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수많은 영화가 있다.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볼까’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 이들을 위해 쓴다. ‘씨네플레이’는 ‘씨플 재개봉관’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봉하면 당장 보러 갈 영화, 실제로 재개봉하는 영화들을 소개해왔다. 이번에 만나볼 영화는 2008년 9월에 개봉한 <헬보이 2: 골든 아미>다.

헬보이 2: 골든 아미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론 펄먼, 셀마 블레어, 더그 존스 개봉 2008년 9월 25일 상영시간 120분

그땐 참 오래 기다렸다. 요즘은 길어도 2년 안에 속편이 나온다. 10년 전엔 달랐다. <헬보이 2: 골든 아미>(이하 <헬보이 2>)는 4년만에 나온 속편이다. 그 4년 동안 많은 것이 변했고 덕분에 <헬보이> 시리즈의 노선까지도 변화했다. 마지막을 선언하지 못한 채 떠난 <헬보이 2>를 돌아보자.


진짜 동화 같은 판타지 영화
<헬보이> 속 헬보이의 유년기.
<헬보이>에서 암시된 헬보이가 아눙 운 라마로 각성한 모습.

헬보이(론 펄먼)는 지옥에서 소환된 악마다. 아눙 운 라마라는 이름의 악마로 세상을 멸망시킬 존재지만 어린 시절 그를 구출한 트레버 블룸(존 허트) 교수의 교육 덕분에 초자연현상 연구방위국(B.P.R.D)에서 세상에 도움이 될 법한 일을 하고 있다. <헬보이>는 헬보이가 아버지 같은 트레버 블룸을 잃고, 세상을 파괴할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과정을 신입 요원 존 마이어스(루퍼스 에반스)의 입장에서 보여줬다. 그래서 이 영화는 인간의 눈으로, 도시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비밀스러운 사건을 그린 ‘어반 판타지’(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장르)에 가까웠다.

(왼쪽부터) <헬보이>의 캐릭터 리즈 셔먼, 헬보이, 존 마이어스.
<헬보이>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헬보이 2>로 돌아올 때, 그는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이하 <판의 미로>)로 역대급 연출력을 보여준 직후였다. 자연스럽게 연출의 권한이 커졌다. 델 토로 감독은 원작자 마이크 미뇰라를 스토리 작가로 앉혔고, 그와 함께 기본 스토리와 캐릭터를 짰다. 1편에서 헬보이와 비정상적인 세계를 소개했던 인간의 시선은 과감하게 들어냈다. 그리고 자신의 시각적 비전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헬보이 2>는 1편과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됐다. 스토리는 캐릭터를 제외하면 느슨하게 이어질 뿐이고, 영화의 주 배경도 도시에서 동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다른 차원의 세계가 됐다. 어두컴컴한 지하철 통로 대신 징그럽지만 활기 넘치는 트롤마켓이 준비됐다. 그야말로 ‘동화’나 ‘환상’이란 단어가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장면들로 채워졌다. 돌이켜 보면 <헬보이> 1편과 2편은 <판의 미로> 속 눅눅한 현실, 그로테스크한 환상의 대비가 확장됐다고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달랐다.

<헬보이2>
<헬보이>와 <헬보이2>의 리즈 셔먼. 달라진 불꽃 색도 두 영화의 톤 차이를 보여준다.

애증의 괴물에서 괴물의 사랑으로
(왼쪽부터) 일러스트레이터 어기 파간(Augie Pagan), 쳇 필립스(Chet Phillips)가 그린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과 작품들.

델 토로 감독은 데뷔한 이래 괴물에서 눈을 돌린 적이 없다. <크로노스>, <미믹>, <악마의 등뼈>, <블레이드 2>, <판의 미로>…. 그렇게 여러 괴물들을 거쳐왔기 때문일까. <헬보이 2>에서 델 토로 감독의 시선이 달라졌다. 이 영화에서 그는 괴물들의 사랑을 그려냈다. 이전 작품들에서 그 괴물들이 인간과 완전히 다른 존재 혹은 인간의 방어기제가 만들어낸 무언가라면 헬보이(와 동료들)는 인간적인 교류를 꿈꾸고 희망하는 존재다. 전편 <헬보이>에서 리즈 셔먼(셀마 블레어)과 헬보이의 사랑을 그대로 속편으로 이어왔다. 심지어 두 사람을 사실상 부부의 관계로 그리면서 남녀 간의 감정선을 포착하려는 노력마저 기울였다.

(왼쪽부터) <헬보이2> 리즈 셔먼, 헬보이.
(왼쪽부터) <헬보이2> 누알라 공주, 에이브.

한편 헬보이와 리즈 셔먼이 오래된 커플의 권태를 맡고 있다면, 에이브(더그 존스)와 누알라(애너 월턴) 공주는 첫사랑의 풋풋함을 보여준다. 늘 이성적이고 고상할 것 같은 에이브가 누알라 공주 앞에서 쩔쩔매고, ‘사랑 노래 히트곡 모음집’에서 베리 매닐로우의 ‘캔트 스마일 위드아웃 유’(Can't Smile Without You)를 찾아 듣는 장면은 하이라이트급 임팩트를 선사한다. 헬보이와 함께 맥주를 먹으며 흥얼거리는 귀여운 장면은 델 토로 감독이 생애 첫 속편을 맡은 영화 속 인물들을 어떤 방식으로 애정하는지 잘 보여준다.

<헬보이2>의 하이라이트.

그래서 <헬보이 2>가 어떤 장르인지 묻는다면, 다른 단어보다 로맨스가 먼저 떠오른다. 리즈 셔먼이 이 영화에서 고민하는 것도 결국 사랑의 결과이며, 헬보이가 위기 끝에 결말에 다다르는 것도 사랑의 과정이며, 에이브가 남들이 상상 못한 결단을 내리는 것도 사랑의 순간이다. 델 토로 감독이 괴생명체와 인간의 사랑을 그린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2017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쥘 때 분명 <헬보이2>를 떠올렸을 사람도 여럿 있었을 것이다.

<헬보이2> 중 베리 매닐로우의 ‘캔트 스마일 위드아웃 유’ 삽입 장면.

영원히 오지 않은 엔딩을 꿈꾸며
<헬보이2> 죽음의 천사는 속편을 암시하는 중요 인물이다.

원래대로라면 <헬보이 3> 혹은 그에 준하는 속편을 진작에 만났어야 한다. <헬보이 2>에서 헬보이(아눙 운 라마)의 운명과 헬보이와 리즈 셔먼의 아이(들)가 암시됐기 때문에 <헬보이 3>는 언젠가 제작될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헬보이> 시리즈는 1, 2편 모두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고 속편 프로젝트는 끝도 없이 미뤄졌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SNS에서 진행된 투표. 답안이 (3편을) ‘보고 싶다’와 ‘X나 보고 싶다’이다.

2017년 1월엔 기예르모 델 토로가 직접 SNS에 <헬보이 3>의 운명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투표를 열어 “10만 건이 넘으면 론 펄먼, 마이크 미뇰라와 함께 3편 제작을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당연히 투표는 10만을 훌쩍 넘어 13만 2000여 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 달 뒤, 델 토로 감독은 SNS를 통해 “3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이런 얘기를 전하게 돼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헬보이>는 데이빗 하버를 주연으로 한 리부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3개월 후엔 기예르모 델 토로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만일 수상 시점이 좀 더 빨라서 제작자들이 다시 델 토로의 <헬보이>에 기대를 걸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게 된다.

<헬보이> 리부트 스틸컷. 배우는 데이빗 하버.

리부트 소식을 끝으로, 델 토로 감독의 위대한 사랑 이야기는 그 끝을 알 수 없게 됐다. 헬보이가 세상을 파멸시킬 아눙 운 라마로서 각성하게 됐을지, 세계는 어떻게 변화했을지는 각자의 상상으로만 맛볼 수 있게 됐다. 2편이 나오지 못하고 3편이 망친 3부작도 많다지만 3편이 없는 <헬보이> 3부작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무척 아쉽다. 헬보이와 리즈가 행복하게 산다는 해피엔딩을 꿈꾸며 영원히 오지 않을 멸망에 만족해야겠다.

헬보이 2: 골든 아미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론 펄먼, 셀마 블레어, 더그 존스

개봉 2008.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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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보이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 론 펄먼, 존 허트, 셀마 블레어, 루퍼트 에반스, 카렐 로든, 제프리 탬버

개봉 200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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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보이

감독 닐 마샬

출연 데이빗 하버, 밀라 요보비치, 이안 맥쉐인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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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