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8일,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의 새 스틸컷과 공식 시놉시스가 공개됐다.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2013) 이후 4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자, 넷플릭스와 (브래드 피트가 운영하는) 플랜B 프로덕션이 함께 제작하고,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릴리 콜린스, 폴 다노 등 유명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정보가 공개될 때마다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세 개의 스틸은 주연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안서현의 모습이 담긴 이미지였다.

그렇다고 궁금증이 속시원히 해결된 건 아니다. 봉준호 감독이 오래전 차기작으로 <옥자>를 준비한다고 말한 이래 자잘한 정보들이 하나씩 업데이트됐지만, 한시라도 얼른 보고 싶은 마음에 그마저도 답답하기만 하다. 6월 28일 한국 개봉을 석 달 남겨놓고 있는 와중, 현재 공식적으로 발표된 시놉시스, 배우들과 그 캐릭터의 이름, 주요 배역들이 모두 등장한 뉴욕 월스트리트 촬영 현장 등을 팩트 삼아 '에디터의 재량껏' <옥자>가 어떤 영화일지 예상해보도록 하겠다. 그저 재미로만 즐겨주시라.

- 시놉시스-

'미자'(안서현)는 10년 동안 산골짜기에서 거대한 동물이자 훨씬 커다란 친구인 '옥자'의 보호자이자 동반자로 함께했다. 하지만 다국적 거대 가족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이 옥자를 납치해, 허상적이고 자의식 강한 CEO '루시 미란도'(틸다 스윈튼)가 거창한 꿍꿍이를 벌이고 있는 뉴욕으로 데려간다.

오로지 옥자를 구하겠다는 일념 하에 미자는 구출 작전을 펼치기로 마음먹지만, 옥자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려는 자본가, 시위대, 소비자 무리들을 마주하면서 애초 버거웠던 여정은 급속도로 꼬여만 간다.
추가
<옥자> 티저 예고편
도대체 '옥자'는 어떤 동물일까?

미자가 그토록 사랑하는 친구, 옥자는 어떤 동물일까? 일단 몸집이 상당히 커 보인다. 배우 크레딧을 보면 단역들 역할명이 'Pig Balloon Handler'로 기입된 경우가 많다. 촬영 현장 속 배우들의 복장, 그들이 SNS에 올린 사진, 티저 예고편 등에서 비춰진 옥자의 실루엣을 보면 돼지 같긴 한데 일반적인 돼지와는 조금 달라 보인다. 봉준호 감독은 옥자를 두고 "매우 수줍음 많고 내성적"이며 "우리가 보지 못한 특이한 동물"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우선 '돼지와 비슷하게 생긴 생명체' 정도로 보면 되겠다.



틸다 스윈튼은 쌍둥이다

옥자를 납치한 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은 가족기업이다. <설국열차>에 이어 또 한번 봉준호 감독과 협업한 틸다 스윈튼이 맡은 역할의 이름이 루시/낸시 미란도라고 병기된 것 보면, 그녀가 분한 쌍둥이 자매가 회사를 이끄는 것 같다. 한편, 지난 7월 공개된 스틸 속 스윈튼과 티저 예고편에서 본 스윈튼은 그 이미지가 전혀 딴판이다.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공개 프로모션 장면을 담은 듯한 윌스트리트 촬영 현장에서 스윈튼과 대역 배우가 마주하고 있는 걸로 보아, 이 시퀀스에서 루시/낸시 자매가 모두 등장한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

뉴욕 현장에서 연분홍 한복을 입고, 티저 예고편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범상치 않은 포즈로 기자들에게 다가가는 미란도는 같은 사람일 것이다. 지나치게 샤랄라한 모습을 하고 옥자를 찾으러 온 미자를 회유하다가도 수틀리면 금방이라도 날카로운 성미를 드러낼 것만 같다. 한편 채도가 낮은 차림새의 다른 미란도는 루시에 비하면 차분하고 일견 차가워 보이기까지 한다. 코언 형제의 <헤일 시저!>(2016)에 이어 다시 쌍둥이를 연기한 스윈튼의 1인2역이 보여주는 상반된 면모가 기괴한 분위기를 더해주지 않을까?





제이크 질렌할은 동물학자이자
TV스타이며 '미란도'의 간판이다.

뉴욕 현장에서 제이크 질렌할이 분한 자니 윌콕스 박사는 온갖 방정을 다 떨고 있다. 근래 <에너미>, <나이트 크롤러>, <사우스포>, <녹터널 애니멀스> 등 어둡고 진지한 역할만 맡았던 것과 달리, 짙은 얼굴을 희번덕거리며 소리를 높이는 질렌할을 만날 수 있다. 크게 벌어진 입과 긴 콧수염, 선글라스가 '보랏'을 떠올리게 한다.

동물학자인 윌콕스 박사는 TV스타이자 '미란도의 얼굴'로도 불리는 남자다. 항간에는 환경운동가 역을 맡았다고 알려졌지만, 거대동물인 옥자를 이용하려는 미란도 코퍼레이션에 부역하는 듯한 모양새로 봐선 그와는 영 거리가 멀어 보인다. 대신 동물학적 지식을 이용해서 옥자를 개발하고, 이에 관한 캠페인을 호들갑스러운 퍼포먼스로 알리는 역할까지 맡는 것 같다. 로맨틱코미디에서 제대로 한 능청하던 질렌할의 매력을 오랜만에 확인할 수 있겠다. 드넓은 캐릭터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그를 캐스팅한 만큼, 윌콕스가 비단 '웃긴'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해외 배우들이 한국에서 <옥자> 촬영을 진행하던 당시 질렌할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쏟아지기도 했다.

뉴욕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격양된 윌콕스 앞에서 사람들이 돼지 풍선을 흔들고 있다.




한국 촬영을 마친
릴리 콜린스, 폴 다노, 스티븐 연

<백설공주>로 이름을 알린 릴리 콜린스는 동물보호활동가 리더 역을 맡았다. 시놉시스에 언급된 시위대가 이 활동가의 무리인 것 같다. 캐릭터 이름은 '레드'다. 아마도 새빨간 머리 색깔에서 따온 이름일 터. 신변을 보호해야 하는 시위대들이 이름보다는 별칭을 쓴다는 점을 떠올려봄직하다. 공개된 스틸 중 하나는 뉴욕에서 척 봐도 수배자 같은 복장으로 도망치는 레드의 모습을 담고 있다.

콜린스는 작년 봄 한국을 방문해 한달간의 촬영, 여행 일정을 소화했다. 동물보호활동가인 레드가 친구를 잃은 한국의 미자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 역할인 건 아닐까? 부모 없이 할아버지와 산골에서 사는 미자가 옥자를 찾아 미국으로 갈 수 있는 건 누군가의 조력이 있어야만 가능할 테니 말이다.

릴리 콜린스와 데본 보스틱의 한국 인증샷
(왼쪽부터) 폴 다노, 데본 보스틱, 대니얼 헨셜, 릴리 콜린스

레드처럼 색깔을 이름으로 쓴 캐릭터가 또 있다. 데본 보스틱과 대니얼 헨셜이 분한 '실버'와 '블론드'다. 뉴욕 현장에서도 콜린스, 보스틱, 헨셜이 다 함께 모여 있는 걸로 보아 동물보호활동가들이 어떤 작전을 펼치는 듯하다. 분홍색 돼지 유니폼, 행사 스태프 티셔츠 등 세 사람이 입은 복장이 제각기 다른 걸로 보면 심증은 굳어진다. 미란도의 프로모션 자리에 낸시와 똑같은 옷을 입고 들러리로 선 미자를 구출하려는 건 아닐까?

세 배우 곁에는 <데어 윌 비 블러드>, <프리즈너스> 등에서 활약한 폴 다노도 눈에 띈다. 뉴욕 현장에선 말쑥하게 차려입은 채 불안해 보이는 미자를 붙들고 있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폴 다노도 촬영 차 한국을 방문했다. <워킹데드>의 글렌, 스티븐 연 역시 <옥자>의 일원으로 한국을 찾았다. 스티브 연과 <프랑스 영화처럼>에 출연했던 배우 소이는 폴 다노와 스티브 연이 함께한 인증샷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폴 다노는 '제이'(Jay), 스티브 연은 '케이'(K) 역이다. 두 배우 모두 한국에서 촬영했다는 사실과 이름 외엔 공식적으로 알려진 정보가 없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이름의 두 캐릭터는 어떤 관계일까? 색깔의 이름이 아닌 제이가 왜 레드, 실버, 블론드와 같이 달리고 있는 걸까?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히로인' 안서현
<몬스터> / <신의 한 수> / <마을 - 아치아라의 비밀>

이제 막 14살이 된 배우 안서현은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같은 대배우들 사이에서 <옥자>의 히로인 미자로서 활약한다. 5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한 안서현은 여느 아역배우들처럼 그저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을 남기기보다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고통받는 아이를 주로 연기하며 특별한 존재를 빛냈다. 영화 <몬스터>의 나리와 <신의 한 수>의 량량, 드라마 <마을 - 아치아라의 비밀>의 유나가 보여준 처연한 모습이 그 증거다.

<옥자>의 미자는 이 거대하고 참혹한 현실에 무릎꿇지 않는다. 피붙이처럼 지낸 친구 옥자를 찾겠다는 생각으로 기꺼이 산골짜기를 뛰쳐나와 뉴욕 한복판으로 향한다. 최근 공개된 스틸 속 안서현의 확연하고 강인한 눈빛과 뜀박질은, 인간과 동물 사이의 끈끈한 연대를 그리며 자본주의의 심장을 겨냥하는 <옥자>의 원동력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어떤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르든, 기어코 사회 저 아래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시선을 던지고 마는 봉준호가 그리는 미자와 옥자의 우정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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