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는 더 이상 애니메이션에 주력하는 회사는 아니지만, 여전히 디즈니 하면 떠오르는 건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이다. 지금의 디즈니가 있기까지 탄탄대로를 만들어준 애니메이션들의 숨겨진 비화들을 소개한다. 몇몇은 동심파괴적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자.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부터 소개한다. 1977년부터 2009년까지 미키 마우스를 전담한 웨인 올와인, 1986년부터 2019년 타계 전까지 미니 마우스를 전담한 루시 테일러는 실제로 부부 사이다. 두 사람은 1991년 결혼했다.
디즈니 여성 직원들의 취향은? <라푼젤>의 플린 라이더를 보면 알 수 있다. 플린 라이더를 디자인하기 위해 네이슨 그레노, 바이론 하워드 감독은 여성 직원들을 소집했다. 그리고 미팅룸 벽에 할리우드 역사상 잘생겼다는 배우들의 사진을 붙여놓고 어떤 배우의 어떤 부분이 좋은지 의견을 나눴다. 그 결과물이 바로 플린 라이더. 당시 벽에는 진 켈리, 휴 잭맨, 브래드 피트, 데이비드 베컴 등이 붙어있었다고. <라푼젤> 제작에 참여한 한국인 디자이너 말로는 데이비드 베컴이 가장 인기가 많아서 그를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플린 라이더처럼 잘생긴 배우가 모티브인 캐릭터가 또 있다. <알라딘>의 주인공 알라딘이다. 알라딘은 원래 <백 투 더 퓨쳐>의 마이클 J. 폭스가 모델이었는데, 제작 도중 공주가 반할 만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톰 크루즈를 모티브로 다시 디자인했다.
실존 인물 모티브의 여성 캐릭터도 있다. <인어공주>의 에리얼은 알리사 밀라노가 모델이다. 드라마 <후스 더 보스?>, 영화 <코만도> 등에 출연하고 가수로도 활동한 스타. 알리사가 나중에 밝히길, <인어공주>가 개봉한 후에야 디즈니에서 “이런 비하인드가 있는데 언급해도 괜찮겠냐”고 의사를 물었고, 당황하면서도 멋진 일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인어공주> 제작자 하워드 애쉬먼은 에리얼의 목소리를 맡은 조디 벤슨이 ‘파트 오브 유어 월드’(Part of Your World)를 녹음할 때, 에리얼의 외로움에 더 빠져들 수 있도록 스튜디오 불을 끄자고 제안했다. 조디 벤슨도 이에 동의했다. 녹음 당시 영상을 보면 은근히 바닷속 깊은 곳 같은 느낌이 들기도.
진짜 노래 천재. <미녀와 야수>에서 주전자 폿 부인 역을 맡은 안젤라 랜즈베리는 ‘뷰티 앤 더 비스트’(Beauty and the Beast) 녹음을 딱 한 테이크만에 끝냈다. 심지어 그는 밤새 비행기를 타고 녹음실로 온 상태였다. 믿기지 않겠지만 벨을 연기한 페이지 오하라가 그 현장을 보고 직접 인터뷰에서 밝힌 이야기다. 안젤라의 당시 나이는 만 66세. 베테랑 배우답게 자기 관리가 철저한 모양이다.
<밤비>에서 어린 밤비를 연기한 도니 듀나건은 성년이 되자 해병대에 입대했다. 신병훈련소의 간부로 근무하게 된 그는 자신에게 ‘밤비 소령’ 같은 별명이 생길까 봐 밤비 목소리를 연기했단 걸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밤비>의 인간은 미국 영화 연구서(AFI)에서 뽑은 최고의 영화 속 빌런 100명 중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10위를 달성한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의 여왕을 제외하면 디즈니 캐릭터 중 가장 높은 순위. 놀랍게도 인간은(영화를 본 관객은 알겠지만) 영화에서 언급만 될 뿐,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세계 최초 극장용 풀 컬러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백설공주를 연기한 아드리아나 카셀로티(Adriana Caselotti)는 얼마나 받았을까. 일당으로 20달러씩, 총 970달러를 받았다고 한다. 지금 물가로 환산하면 약 17000 달러(약 2100만 원). 제작비가 149만 9천 달러인데, 주인공 성우에게 970달러라니. 하지만 이 작품의 대성공으로 아드리아나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고,<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재개봉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에 참여했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에 얽힌 두 가지 이야기. 뉴욕의 라디오시티뮤직홀은 이 애니메이션의 상영 기간 중 시트를 교체해야 했다. 마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어린 관객들이 오줌을 지려버렸기 때문.
미국 아카데미는 1939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제작한 월트 디즈니에게 명예상을 수상했다. 이 상이 유독 특별했던 이유? 아카데미가 월트 디즈니에게 하나의 오스카와 7개의 오스카 미니어처를 줬기 때문.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맞춤형 서비스!
피터팬의 모델이자 목소리를 맡은 바비 드리스콜. 그는 이 작품으로 일약 스타에 올랐지만, 마약에 빠져서 배우 인생은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31살의 나이에 버려진 아파트에서 시체로 발견돼 삶의 종지부를 찍었다. 더 안타까운 건 신원을 확인할 길이 없어 신원 미상의 홈리스 공동묘지에 묻혔다고. 나중에 지문 확인 절차를 통해 비로소 그가 누구인지 세상에 알려졌다.
<덤보>는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중 가장 짧은 작품이자, 주인공이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유일한 작품이다.
<공주와 개구리> 티아나는 보조개가 있는 유일한 디즈니 프린세스. 목소리를 연기한 아니카 노니 로즈의 특징을 반영한 것이다.
존 라첸버거는 픽사 스튜디오의 장편 애니메이션에 모두 출연한 유일한 배우. 전부 나열해보자면 이렇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햄, <벅스 라이프> P.T. 플리, <몬스터 주식회사> 시리즈의 예티, <니모를 찾아서> 물고기 무리, <카> 시리즈의 맥, <라따뚜이> 무스타파, <월-E> 존, <업> 건축 직공 톰, <메리다와 마법의 숲> 고든, <몬스터 대학교> 예티, <인사이드 아웃> 프리츠, <굿 다이노> 얼, <도리를 찾아서> 남편 게 빌, <코코> 치과의사까지. 앞으로 나올 <소울>과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도 이미 출연 확정됐다.
인생사 새옹지마. 무려 600만 달러를 들여 만든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개봉 후 530만 달러를 버는 데 그쳤다. 역대급으로 돈을 들였으나(전작들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제작비였다), 폭망했기 때문에 디즈니는 애니메이션 부서를 대량 정리해고했다. 그러나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재상영을 거듭하며 5160만 달러로 흥행 기록을 경신했다.
1930·40년대 디즈니 고전 작품의 셀은 아쉽게도 거의 다 원본이 없다. 작품을 완성하면 사용한 셀룰로이드를 바닥에 흩뿌리는, 초창기 직원들만의 전통(?) 때문. 심지어 셀룰로이드의 미끄러운 표면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놀았다니, 멀쩡한 셀이 있을 리가.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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