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남북 소재에 대한 과감한 접근, 후들후들
★★★☆
두 명의 남자 배우를 맞세우는 ‘남북 공조 영화’는 이제 좀 식상하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타난 변종이다. <의형제> <공조> 등의 영화가 북한 핵실험을 배경으로 하고는 있으나 정치적 맥락은 바짝 탈색하고 두 배우의 앙상블에 집중했다면, <강철비>는 핵 전쟁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날선 공방과 내부의 엇갈리는 정치싸움을 박력 있게 그려낸다. 상상력으로 빚어진 허구의 이야기임에도 그것이 워낙 개연성 있고 또 그럴싸하기에, 팝콘무비 보듯 즐길 수만은 없다. 스크린을 뚫고 기습하는 현실적인 공포감. 어떤 의미에서는 <강철비>는 높은 수위의 공포영화다.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곽도원-정우성이 찰진 호흡으로 웃음과 감동을 길어 올리고, 조우진이 임팩트 있게 등퇴장하며 흥미를 더한다. <변호인> 양우석 감독의 또 한 번의 멋진 한방이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분단국가의 현실적 판타지
★★★
전 세계 유일 분단국가이기에 만들 수 있는 꽤 현실적인 판타지. 현시점에서 상업영화가 북핵을 소재로 논할 수 있는 최전선의 이야기들을 야심 차게 전부 다루려는 듯 보인다. 북한이 핵을 무기로 내걸 수밖에 없는 이유, 그러면서 발생하는 체제 혼란, 2차 한국전쟁 위기 상황을 둘러싼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입장까지 상상력의 결과가 두루 담겼다. “분단국가의 국민은 분단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려는 자들에 의해 고통받는다”는 대사는 이 영화의 시사점을 분명히 드러낸다. 냉철한 현실 인식에 더해 버디 무비의 재미까지 두루 챙긴 편.
송경원 <씨네21> 기자
<쉬리> 이후 가장 도발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상상
★★★☆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난다는 가정 하에 판을 키운다. 이미 봤던 것들을 답습하는 대신 에둘러 피해 갈 법한 지점에서 거침없이 직진! 논쟁적 소재를 끌고 들어와 이야기의 동력으로 삼는 양우석 감독의 감각이 새삼 놀랍다. 아재 개그를 남발하는 등 다소 오글거리는 구석이 있고 상황 해결도 단순하다면 단순한데 이런 구멍들이 자잘해 보일 정도로 흡입력이 있다. 논쟁적 상상력으로 흥미를 자극하고, 두 남자의 인간적 면모를 드라마의 동력으로 삼은 뒤 단단하고 다채로운 액션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쉽게 휘발되는 말초적인 재미를 넘어 다양한 반응과 논쟁으로 이어질 찰기까지. 영악하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정우성이 있어 만들 수 있는 장르. 정우성의 지금!
★★★★
첨예하다. 급박하다. <강철비>가 만들어낸 4일간의 상황은 참으로 영화적이다. 그럼에도 남북 대치 상황, 한반도 북핵 문제, 미국, 일본, 중국이 얽힌 각축전 같은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과 그대로다. 정치 스릴러, 첩보전, 휴먼 드라마를 모두 아우르는 일종의 총력전 같은 한 편의 영화. 언제 발사될지 모르는 핵을 품에 안고 달리는 듯, 영화는 시종 정해진 시간 안에서 숨 돌릴 틈 없는 긴장을 유지한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정우성의 존재감, 여기에 날선 각을 만들어내는 조우진이 가세해 만들어내는 액션 장면은 한국 영화에서 지금껏 보기 힘들었던 가장 깔끔하고 소름 끼치는 명장면. 남북한의 두 철우(정우성, 곽도원) 사이의 공조와 연민은 <공동경비구역 JSA>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 투 동막골> <의형제>의 플롯과 한치 다르지 않는다. 아이러니의 크기가 큰 만큼 그래서 비극적이다. 단, 핵문제를 둘러싼 액션과 스릴, 각축전이 주는 쾌감에 비해, 그 둘이 일으키는 감정선의 농도는 앞선 영화들보다 다소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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