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기간이 무려 25년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예매했다.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제작이 25년 걸렸을까.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영화에는 그 곡절이 담겨 있을까. 여러가지 궁금증을 안은 채 영화를 관람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5년의 한풀이가 느껴지는 영화였다. <돈키호테를 죽인 남자>의 국내 극장 개봉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아쉬운 마음에 써 보는 <돈키호테를 죽인 남자>의 매력 포인트들을 소개한다.
- 돈키호테를 죽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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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테리 길리엄
출연 올가 쿠릴렌코, 아담 드라이버, 스텔란 스카스가드, 조나단 프라이스
개봉 미개봉
돈키호테를 죽인 남자
The Man Who Killed Don Quixote / 2018 / 스페인, 영국, 프랑스, 포르투갈
감독 테리 길리엄 출연 아담 드라이버, 조나단 프라이스, 올가 쿠릴렌코, 스텔란 스카스가드
제작기간만 25년! 도대체 무슨 일이?
<돈키호테를 죽인 남자>는 마치 대서사의 막이 열리는 것처럼 “드디어 완성했다”라는 선언과 함께 시작한다. 25년만에 완성된 <돈키호테를 죽인 남자>는 끊임없는 제작난항을 겪어야 했다. 주연배우 교체, 제작비 갈등으로 인해 영화는 번번히 무산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조나단 프라이스와 아담 드라이버가 주연으로 발탁되면서 프로젝트는 재개됐다. 제71회 칸 영화제 폐막작 선정 과정에서는 법적분쟁이 일었다. 제작자 파울로 브란코가 영화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상영이 불투명해졌다. 이에 대해 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입장을 밝혔고, 결과적으로 테리 길리엄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25년이란 세월을 뚫고, <돈키호테를 죽인 남자>는 드디어 관객들을 만났다.
이성적인 토비, 이상적인 하비에르
냉소적인 CF 감독 토비(아담 드라이버)는 돈키호테를 모티프로 한 광고를 촬영하고 있다. 열정 없이 시간을 때우던 그는 우연히 자신이 학생 때 촬영했던 ‘돈키호테’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 순수하게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차있던 그 시절을 회상하며, 그는 당시 영화 촬영장으로 향한다. 10년 만에 방문한 그곳은 기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순수했던 소녀 안젤리카(올가 쿠릴렌코)는 영화를 촬영한 후, 배우가 되기 위해 마드리드로 갔고, 결국 사교장의 파트너 대행을 해주는 창녀로 전락했다. 돈키호테 역을 맡았던 평범한 구두장이 하비에르(조나단 프라이스)는 여전히 자신이 진짜 돈키호테라고 믿고 있다.
토비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하비에르와 함께 여정을 떠난다. 하비에르는 토비를 ‘판초’라 부르며 종 취급을 하고, 이성적인 토비는 그런 하비에르의 모습이 매번 당황스럽기만 하다. 감독 테리 길리엄은 소설 ‘돈키호테’ 속 유명한 에피소드인 풍차와 싸우는 장면, 포도주 자루를 적으로 착각하는 장면 등을 각색해 환상과 현실을 이어 붙였다. 이 과정에서 현실 감각을 갖고 있는 토비는 당황하고 오히려 하비에르가 태연하게 그를 나무란다. 둘의 티키타카는 관객들의 웃음 포인트를 자극한다.
21세기 속 처연한 돈키호테
토비와 하비에르의 모험은 유쾌하지만 동시에 처연하다. 하비에르는 끊임없이 돈키호테의 이상을 외치지만 토비는 그런 그를 광인으로만 취급한다. 관객들 역시 하비에르의 현실감각 없는 대사에 웃음을 터뜨린다. 이성적인 21세기에서 늙은 돈키호테는 단지 광인일 뿐이다. 영화는 소설 ‘돈키호테’에 크게 구애 받지 않는 창작물이지만 하비에르를 광인으로 만듦으로서 21세기 돈키호테를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여성을 지키겠다는 기사도 정신을 위해 하비에르는 괴물과 맞서 싸운다. 그게 관객들의 눈엔 단순히 풍차로 보일지언정 그는 세계와 끝까지 싸운다. 두려움에 맞서 순수함, 이상을 지키려는 그의 행동은 스크린 속에서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열정을 갖고 돌진하는 자를 보고 웃는 세계 속에서 돈키호테는 관객들에겐 그저 구경거리일 뿐이다. 결국 돈키호테를 비참하게 만드는 건 그의 환상이 아닌, 그를 광인으로 소비하는 이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25년간 한 영화를 놓치 않고 있던 테리 길리엄 역시 돈키호테로 보인다. 많은 이들이 실패를 예측할 때, 그는 끝까지 밀고 나가 결국 완성했다. 영화에 대한 그의 순수한 열정과 현실에 대한 고뇌를 동시에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환상적인 연기
영화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뜨렸기 때문에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여기저기로 튀는 이야기를 힘 있게 이끌고 가는 건 역시 배우들의 연기다. <브라질>(1985), <바론의 대모험>(1989)에서 테리 길리엄 감독과 호흡을 맞췄던 조나단 프라이스는 이번에도 역시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아담 드라이버는 토비 역을 맡았다. 냉소적인 CF 감독에서 하비에르의 환상에 사로 잡히는 코믹한 연기로 극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특히 클라이막스에서 그가 보여주는 연기는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씨네플레이 김명재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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