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수많은 영화가 있다.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볼까’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 이들을 위해 쓴다. ‘씨네플레이’는 ‘씨플 재개봉관’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봉하면 당장 보러 갈 영화, 실제로 재개봉하는 영화들을 소개해왔다. 이번에 만나볼 영화는 10년 전, 2008년 1월에 개봉한 <클로버필드>다.
클로버필드
감독 맷 리브스 출연 리지 캐플란, 제시카 루카스, T. J. 밀러, 마이클 스탈 데이빗, 마이크 보겔, 오데트 애나벨 개봉 2008년 1월 24일 상영시간 85분 등급 15세 관람가
- 클로버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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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맷 리브스
출연 리지 캐플란, 제시카 루카스, T.J. 밀러, 마이클 스탈 데이빗, 마이크 보겔, 오데트 애나벨
개봉 2008 미국
파운드 푸티지, 떡밥. <클로버필드>를 설명하는 두 개의 키워드다. 이 키워드를 통해 10년 전 개봉한 <클로버필드>의 세계로 들어가 보려 한다.
파운드 푸티지, 흔들리는 카메라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를 번역하면 ‘발견된 영상’이 된다. 누군가에 의해 촬영된 영상을 발견해서 보여주는 영화의 기법이다. 물론 이 영상은 교묘하게 만든 가짜다. 1999년 개봉해 선풍적인 반응을 얻었던 <블레어 윗치>가 이 기법의 선구자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 괴수가 뉴욕 맨해튼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영화 <클로버필드>의 전략 역시 파운드 푸티지다. 영화가 시작되면 TV의 정규방송이 끝났을 때처럼 화면조정 영상이 보인다. 이어서 미합중국 국방부의 극비 자료라는 자막도 보인다. 설마 이 자막이 진짜라고 믿을 사람은 없겠지만 <클로버필드>는 파운드 푸티지 기법을 극단적으로 사용한다.
<클로버필드>의 카메라는 러닝타임 내내 흔들린다. 일본 지사의 부사장으로 발령받은 롭(마이클 스탈 데이빗)의 송별 파티에서 허드(T. J. 밀러)는 롭에게 전하는 인사말 영상을 촬영하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렇게 허드가 들고 다니는 캠코더 뷰파인더에 뉴욕을 박살낸 괴물의 모습이 찍힌다. 허드가 뛰면 카메라는 어지럽게 흔들리고, 허드의 시선에 따라 그가 좋아하는 여자 말레나(리지 캐플란)를 비추기도 하고, 잠시 카메라를 바닥에 둘 때는 고정되기도 한다. 관객은 1인칭 게임과 비슷한 화면만 볼 수 있다.
이런 카메라의 움직임은 <클로버필드>를 보는 관객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을 목격한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이 착각은 몰입감과 긴박감으로 연결된다. 허드의 손에 들린 카메라는 극히 한정된 정보만을 관객에게 제공하고 괴수의 전체 모습도 제대로 볼 수 없다. 어디서 괴수가 튀어나올지 알 수가 없다. 다음 상황을 짐작할 수도 없다. 뒤에서 다가오는 괴수나, 군인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어두운 터널에서는 적외선을 이용하는 캠코더의 나이트 비전 화면을 통해 색다른 긴장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뉴욕의 악몽과도 같은 하루가 녹화된 이 테이프는 롭과 그가 사랑하는 베스(오데트 애나벨)의 코니 아일랜드의 데이트 영상 위에 녹화됐다. 영화의 초반부와 결말부에서 보이는 두 사람의 데이트 장면은 비극적인 현재의 상황과 대비되며 파운드 푸티지 기법의 효과를 더 극대화했다.
떡밥, J.J. 에이브럼스
지금 <클로버필드>를 소개하는 이유가 있다. <클로버필드>의 스핀오프이자 동시에 프리퀄이라고 볼 수 있는 <클로버필드 패러독스>가 지난 2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클로버필드 패러독스>의 예고편에는 ‘10년 전 그것이 왔다. 오늘 그 이유가 밝혀진다’는 카피가 등장했다. 지금, <클로버필드>를 다시 보기에 적당한 시점이다. 참고로 <클로버필드 패러독스>는 2016년 개봉한 <클로버필드 10번지>에 이은 세 번째 <클로버필드> 세계관의 영화다.
- 클로버필드 10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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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댄 트라첸버그
출연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존 굿맨, 존 갤러거 주니어
개봉 2016 미국
- 클로버필드 패러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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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줄리어스 오나
출연 엘리자베스 데비키, 다니엘 브륄, 구구 바샤-로, 크리스 오다우드, 장쯔이, 데이빗 오예로워, 존 오티즈, 엑셀 헨니
개봉 2018 미국
<클로버필드>에서 시작된 세 편의 영화는 거대한 떡밥의 왕국이다. J. J. 에이브럼스의 이름이 낯익은 이들이라면 이미 <클로버필드>의 떡밥에 대해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클로버필드>가 뿌려놓은 떡밥을 여기에 다 설명하기는 어렵다. 또 매우 교묘하게 숨겨져 있다. 대표적인 것 몇 가지만 살펴보자.
우선 거대 괴수가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는 <클로버필드 패러독스>를 봐야 할 이유가 되기도 한다. 단, <클로버필드 패러독스>가 속시원한 해답이 되지는 않다. 또 영화의 마지막, 롭과 베스의 데이트 화면에서 멀리 바다로 떨어지는 인공위성을 볼 수 있다. 이는 <클로버필드 패러독스>와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클로버필드>의 떡밥은 대체현실게임(ARG, Alternate reality game)이라고 불리는 마케팅 기법과 연결된다. 롭이 발령받은 회사는 슬러쇼의 일본 지사이다. 슬러쇼는 가상의 음료인데 <클로버필드> 세계관을 공유하는 영화에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여기서부터 떡밥은 스크린을 벗어나 현실로 이어진다. 슬러쇼는 일본의 타구루아토라는 회사의 상품이다. <클로버필드>에서 폭파되는 유조선이 알고 보니 타구루아토 회사 소속이다. <클로버필드 10번지>의 주인공 하워드(존 굿맨)는 이 회사와 연관이 있는 또 다른 회사 볼드 퓨트라 사의 직원이었다. <클로버필드>에서 시작된 떡밥은 매우 거대하고 교묘하다. 더 궁금한 사람은 아래 블로그를 읽어보길 바란다. <클로버필드>와 <클로버필드 10번지>, <클로버필드 패러독스>에 대한 내용도 볼 수 있다.
<클로버필드>에서 시작된 떡밥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2차 세계 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 <오버로드>가 <클로버필드> 세계관의 네 번째 영화가 될 거라는 소식이 들린다. <클로버필드> 시리즈는 괴수물에서 시작해 <클로버필드 10번지>에서는 밀실 스릴러, <클로버필드 패러독스>에서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스릴러에 이어 전쟁 장르물까지 진화하고 있다. 참, <오버로드> 역시 J. J. 에이브럼스가 제작한 영화다.
<클로버필드>의 두 가지 키워드를 살펴봤다. 흔들리는 카메라는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도 있지만 <클로버필드>를 새로운 기법의 괴수영화로 만들어줬다. 또 <클로버필드>에서 시작된 어마어마한 떡밥들은 이후 공개된 영화들을 하나의 시리즈, 세계관으로 묶으면서 영화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됐다.
한가지 충고를 남긴다. 만약 이 포스트를 통해 <클로버필드>를 보기로 마음 먹었다면 J.J. 에이브럼스가 던져둔 떡밥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번 그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웬만해서는 빠져나오기 힘들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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