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는 언제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것인가. 지금 할리우드는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가 대세다. DC의 슈퍼히어로는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맥을 못 추고 있다. 원더우먼(갤 가돗), 할리퀸(마고 로비),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 특히 조커(호아킨 피닉스) 등이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 라고 반론을 제기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의견이 틀린 건 절대 아니지만 DC를 대표하는 슈퍼히어로는 누가 뭐라고 해도 배트맨과 슈퍼맨이다. 그래서다. DC는 배트맨(벤 애플렉)과 슈퍼맨(헨리 카빌)을 동시에 내세운 <저스티스 리그>의 실패를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 잭 스나이더의 감독판도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DC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배트맨의 새 영화가 필요하다. 그 어려운 일에 도전한 여정이 드디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지난 1월 28일(현지시각) 맷 리브스 감독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더 배트맨>의 런던 촬영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오래 기다렸다.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을 연기하는 <더 배트맨>의 촬영이 마침내 시작됐다. 많은 팬들이 이미 알고 있겠지만 <더 배트맨>은 우여곡절을 크게 겪었다. 2015년에 시작된 프로젝트가 이제 결실을 맺을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더 배트맨>은 제작 발표 당시부터 기대가 컸다. DC의 가장 인기 많은 슈퍼히어로의 새 단독 영화였기 때문이다. <저스티스 리그>에서 배트맨을 연기했던 벤 애플렉이 그 무게를 견뎌야 했다. 주연과 연출까지 맡기로 했다가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2017년에 <혹성탈출> 시리즈로 능력을 인정받은 맥 리브스가 감독으로 결정됐다. 그 사이 2019년 개봉 예정이던 <더 배트맨>의 개봉일이 연기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후 <더 배트맨>의 핵심 사안은 누가 배트맨을 연기할 거냐라는 거였다. 벤 애플렉이 감독은 안 하더라도 여전히 배트맨을 연기할 거라는 기대는 그가 알코올 중독 치료소에 들어가면서 완전히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를 대신할 배우로 제이크 질렌할이 거론됐다. 존 햄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밖에 아미 해머, 오스카 아이작, 니콜라스 홀트 버전의 배트맨도 있었다. 2019년 5월,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로버트 패틴슨이 배트맨/브루스 웨인으로 캐스팅됐다. 로버트 패틴슨은 자신의 출세작인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후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 영화에 일종의 환멸을 느끼고 아트하우스 영화에 출연했다. 그런 그가 <더 배트맨>의 출연을 결심한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더 배트맨>이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처럼 DCEU의 세계관과 다른 결을 가진 영화가 될 것이라는 확증이기도 하다.
길고 힘든 시간이었다. 로버트 패틴슨의 합류 이후 다른 캐스팅도 속속 확정되며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2020년 1월, <더 배트맨>의 최종 출연자 리스트가 공개됐다. 패틴슨과 함께 출연하는 배우는 캣우먼 역의 조 크라비츠, 알프레드 역의 앤디 서키스, 펭귄 역의 콜린 파렐, 더 리들러 역의 폴 다노, 제임스 고든 역의 제프리 라이트, 카마인 팔콘 역의 존 터투로, 길 콜슨 역의 피터 사스가드, 벨라 리얼 역의 제이미 로슨 등이다. 여기 소개한 배우들의 이름들만으로도 <더 배트맨>은 기대를 갖게 만든다. 누구 하나 거를 타선이 없다고 표현한다는 지나친 것일까. 참고로 연기 잘하기로는 빠지지 않은 조나 힐도 출연자로 물망에 올랐지만 출연하지 못했다.
아직 <더 배트맨>의 줄거리는 공개되지 않았다. 젊은 브루스 웨인이 등장하며 위의 캐스팅 리스트에서 봤듯이 캣우먼, 펭귄, 리들러 등의 빌런이 등장할 예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제프리 라이트가 연기하는 흑인 제임스 고든 경감을 보게 되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출연진에 대한 정보 이외의 힌트도 있다. 지난해 보도된 ‘할리우드리포터’의 맷 리브스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더 배트맨>은 누아르 영화 스타일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리브스는 “배트맨은 탐정 모드일 것이다. 이전 시리즈에서는 보지 못한 장면이다. 배트맨은 범죄자를 추적하는 세계 최고의 탐정이어야 한다. 배트맨이 범죄를 해결해나가는 여정에서 어떻게 변신할 수 있을지 따라가려 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스크린 렌트’는 <더 배트맨>에 여러 빌런이 동시에 출연하는 만큼 각 빌런마다 하나씩, 다양한 엔딩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펭귄 역의 콜린 파렐은 <더 배트맨>의 대본이 “정말 아름답고 어두면서 감동적이며 멋지다”면서 “전형적인 배트맨의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파렐의 발언 가운데 뒷 부분, “전형적인 배트맨의 분위기와는 다르다”는 말에 의미를 둘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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