?
이것 역시 현장의 열정인 것 같아요. 제가 단편 영화를 연출할 때, 물론 연극을 할 때도 연출을 했습니다만 똑같은 것 같아요.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굉장히 고군분투해서 그 장면을 만들어냈을 때, 그 숏을 만들어냈을 때 정말 경이롭죠. 그건 서로의 열정이 아니면 해낼 수가 없습니다. 그런 것들이 저를 계속 움직이게 하는 것 같아요. 저에게 현장은 정서적으로 가장 안정감을 주는 곳이에요. 이 때문에 현장에서 보내는 시간도 제 삶의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즐겁게 작업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작 배우로도 유명하신데 아무래도 실패하는 작품도 나올 수밖에 없잖아요. 평상시에 이런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으신가요?
흥행은 100% 관객들이 만드는 것 같아요. 관객들께서 평가해 주시는 것 같고, 제가 볼 때는 제 작품이 안 예쁠 이유가 없죠. 그렇지만 안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작업했던 영화들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그 작품이 관객 천만이 되지 않아도요.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흥행이 된 건가요? 천만이 되면 그 영화를 좋은 영화라고 판단할 수 있는 걸까요? 천만 관객이 지금도 나오고 있지만, 관객의 수가 작품의 수준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대한민국에서 제작되고, 상영되는 모든 영화를 존경해요. 어떤 고충이 있었는지 아니까요. 관객 수가 얼마나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세상에 나와 관객 여러분에게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죠.
설 연휴에 개봉하는 영화를 보면 범죄 스릴러인 <데드맨>은 독보적으로 차별화됩니다. 관객들에게 <데드맨>을 한마디로 설명한다면요?
설, 추석 명절 가족과 함께… 언제까지 가족, 가족 할 겁니까? 이젠 매운 떡볶이도 좀 드시고, 다음 날 화장실에 갈 수 있는 그렇게 매운 영화도 한 번씩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농담이고요. (웃음) 가족 영화도 보시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매운 영화 <데드맨>도 한번 보시고 극장에 오셔서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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