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미러> 포스터

넷플릭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앤솔러지 드라마 <블랙 미러>가 오는 6월 15일, 4년여 만에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온다. 2019년 시즌 5가 공개된 후, 소재가 고갈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과 함께 <블랙 미러>의 영광이 끝났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걱정은 접어두자. 이 드라마의 기획자이자 대부분의 이야기를 직접 쓴 찰리 브루커에 의하면 곧 공개될 시즌 6은 '가장 예측할 수 없는 시즌'이 될 전망이니.

넷플릭스가 공개한 예고편이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속에서 자신의 삶을 연기하는 할리우드 배우를 발견하는 평범한 여성,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불가사의한 일에 휩쓸리는 젊은이들, 궤도에 있는 우주 정거장 등을 비추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운데, 이미 팬들은 <블랙 미러> 시리즈 중 최고의 시즌인 시즌 4의 기운이 느껴진다며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 열광에는 배우들의 몫도 크다. <브레이킹 베드>의 아론 폴, <블랙 호크 다운>의 조쉬 하트넷, <프리다>의 셀마 헤이엑 등 반가운 얼굴들의 참여는 시즌에 대한 기대를 한층 높였다.

조쉬 하트넷(좌), 셀마 헤이엑(우)

기술혁명과 미디어의 변화, 이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 분노 그리고 사회 부조리를 독특한 상상력으로 그린 드라마 <블랙미러>는 '근(近) 미래' 상상력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는 팬데믹을 겪으며 영화가 예측했던 몇 가지 미래가 현실이 되는 것을 목도하기도 했다. 비접촉식 상호작용이 확대되고, 데이터를 활용한 감시가 보편화되며, 챗 GPT가 등장한 시대에 <블랙 미러>는 또 어떤 이야기로 우리를 흔들어 깨울까.

오늘은 곧 공개될 <블랙 미러> 시즌 6를 기다리며, 필자의 뇌리에 박힌 에피소드를 정리해 봤다. 드라마는 각각의 작품이 독립적으로 완결되는 옴니버스 형식이어서 어떤 시리즈의 어떤 에피소드를 먼저 봐도 상관없다. 시즌을 건너 뛰고 에피소드를 가로지르자. 오랜 팬들 사이에서조차 시즌마다, 에피소드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드라마인 만큼, 자신이 가장 애정하는 에피소드가 곧 최고의 에피소드다.


시즌 1-1화: 공주와 돼지(The National Anthem)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 시즌 1 첫 에피소드 <공주와 돼지>

2011년 <블랙 미러> 시즌 1이 공개되었을 때 받았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파격적인 스토리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장면에 영국식 블랙코미디(본래 영국 '채널 4'에서 방송한 시리즈다)를 가미한 시즌 1은 로튼 토마토 지수 98%를 기록하며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특히 첫 편 <공주와 돼지>가 공개됐을 때 세계는 이에 대한 논쟁으로 뜨거웠다. 영국의 공주를 납치한 범인이 협상 조건으로 총리에게 돼지와의 수간(獸姦)을 생중계, 그것도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공유한다는 제시한다는 설정은 당시로써 파격 그 자체였다. 이 시리즈의 기획자이자 각본가 찰리 브루커는 “21세기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텔레비전과 휴대폰, 모니터를 보며 지낸다. 하지만 전원이 꺼지면 그것들은 모두 우리를 비추고 있는 어두운 거울(Black Mirror)에 불과하다”라고 <블랙 미러>의 제작 배경을 밝힌 바 있는데, 가십거리를 찾아 화면 앞으로 모여 등잔 밑은 보지 못하는 우매한 대중을 풍자한 우화는 우리의 뼈를 때린다.


시즌 2-3화: 왈도의 시간(The Waldo Moment)

왈도의 시간

시즌 1로부터 2년 후에 공개된 두 번째 시즌 역시 로튼토마토 지수 87%의 높은 평점을 기록했다. 특히 시즌 2의 신랄한 정치 드라마 <왈도의 시간>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큰 주목을 받게 된다. 삼류 극단 배우 제이미(다니엘 릭비)는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파란곰 캐릭터 '왈도'의 목소리를 연기한다. 유명 인사에 대한 저급한 유머와 근거 없는 힐난으로 유명해진 왈도. 어느 날, 지방 선거 유력 당선 후보인 보수당 정치인 먼로(토바이어 맨지스)가 왈도의 코너에서 망신 당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며 그는 일약 인기스타가 된다. 이에 방송사 사장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즉흥적으로 왈도를 먼로 비방용으로 선거에 출마시키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폭발적이다. <왈도의 시간>은 양비론, 옐로 저널리즘 등으로 대표되는 정치판의 치부를 풍자하는 한편, 왈도라는 캐릭터를 통해 정치적 무관심이 몰고 올 파국을 경고한다.


시즌 3-1화: 추락(Nosedive)

레이시는 5점 만점에 4.2점의 평점을 가졌다. 하지만 4.5점이 넘어야 드림하우스의 월세를 할인받을 수 있다. 0.3점이 절실하다.

페이스북의 댓글을 살피고,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수를 세느라 밤을 새워 본 적 있는 당신이라면, '좋아요'가 '사회적 신용등급' 혹은 '자본'이 되는 사회를 상상하기 쉬울 것이다. <블랙 미러>의 베스트 시즌 중 하나라는 평가에 걸맞게 시즌 3의 여섯 편의 에피소드는 버릴 것이 하나 없지만 특히 <추락>은 이후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의 모티브가 된 '평점'에 대한 이야기로 눈길을 끈다. 평점이 곧 사회적 평판과 직결되어 사회적인 지위까지 결정되는 세상에서 주인공 레이시 파운드(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4.2점의 높은 평점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그런데 점수를 더 올려야 될 이유가 생겼다. 4.5점이 넘어야 월세를 할인받아 '드림하우스'에 입성할 수 있는데 0.3점이 부족한 것이다. 다행히 점수를 빨리 올릴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4.5점이 넘는 ‘프라임 유저’에게 높은 점수를 받는 것. 그래서 평점 4.8의 옛 친구 나오미(앨리스 이브)의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한다.

레이시는 꿈을 완성시켜줄 타운에 들어가기 위해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의 들러리까지 서며 노력해 보지만 고지가 눈앞에 온 순간,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평점 사회에서 추락하며 아이러니하게도 도약의 기회를 갖는 레이시. 드라마는 타인에 의해 재단된 욕망이 아닌, 진짜 자신의 욕망을 알기 위해 추락해 보라 권한다. 숫자에 불과한 평점이 주는 선입견과 권력, 그로 인한 편가르기를 보며 소셜미디어의 단면을 다시 돌아보게 되는 에피소드.


시즌 4-1화: USS칼리스터(U.S.S. Callister)

맷 데이먼 아님. 로버트 데일리 역의 제시 플레먼스

시즌 4의 첫 번째 에피소드는 'USS 칼리스터'의 위대한 함장 로버트 데일리(제시 플레먼스)를 비추며 시작된다. <스타워즈>를 연상시키는 예스러운 CG가 덧대어진 우스꽝스러운 우주선을 탄 데일리 함장은 우주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당 '발락'을 응징한다. 승리의 전리품은 승무원들의 찬양과 키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가상 현실이다. 함장은 현실에서는 가상현실 게임 회사 '칼리스터'의 CTO 로버트 데일리. 회사의 넘버 2이자 창립 멤버이지만, 숫기 없는 너드 같은 그를 직원들은 무시한다. 그런 우울한 매일을 보내던 데일리에게 봄바람이 찾아온다. 신입 사원 나넷 콜(크리스틴 밀리오티)이 입사 첫날 데일리의 방을 찾아와 그의 천재적 성과를 칭찬하며 지대한 관심을 보인 것. 콜의 관심을 즐기던 데일리는 마침내 콜이 먹다 버린 커피잔에서 그녀의 DNA를 추출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복제된 콜은 칼리스터 함선에서 깨어난다. 그곳에는 데일리를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인격을 복사당해 전자 우주에 갇혀 그의 장난감이 되어 살아가는 직원들이 있었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인격체의 사본은 인격체인가? 사본에 대한 감정적, 육체적, 성적 착취는 비난받을 일인가? 등 기술 발달에 수반하는 윤리적인 문제와 철학적인 고민을 대담하게 그려낸 <USS 칼리스터>는 2018 에미상 TV영화 작품상 및 미니시리즈, 영화 및 드라마 스페셜 부문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평단과 시청자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문화기획자 하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