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에게>(MOONLIT WINTER)
임대형 | 한국 | 2019년 | 106분 | 폐막작ㅣOCT 12 BT 18:00
윤희(김희애)는 “사람을 외롭게 하는 사람”이다. 왜일까? 그녀는 어쩌다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까지 외롭게 만들어버렸을까. 임대형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윤희에게>는 남편(유재명)과 이혼하고 고등학생 딸 새봄(김소혜)과 살아가는 윤희의 삶에 편지 한 통을 띄운다. 오타루에 사는, 오래전 친구가 보낸 그 편지는 곧이어 윤희와 새봄을 계획에 없던 여행으로 이끈다. 자신을 감추고 물러서는 데 익숙해져야 했던 여성 윤희가 온전한 회고와 그리움에 잠길 수 있도록 허락하는 곳, 그들이 도착한 곳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아름다운 설경의 도시다. 이제 막 사랑을 배워가는 딸과 사랑의 상실을 복기하는 엄마는 그렇게 타지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동시에 고대하던 누군가와의 재회를 꿈꾼다. 추억 속의 연인과 재회한 아버지, 첫사랑을 막 시작한 딸을 교차 편집한 에드워드 양의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의 서정적 전개와도 닮은 설정이다.
암 선고를 받은 남자가 아들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담았던 데뷔작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2016)와 마찬가지로, <윤희에게>는 삶의 호시절이 지나가 버린 사람에 대한 애틋한 탐구를 이어간다. 여성과 소수자를 향한 차별이 완고했던 시대를 통과한 수많은 ‘윤희들에게’ 사려 깊은 위로를 건네는 영화다. 분노나 절망 대신 체득과 치유의 정서를 택한 영화는, 전작보다 한층 더 따뜻하고 선한 세계의 아름다움에 몰두하고 있다. 성취해야 할 주제나 감정을 향한 강박 없이 영화 전체를 감싸는 침착한 집중력이 돋보인다. 눈처럼 쌓인 시간의 더께 아래에는 사랑의 폐허가 녹슬 줄 모르고 남아 있지만, 지금의 자리에서 일상의 용기를 되새기는 인물의 모습이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 작품. 이국적인 풍경이 주는 감흥과 배우진의 섬세한 조화도 매력적인 요소다.
글 김소미
<씨네21>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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