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의 윤종빈 감독이 4년 만에 신작을 들고 여름 극장가를 방문한다. <공작>은 북으로 간 스파이 흑금성실화를 바탕으로 픽션을 가미해 만들어진 남북 첩보물이다.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등 내로라하는 국내 연기파 배우들의 총출동으로 기대를 모았다. 남과 북, 베이징을 오가며 작전을 수행한 대북 공작원 흑금성의 영화 같은 삶이 윤종빈 감독의 터치로 어떻게 완성됐을까. 7 31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작>을 미리 만나봤다.


매혹적인 남북 첩보물의 탄생

1993년, 북한의 핵 개발을 둘러싸고 한반도에 위기가 감돈다. 정보사 소령 출신으로 안기부에 스카우트된 박석영(황정민)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캐기 위해 대북 사업가로 위장한다. 베이징 주재 북 고위 간부 리명운(이성민)에게 접근한 흑금성은 오랜 세월을 공들여 그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하는 듯 보인다. 1997년 남한에서는 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정치국민회의의 김대중 후보,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국내 정치 상황에 맞물린 남과 북의 은밀한 거래. 영화 <공작>은 실존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의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실제이며 픽션인지를 혼란케 하며 긴장감을 이끈다.

윤종빈 감독이 또 해냈다. 근 10년 남북을 소재건 주제건 삼은 영화 중 가장 가치 있다. 동시에 변화하는 남북 정세를 가장 먼저, 가장 멀리, 가장 납득하게 내다본 것도 윤종빈 감독이었다. 올해는 물론, 시간이 흘러도 두고두고 볼 만한 한국 첩보스릴러가 나왔다.

박혜은 영화 저널리스트
역시 윤종빈. 흑금성 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영화는 두 가지를 증명한다. 하나, 영화 서사가 정치 서사를 이길 수 없다. 둘, 그런 정치 서사를 깊게 이해하고 노련하게 각색해서 밀도감 있게 영화로 담아냈을 때 그 작품은 현실을 버텨내고 더 흥미로워진다는 사실. 묵직하지만 무겁지 않고, 비정하지만 감동이 있는, 시대의 공기가 농밀하게 손에 잡히는 매혹적인 한국형 스파이물이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차가움과 뜨거움이 공존하는 드라마

윤종빈 감독의 전작들에서 당대의 시대상을 그려내기란 필수 조건이었다.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는 분단된 한국의 현실에서 온 징병제에서 출발한 작품이며,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1980년대 갱스터 사회를 표현하며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전작 <군도: 민란의 시대>는 19세기 조선 민초들의 이야기를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올해 공개된 <공작>에서는 북한에 잠입했던 스파이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남북 사이에 실재했던 긴장감을 차가운 톤으로 유지해 가면서도, 흑금성과 리명운 사이에 흐르는 뜨거운 인간애를 잊지 않았다.

윤종빈 감독의 이전 작품보다 소재와 분위기가 무거워진 냉전 스릴러 <공작>. 남북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자들의 차가움과 남북의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뜨거움이 적절히 녹아있다. 우리의 역사를 다루었기에 우리나라 관객은 외국 관객보다 더 많은 지점을 보고 느낄 것이다. 그래야 마땅하다.

이학후 영화 칼럼니스트
올여름 극장가 기대작으로 주목받아온 <공작>은 냉전시대 첩보 스릴러의 정통성을 잇는 작품이다. 액션과 유혈이 등장하지 않아도 심리적인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촘촘한 스토리와 황정민, 이성민의 연기는 실화라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극적인 긴장감을 선사한다. 당시 시대적 배경과 북한 사회의 고증, 실존 인물들의 등장 등은 영화의 볼거리를 풍성하게 한다. 황정민과 이성민의 브로맨스, 이념을 뛰어넘은 인간애는 국민 정서와 맞닿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과 익숙한 소재를 품격있게 그린 <공작>은 그동안 한국영화사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느낌의 첩보물로 완성된다.

조이뉴스24 정명화 기자

북한 전경의 사실적 재현

가깝고도 먼 도시, 북한의 평양을 실재감 있게 묘사하는 것이야말로 <공작>의 우선 과제였다. 그동안 간첩을 다룬 영화들에서 남파 공작원은 숱하게 등장했지만 북파 공작원은 없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평양을 카메라에 담기가 어려웠기 때문. <공작>은 평양과 비슷한 로케이션을 찾아 연변 등지에서 촬영 후, CG를 덧입혀 완성했다. 적잖은 비용과 공을 들인 디테일이 엿보이는 평양 장면들은 <공작>을 관람할 관객들의 눈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대동강이 흐르는 평양의 전경을 하늘에서 내려다보거나, 자동차에 탄 인물의 얼굴 뒤로 평양의 시가지를 스쳐가게 하거나, 평양의 아파트 밀집 지역을 조망하는 앵글은 실제 기록 영상이 아닌 이상 한국의 극영화에서 본 적이 없었던 앵글이다. 호쾌한 액션과 육중한 무기가 등장하지 않는 <공작>에서 경험할 수 있는 스펙터클이 있다면, 바로 영화가 보여주는 북한의 전경일 것이다.

허프포스트 강병진 에디터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북한, 특히 평양 시내를 재현해 내려고 했던 점이 놀라웠다. 생각보다는 큰 도시였지만 한편으로는 공허해 보이는 도시의 모습은 실제 평양과 얼마나 흡사할지 더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과의 접견 장면도 놀라웠다. 장면에 등장한 사물들을 꼼꼼히 새겨보게 되더라. 또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배우들의 뭉클한 연기도 놀라웠다. 원래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이었지만 남자들만 잔뜩 나와 피 튀기는 액션이 아니라 소리 없는 창칼의 아우성 같은 드라마를 펼치는 내공에 절로 감탄이 새어 나왔다. 스파이물이라면 반드시 첨단 무기, 섹시한 여자, 아찔한 액션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트린 좋은 사례였다.
 
iMBC 김경희 기자

액션 없는 액션물?

<공작>에서는 그 흔한 액션 장면 하나 등장하지 않는다. 오로지 대사와 배우들의 눈빛, 표정 연기로 그 자리를 빽빽이 채운다.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작>이 상영됐을 당시에 "말(words)은 총보다 더 강력하게 타격을 가한다.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다. (스크린 인터내셔널)"는 평가도 있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정세와 그에 따라 바뀌어가는 인물들의 행동들은 말과 표정에 고스란히 담긴다.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배우들의 구강 액션이 빛나는 영화 <공작>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공작>은 탄탄한 스토리와 쫀쫀한 전개는 물론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들'의 호연까지 덧대며 올여름 스크린을 뜨겁게 달굴 필요 충분조건을 갖췄다. 시의적절한 메시지와 빈틈없는 호연으로 스토리를 아우른 <공작>은 같은 민족이기에 오갈 수밖에 없었던 미묘한 교감들을 폭넓게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공작>은 그 어떤 액션 없이도 극적인 상황 연출과 치밀하고 촘촘한 인물의 심리 묘사로 스릴과 텐션을 높인다. 이 기조를 시종일관 유지하는 것은 물론 이성민, 황정민이 완성한 엔딩 신의 여운은 뜨겁고 울컥한 전율을 일으킨다. 그동안 남북 관계를 그린 숱한 영화 중에서도 <공작>은 사실적이고 치밀하며 놀라운 영화로 손꼽힐 수작이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액션 없이도 배우들은 각각의 몫을 하며 첩보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과연 노련한 이들이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특히 북한 고위층 리처장을 연기한 이성민의 변신은 놀랍다. 최근 여러 작품을 통해 관객들을 찾아가고 있는 그이지만, 다른 얼굴은 전혀 떠오르지 않게끔 능숙하게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일간스포츠 박정선 기자
공작

감독 윤종빈

출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개봉 201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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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심미성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