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영화나 드라마를 국내에서 리메이크한 작품들은 꽤 많아도, 그 반대의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요. 얼마 전 개봉한 <22년 후의 고백>은 그 얼마 안 되는 작품들 중 하나였습니다. <내가 살인범이다>를 리메이크한 <22년 후의 고백>을 필두로, 한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일본 영화들을 알아보았습니다. 


2012 <내가 살인범이다>
2017 <22년 후의 고백>

<내가 살인범이다>는 '<살인의 추억> 속 범인이 세상이 나온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시작한 범죄·스릴러물이죠. 개봉 당시 결말의 반전과 액션에 대한 호평으로 청소년 관람불가에도 불구하고 27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는데요. 원작은 15년의 공소시효가 끝난 후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이두석(박시후)이 자서전 '내가 살인범이다'를 출간하고 이게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르자 그 사건의 담당 형사였던 최형구(정재영)가 어떻게든 그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그립니다.

이를 리메이크한 <22년 후의 고백>은 원작이 가진 큰 골격에 오리지널 스토리를 첨가했습니다. 22년의 공소시효가 끝난 후 책을 출간한 연쇄살인범 소네자키(후지와라 타츠야)는 자신만의 세 가지 살인 규칙을 상세하게 공개합니다. 원작과 달리 리메이크작은 15세 관람가이며, 결말 또한 다르게 그리고 있는데요. 영화는 지난해 6월 일본 개봉 당시 3주 연속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하며 크게 흥행했습니다. 국내에는 지난 1월 17일 개봉했습니다.

22년 후의 고백

감독 이리에 유

출연 후지와라 타츠야, 이토 히데아키

개봉 201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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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인범이다

감독 정병길

출연 정재영, 박시후

개봉 201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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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조용한 가족>
2001 <카타쿠리가의 행복>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 <조용한 가족> 또한 일본에서 리메이크된 바 있습니다. 영화는 장사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가족이 산장을 운영하던 중 투숙객들이 연이어 자살하자 곤욕을 치르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는데요. 박인환, 나문희, 최민식과 함께 당시 신인이었던 송강호가 출연했습니다. 국내 영화로는 보기 드문 블랙 코미디 요소를 사용하고, 코믹 공포물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표방하며 예상 외의 흥행을 거두었습니다. 

<착신아리> <크로우즈 제로> <악의 교전> 등을 연출한 B급 영화의 거장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이 작품을 리메이크했습니다. <카타쿠리가의 행복>은 원작의 공포 분위기를 슬쩍 걷어내고 뮤지컬과 코미디를 함께 버무린 작품인데요. 스토리라인은 원작과 비슷하며, 오프닝과 영화 중간중간 스톱모션으로 촬영한 클레이 애니메이션 기법이 눈에 띕니다. 

조용한 가족

감독 김지운

출연 박인환, 나문희

개봉 199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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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쿠리가의 행복

감독 미이케 다카시

출연 사와다 켄지, 마쓰자카 게이코, 다케다 신지, 니시다 나오미

개봉 2001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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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8월의 크리스마스>
2005 <8월의 크리스마스>

1998년 첫 개봉 후 2013년 재개봉까지 한 <8월의 크리스마스>는 개봉 당시 평단과 관객에게 모두 최고의 평가를 받은 작품이죠. 변두리 사진관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정원(한석규)은 죽음을 앞두고 있습니다. 평소처럼 하루를 보내던 그는 다림(심은하)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허진호 감독과 배우 심은하의 데뷔작이었던 이 작품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내 멜로 영화 베스트에 늘 손꼽히는 작품입니다.

국내 개봉 후 이듬해 일본에 소개된 이 작품은 일본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고 흥행에도 성공했는데요. 이는 이후 <8월의 크리스마스>가 리메이크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리메이크작 역시 원작과 마찬가지로 인생과 사랑,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을 그려내는데요. 리메이크된 작품에서는 원작 캐릭터 정원과 다림의 심리 변화를 더욱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원작에서 보여준 절제의 미학에 일본 특유의 영상미를 더해 또 다른 감성을 이끌어냈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감독 나가사키 슌이치

출연 야마자키 마사요시, 세키 메구미

개봉 2005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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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감독 허진호

출연 한석규, 심은하

개봉 199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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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수상한 그녀>
2016 <싱 마이 라이프>

<수상한 그녀>는 딱 4년 전 이맘때 개봉해 700만 관객을 달성하며 크게 흥행했었죠. 칠순 할매 오말순(나문희)이 영정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스무 살 꽃처녀 오두리(심은경)가 되어 나온다는 코믹 판타지 영화인데요. 마지막의 반전(!)과 함께 심은경의 연기가 빛났던 작품이죠. 

영화는 국내에서 흥행했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뻗어나갔습니다. 한국어에 더해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베트남어, 일본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까지 8개 언어로 제작되는 세계 최초 영화라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죠. 일본 리메이크작은 <싱 마이 라이프>로, 줄거리뿐 아니라 결말 부분까지도 원작과 똑같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상한 그녀

감독 황동혁

출연 심은경, 나문희, 박인환, 성동일, 이진욱

개봉 201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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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 마이 라이프

감독 미즈타 노부오

출연 타베 미카코, 바이쇼 미츠코, 고바야시 사토미, 카나메 준

개봉 2016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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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초능력자> 
2014 <몬스터즈>

강동원과 고수가 투톱으로 나선 비주얼 폭발 영화 <초능력자>. 영화는 인간들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초인(강동원)과 유일하게 그의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규남(고수)의 대결을 그립니다. 참신한 소재와 독특한 캐릭터가 눈에 띄었던 작품이죠.

2010년 국내 개봉 후 2012년 일본에서 개봉했으며, 공개 직후 할리우드와 유럽 등에서 판권 제의가 잇따랐지만 리메이크 판권은 일본의 손에 쥐어졌습니다. <몬스터즈>는 <링> 시리즈와 <데스노트-L: 새로운 시작>을 연출한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22년 후의 고백>의 주인공인 후지와라 타츠야가 주연을 맡았는데요. 두 남자의 대결구도가 주가 되는 것은 비슷하나, 원작과 다르게 일본판 초인은 능력을 쓸수록 신체적인 문제가 생긴다는 설정이 추가되었으며 결말도 다릅니다.

몬스터즈

감독 나카다 히데오

출연 후지이 미나, 후지와라 타츠야, 이시하라 사토미, 타이가, 야마다 타카유키, 타구치 토모로오, 오치아이 모토키

개봉 2014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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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자

감독 김민석

출연 강동원, 고수, 정은채

개봉 201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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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영화 <써니>가 <써니-강한 마음·강한 사랑>으로 일본에서 리메이크되어 올해 8월 개봉 예정이라는 소식이 있습니다. <수상한 그녀>에 이어 <써니> 또한 심은경의 힘이 돋보였던 작품이라 리메이크작에서는 어떻게 표현이 될지 더욱 기대됩니다. 리스트에는 없지만 여러분이 알고 있는 작품들이 있다면 댓글로 공유해요. 그럼 안녕-!

씨네플레이 에디터 박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