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배트맨 무비>

배트맨은 DC 코믹스 세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선과 악의 양면성을 띤 디자인과 설정 자체도 매력적이지만 매력적인 적수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조커, 펭귄, 캣우먼, 투 페이스, 미스터 프리즈, 레이쉬 알 굴, 베인 등 영화에도 등장하며 만화를 안 읽는 관객들도 알고 있는 유명한 캐릭터들도 있지만, 원작 만화 팬들이 격하게 아끼는 황당한 캐릭터들도 최소 200명 이상 되는 것이다.

재작년 개봉한 <레고 배트맨 무비>의 대단한 점 하나는 이러한 마이너 빌런들이 다수 등장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1초도 안 되는 스크린 타임이 전부였지만, 웬만한 네임드빌런들은 0.5초도 안 되는 카메오 형식으로라도 스쳐 지나가듯이 등장하였다.

레고 배트맨 무비

감독 크리스 맥케이

출연 윌 아넷, 마이클 세라, 랄프 파인즈, 로사리오 도슨, 자흐 갈리피아나키스, 머라이어 캐리, 제니 슬레이트, 빌리 디 윌리엄스, 채닝 테이텀

개봉 2017 미국, 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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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배트맨 무비>는 국내에서는 상영관도 적었지만 거의 아동층을 대상으로 한 더빙판을 상영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는데, 실제로 영화 자체는 전 세계 30대 전후 남성들의 심금을 울릴 만한 요소들이 많이 들어있었던 수작이었다.

실제로 <레고 배트맨 무비>의 레고 완구는 영화 개봉이 2년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신작이 발매되고 있는데 올해 초에도 새로운 세트들이 발매되어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였고, 심지어 레고 배트맨 미니피겨는 시즌 2가 발매되기도 했는데 영화 한 편의 관련 완구가 미니피겨 세트가 따로 나온 것으로도 모자라서 시즌 2까지 발매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이로써 영화에 0.1초라도 등장한 캐릭터를 포함한 모든 캐릭터가 완구화되었는데, 이는 아마도 <레고 배트맨 무비>가 처음일 것이다.

<레고 배트맨 무비>의 완구가 계속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한 수많은 빌런 덕분에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다. 매달 새로운 빌런들을 만들어내야 하는 편집국의 고충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DC 사장 폴 레비츠에 의하면 나중에는 소재가 고갈되어 편집실 창문 밖을 내다보며 보이는 것들을 소재로 삼거나 사무실 집기품이나 심지어는 사전에 나오는 명사들에 을 붙이는 방법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1. 카이트 맨
행글라이더를 타고 다니면서 악행을 저지르는 악당이라는 설정이다. 1960<배트맨> 133호에 처음 등장하였는데 1960년대는 배트맨이 코믹한 캐릭터에 가깝던 시절이라, 카이트 맨 역시 몸 개그에 가까운 행동을 보여주는 캐릭터였다. 심지어는 배트맨과 로빈을 피해 달아나다가 나무에 부딪혀서 기절하는 바람에 체포된 적도 있다. 지면에서는 최근 간행된 <배트맨: 리버스>의 조커와 리들러의 전쟁을 다룬 농담과 수수께끼의 전쟁편에서 상당히 비중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2. 폴카 도트 맨
다양한 색상의 폴카 도트가 그려진 흰색 내복 같은 것을 입고 다니는 악당인데, 각 색깔의 폴카 도트가 불덩이가 되기도 하고, 비행접시가 되기도 한다는 설정이다. 1962<디텍티브 코믹스> 300호에 처음 등장하였는데 이후 잊힌 캐릭터가 되었다가, 만화책 작가이기도 한 영화감독 케빈 스미스 (<점원들>, <체이싱 아미>)가 그를 불쌍히 여겼는지 본인이 저술한 <배트맨: 소음>에 한물 간 빌런으로 등장시켜 주기도 하였다.


3. 캣맨
캣우먼이 아니라 캣맨이다. 얼핏 보면 배트맨의 복장에서 색상과 가슴의 엠블럼만 바꿔 놓은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배트맨과 유사하게 억만장자라는 설정이고, 캣우먼에게 훔친 코스튬을 응용해서 만든 캣맨 코스튬으로 악행을 일삼는다. 고양이들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나마 좀 현실성이 있어 보이는 빌런.


4. 캘린더 맨
사실 캘린더 맨은 조연급 빌런은 아니고 나름 배트맨의 적수 중에서 유명한 축에 속한다. 첫 등장한 것은 1958<디텍티브 코믹스> 259호로 꽤 오래된 빌런인데, 역시 편집부에서 장난으로 만든 악당이었다. 달력에 집착하며 달력에 있는 중요한 날들에 맞춰 악행을 저지른다는 설정인데 머리와 몸에 각 달의 이름을 문신으로 새겨 넣은 것이 우스꽝스럽다. 1996<배트맨: 할로윈> 매우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면서 배트맨의 주요 적수로 승격되었다.


5. 콘디먼트(양념 왕)
<레고 배트맨 무비>로 가장 유명해진 캐릭터는 바로 콘디먼트 킹일 것이다. 케첩과 머스터드소스가 가득 찬 탱크를 백팩처럼 메고 다니며, 탱크에 연결된 물총으로 이것들을 발사해 무기로 사용한다. 심지어 조커조차도 작중에서 콘디먼트 킹을 비웃는다. 영화로 유명해지자 <배트걸: 이워 원>에 등장하는 등 점점 지면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올봄에 발매된 레고 세트 70920번에 미니피규어로 포함되어 있다.


최원서 / 그래픽 노블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