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건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휴 잭맨, 패트릭 스튜어트, 다프네 킨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슈퍼히어로가 퇴장하는 법
★★★☆
마침내 울버린(휴 잭맨)에게도 제대로 된 시리즈가 생겼다. 존재감이나 인기에 비해 아쉬운 작품들을 거느렸던 그에게 [로건]은 박수칠 수 있는 은퇴식인 셈.강인한 육체로 영웅이 된 울버린은 역설적이게도 그 육체가 힘을 잃어갈 때야 비로소 삶의 정수를 맛본다영화는 울버린이 엑스맨 월드 안에서 쌓아온 역사와 설정들을 효과적으로 거둬들이는 동시에 그와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관객들에게 뭉클한 작별을 고한다넘쳐나는 슈퍼히어로들의 은퇴 계획을 고려할 때 모범이 될 만하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
슈퍼히어로 영화의 사생결단
무너지는 히어로. 영화 시작과 동시에 여섯 편의 <엑스맨> 시리즈와 두 편의 <울버린> 시리즈를 훌쩍 뛰어넘어버린다. 히어로의 고유 능력을 약화하고, 적보다 더 강한 가족을 부여하고, 드라마에 온 힘을 쏟으니 전에 본 적 없는 인간적인 슈퍼히어로 영화가 탄생했다. 꾸준히 추구해온 서부극을 접목한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뚝심과 17년 동안 연기한 캐릭터에 시한을 선언한 배우 휴 잭맨의 결의가 빚어낸 완벽한 작별 인사. 아역 다프네 킨의 활약은 영화 안팎으로 희망적이다.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눈물이 앞을 가려
★★★★
방심했다, 히어로 무비를 보며 눈물을 쏟게 될 줄이야. 의심했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을. <더 울버린>(2013)에서 엑스맨을 닌자물로 둔갑시키는 대참사를 빚은 장본인 아니었던가. 그런 그가 절치부심 끝에 내놓았을 <로건>은 서부극에 가까운 연출이 히어로 무비와 결합해 독특하면서도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직도 히어로 무비가 보여주지 못한 영역이 있다는 점이 반갑다. 생각 이상으로 더 깊었다, 휴 잭맨은. 울버린의 고단함과 쓸쓸함이 내내 진동하는 영화에서 휴 잭맨은 그 자체로 울버린 같다. 아름답고도 장엄한 퇴장이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슈퍼히어로 무비의 확장 혹은 끝장
★★★★
마블의 일반적인 슈퍼히어로 영화로 생각하면 안 된다. 디지털로 매만져진 액션 스펙터클보다는, 대담한 하드고어 신들이 있다. 찰스-로건, 로건-로라의 유사 부자/부녀 관계가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할리우드 장르의 근원인 서부극을 끌어들여 꽤 훌륭한 서사적 접합을 만들어낸다. 슈퍼히어로 무비의 파격적 확장 혹은 그 끝을 경험하는 느낌.


해빙
감독 이수연 출연 조진웅, 김대명, 신구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엉켜버린 서사의 실타래
★★☆
인물을 설명하는 조건과 그가 처한 상황들이 무척 흥미롭다. 극의 중반까지 서서히 숨통을 조여오듯 긴장을 쌓아가는 솜씨도 매끄럽다. 8할은 배우들의 호연 덕이다. 하지만 욕심이 지나쳤던 걸까. 영화는 긴장감을 위해 한껏 꼬아서 틀어 쥔 서사를 풀어놓을 타이밍을 한참 지나치고, 결국 열린 결말을 넘어 조금은 무책임해보이는 골인점에 도달한다. 흩뿌려진 단서들이 한 데 응축되며 폭발하는 힘을 지녔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공백이 아쉬운 퍼즐
★★☆
연쇄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한 스릴러. 의심하는 자, 의심받는 자, 목격하는 자, 수사하는 자. 이들의 관점과 증언 등이 엮이며, 관객은 그 퍼즐을 맞춰나가야 한다. 조진웅과 김대명이 만들어내는 끈적끈적한 장면들과, 히치콕을 연상시키는 몇몇 신들이 인상적. 후반에 가면 퍼즐을 너무 완벽하게 맞춰가려는 느낌을 준다. 몇몇 퍼즐 조각은 공백으로 남겨 두었으면 좋았을 듯. 그랬다면 미스터리의 느낌을 통해 좀 더 매력적인 장르 영화가 되었을 듯하다.


눈길
감독 이나정 출연 김새론, 김향기, 김영옥

이화정 <씨네21> 기자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고통 #잊지않겠습니다
★★★
위안부 관련 문제에 관한 한,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음을, <눈길>은 웅변해 준다. 사과도 보상도 받지 못했다. 파렴치한 역사의 얼굴이, 피해자인 어린 소녀 종분과 영애를 통해, 종분이 영애이고, 영애가 종분이 된 비극의 시간을 통해 마치 오늘의 것처럼 겹쳐진다. 철거에 내몰린 현재 소녀상의 이미지는, 영화 속 꽁꽁 언 강 위에 몸을 맡긴 과거 영애의 이미지와 다르지 않다. <눈길>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전개 속, 과거로 이어져온 고통을 되새기게 만드는 다짐의 영화다.

정시우 <이투데이 비즈엔터> 기자
폭력을 전시하지 않고도
★★★
<귀향>(2015)과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영화다. 현재와 과거를 교차시키며 위안부 문제에 접근하는 형식은 같다. 그러나 그것을 다루는 세밀한 방식은 크게 다르다. <귀향>이 성 노예화 과정을 처참하게 그리는 방식으로 고통을 물신화했다면, <눈길>은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장면 없이 고통 그 자체에 주목한다. 물론, 후자 쪽이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폭력을 소비하지 않아서, 오히려 아픈 역사를 더 뚜렷하게 보게 만든다. <눈길>의 성취가 여기에 있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결코 잊지 못할 소녀들의 마음
★★★
비극의 재연보다는 그 안에 던져진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눈길>의 목표는 잠깐의 공분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 소녀들의 멍든 마음을 지속적으로 잊지 않기를 당부하는 것이다. 세대를 뛰어넘는 여성 연대를 통해 희망을 보는 지점도 의미있다. 위안부 문제를 이야기하는 모범답안 같은 영화임에는 분명하지만, 새로운 담론을 이끌어내지는 않는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사일런스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앤드류 가필드, 애덤 드라이브, 리암 니슨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신의 침묵에 대한 질문
★★★☆
내 인생엔 영화와 종교 외엔 없다.” <사일런스>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인생 영화이며, 신이 침묵하는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신의 뜻을 따른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감독은 집요하게 묻는다. 그리스도교가 겪었던 박해의 역사를 담은 종교 영화라기보다는, ‘인간의 길에 대해 한 영화 예술가가 긴 세월 동안 지녔던 실존적 질문에 대한 드라마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신을 매개삼아 들여다보는 내면의 전쟁’. 집요하고 스펙터클하다
★★★☆
신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마스터의 손길로 이 거대한 질문을 화면에 옮겨온다. 고통 안에서 신의 존재를 질문하는 신부 로드리게스. 배교한 신도 키치지로를 견제하고 경멸하지만, 굳건하다고 믿었던 자신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는 한 인간임을 확인해간다. 원작 <침묵>보다 이 지점의 대비가 한층 인상적으로 드러난다. 17세기 일본 박해의 현장을 재현, 신의 시선이 따라붙는 듯한 촬영감독 로드리고 프리에토의 부감샷은 스크린으로 이 영화를 봐야하는 절대적 이유를 제공해준다.


러빙
감독 제프 니콜스 출연 조엘 에저튼, 루스 네가, 마이클 섀넌

송경원 <씨네21> 기자
보통 사람들의 당연함들을 모아 써내려간 역사
★★★★
제목 그대로 현재진행형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 장점을 부각시키기보단 단점을 줄여나가는 연출은 제프 니콜슨 감독의 전작들을 떠올리면 일견 밋밋하고 무난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인 사건 앞에서 격변의 소용돌이가 아닌 두 사람의 일상, 사랑 그 자체에 집중한 선택이 더할 나위 없이 믿음직스럽다. 진정 아름다운 것엔 많은 장식이 필요치 않다. 영화가 실화를 다루는 적절한 방식. 역사가 바뀌는 순간에도 우리는 일상을 산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을 다루는 어떤 방식
★★★☆
타인종 간의 결혼이 금지된 버지니아에서 리차드(조엘 에저튼)와 밀드레드(루스 네가)의 결혼 생활은 도망치거나 숨어야만 가능했다.영화는 당연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 헌법까지 바꿔야했던 이들의 사랑을세기의 러브스토리, 인간 승리로 과열시키지 않는다. 제프 니콜스 감독의 시선은마모될지언정 끝내 불안에 잠식되지 않았던 리차드와 밀드레드에게 오롯이 집중된다. 잔뜩 치장할 수있는 실화를 최대한 덧대지 않고 전달하려는 선택에서 이들에 대한 존중이 느껴진다.


눈발
감독 조재민 출연 지우, 진영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눈보다 차가운 성장통
★★★
눈이 내리지 않는 마을에서 문제아, 왕따라는 낙인이 찍힌 소년 소녀가 마주하는 현실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영화는 종교도, 법도 구원하지 못하는 두 약자를 동정하기보다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견뎌나가는 과정을 묵묵하게 따라간다. 그 끝에 내리는 눈발의 의미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를 것이다. 경남 고성의 지역 특성을 영화에 십분 활용하고 주변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연출이 돋보인다. 박진영, 지우의 연기는 영화의 차가운 공기에 온기를 불어 넣는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성장, 춥고 아픈 계절을 통과하는 일
★★★
두려움 때문에 자기 자신을 기만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영화다. 자신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뒷걸음친 발자국을 인물 스스로 주시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가혹한 성장담이다. 폭력과 후회, 구원이라는 모티브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서사 안에 나름 안정적으로 엮여있다.


커피 메이트
감독 이현하 출연 윤진서, 오지호, 김민서

이화정 <씨네21> 기자
실험적 형식, 실험적 사랑
★★
한정된 공간. 정해진 룰을 통해 남녀는 만난다. 만남은 산뜻했으나, 예기치 않은 사랑의 감정이 끼어들게 되고 룰은 둘 간의 사랑에 걸림돌이 된다. 남녀가 정한 규칙도, 그걸 지켜보는 영화의 실험도 흥미롭다. 하지만 중반 이후, 이 설정에 무리가 온다. 한정된 공간에서 감정을 모두 말로 풀어내는 시도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려면 보다 정교한 연출과 연기가 필요했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감독 신카이 마코토 목소리 출연 하기와라 마사토, 난리 유카

송경원 <씨네21> 기자
극한의 작화, 찰나의 이미지! 신카이 마코토의 시작이자 끝
★★★
시공간을 넘어 기어이 만나고야 마는 소년과 소녀. 이야기라고 해봐야 그게 전부다. 1인 작업으로 유명해진 애니메이터 신카이 마코토의 첫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원작, 감독, 각본, 미술을 맡았으니 사실 상 1인 애니메이션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하다. 신카이 마코토 작품의 핵심은 단 하나다. 정서를 어떻게 이미지로 옮긴 것인가.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최대한 정밀하게 재현하는 그림의 힘. 장면의 구도, 색상, 움직임까지 그림으로 묘사할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한다. 빈곤한 이야기지만 이미지의 힘이 워낙 세다.

정유미 <맥스무비> 기자
신카이 마코토 월드 입문서
★★★☆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이 소년이 소녀를 구하기 위해 과거를 바꾸는 이야기라면, 2004년 제작된 그의 첫 번째 장편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는 소년이 소녀를 구하기 위해 세계를 허무는 이야기다. 남북으로 나뉜 가상의 일본을 배경으로 평행우주를 다룬, 이해하기 복잡한 SF지만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빛과 풍경, 음악과 대사, 애틋한 정서는 마음에 쉽게 와닿는다. 비행기가 등장하는 만큼 신카이 마코토가 수놓은 수많은 하늘 장면의 변화를 보는 것도 묘미다.


재밌으셨나요? 아래 배너를 눌러 네이버 영화를 설정하면 영화 이야기, 시사회 이벤트 등이 가득한 손바닥 영화 매거진을 구독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