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파격적인 공간 확장을 시도했다. 영화의거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20분 넘게 가야 도착하는 곳, 팔복예술공장에서 비(非)-극장 설치 프로그램 ‘익스팬디드 플러스: 유토피안 판톰’과 올해로 5회를 맞이한 ‘100 Films, 100 Posters’ 전시를 진행한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거리 만큼 사람들이 북적이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이들 또한 그 못지 않다. 특히 팔복예술공장에 방문해야만 구입할 수 있는 ‘100 Films, 100 Posters’ 관련 굿즈나 포스터를 찾는 열기가 뜨겁다. ‘100 Films, 100 Posters’는 매년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100편의 포스터를 100명의 그래픽 디자이너가 제작해 전시하는 행사다.
팔복예술공장을 찾은 관객 이혜진 씨가 “미술관 나들이를 하러 간다는 생각으로 이곳을 찾았다”고 전한 것은 ‘100 Films, 100 Posters’의 매력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지난 5년간 이 이벤트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대표 문화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행사의 큐레이션을 맡은 김광철 프로파간다 대표는 “느닷없이 처음 오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이 전시를 경험했던 사람들이 찾는다”며 그 분위기를 전했다. 관객의 연령층도 10대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편으로, 지난해에는 포스터만 3000장 이상 판매됐다. 올해는 영화감독과 포스터 디자이너가 만나는 ‘포스터의 밤’을 추진해, 서로 다른 영역의 창작자가 교감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했다. 미래의 영화제는 관객에게 어떤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할 것인가. ‘100 Films, 100 Posters’는 이 질문에 나름의 답을 찾아 그 가능성을 계속 실험하고 있다.
- 80년대 쏘렉스 카세트테이프 공장이 입주했던 터를 리모델링해 2016년 개관한 팔복예술공장. 서울 성수동 대림창고처럼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폐공장만의 개성을 살린 이곳은 ‘100 Films, 100 Posters’ 전시를 찾은 영화제 관객과 단단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중이다. ‘100 Films, 100 Posters’ 행사를 관람한 후 기념사진을 찍는 이들로 전시 공간 안팎이 북적였다. “영화의거리는 미술 공간이 아니라 설치에 제약이 있었지만 대신 접근성이 좋다. 팔복예술공장은 설치 여건이 상당히 좋은 반면 접근성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보시다시피 사람이 꽤 많이 찾는다. 결과적으로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은 것 같다.”(김광철 대표)
- 포스터를 구입하고 싶은 관객을 위해 마련된 철재 포스터함. “심플한 공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강력한 한방”(조현열 디자이너)을 위해, 어떤 재질로 포스터함을 만들어야 하느냐도 주된 논의 대상이었다. 나무 등 다른 재료도 후보에 올랐으나, 공장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철재가 선택됐다고.
- 팔복예술공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100 Films, 100 Posters’ 굿즈들. 올해는 이 행사만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가방과 티셔츠 등 굿즈를 특별히 제작했다.
- 팔복예술공장 안에 마련된 이 전시 공간에는 정확히 103장의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다. 7m*35m 규모의 벽에 이들을 한꺼번에 붙였을 때 생기는 규모감을 강조하기 위해 오히려 다른 장식은 배제했다.
“영화 포스터는
한 장짜리 영화다”
김광철 프로파간다 대표(큐레이션),
조현열 헤이조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인 총괄) 인터뷰
100명의 그래픽 디자이너는 어떻게 섭외하나.
김광철 이 행사는 다양한 그래픽 디자이너를 대중에 소개하고, 아카이빙하는 장이기도 하다. 젊은 디자이너가 70%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 30%는 30대 중반에서 40대까지의 기성 디자이너로 섭외한다. 독립 디자이너와 에이전시 소속, 남성과 여성의 비율도 균형 있게 가져가면서 한국 그래픽 디자인 신을 어느 정도 반영하려고 한다.
상영작 100편은 어떻게 선택되나. 그리고 디자이너에게 내리는 특별한 지침이 있는지 궁금하다.
조현열 영화제에서 정해준다. 자유롭게 포스터를 만들어도 된다는 허락을 영화 제작자에 구하는 과정을 거친 후 100편이 정해지면, 디자이너들이 세 편씩 고른 후 무작위로 작품을 분배한다. 그렇게 영화가 정해진 후에는 작품을 감상하고, 디자인 시간은 딱 2주만 준다.
김광철 디자인을 요청할 때 딱 2가지 요건만 제시한다. 영화 제목, 그리고 전주국제영화제 로고가 있어야 한다는 것. 나머지는 완전히 디자이너에게 맡긴다. 상업영화 포스터가 아니라 주관적인 디자이너의 시각을 중요시한 작품이다. 이런 표현의 실험성이 독립영화에 애정을 보여왔던 전주국제영화제의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올해 행사의 메인 포스터는 어떻게 디자인했나.
조현열 워낙 팔복예술공장이라는 공간이 강렬해서, 디자인할 때 공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공장의 형태와 공장 앞 기찻길을 만들고, 글자는 꽉 찬 느낌을 주게끔 나눠서 배치했다.
‘포스터 전시’가 영화제 관객에게 어떤 경험을 줄 수 있다고 보나.
김광철 어떻게 보면 영화 포스터는 한 장짜리 영화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짜리 영화가 응축된, 확장된 하나의 영화 형식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100장의 포스터가 집단으로 모여 있는 시각적 경험은 어디서도 할 수 없다.
올해 포스터 중 각자 마음에 드는 작품을 꼽아줄 수 있나.
조현열 박연주 디자이너의 <지구를 지켜라>(63번). 디자이너의 기존 스타일과 방법론을 생각할 때, 그 연장 선상에서 포스터를 이렇게 만들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리고 라프트의 <뎀프시롤(가제)>(75번). 실험적이면서 이상한 매력을 발산하는 비주얼에 감동 받았다.
김광철 손아용 디자이너의 <겨울의 구박>(21번). 포스터를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끌렸다. 그리고 유명상 디자이너의 <수확>(36번.) 상업적인 영화 포스터 문법에서 완전히 벗어난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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