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혼자 살고 있는 여자 주인공의 옆집 남자가 고독사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회사에서도 신입생을 교육시키면서 주인공이 겪는 심리적 변화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겪는 사건 중 법률적으로 문제될 수 있는 것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1.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주인공 진아(공승연)는 카드사 콜센터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발신자가 ‘엄마’인 부재중 전화에 콜백을 하자 아버지가 전화를 받더니 주말에 집에 오라고 합니다. 알고 봤더니 지난달에 모친상을 당한 진아와 상속문제를 해결하려고 부친이 집에 오라고 한 것이에요. 주말에 지난달까지 모친이 살았던 집에 가자 변호사가 직접 집에 방문해서 진아에게 서류를 보여주며 날인을 요구합니다. 변호사가 진아한테서 날인을 요구한 서류는 ‘상속권 및 유류분반환청구권 포기각서’에요. 사실은 부친이 바람이 나서 17년 전에 집에서 나가버렸고 그 후 진아의 부모님은 법적으로 이혼절차도 마무리했는데 몇 년 전 부친이 집에 돌아온 것입니다. 진아는 형제자매가 없고 모친의 유일한 직계비속으로 단독 상속인인데, 모친이 사망하기 전에 법적으로 이혼하여 타인인 진아의 부친한테 재산을 전부 상속하는 것으로 유언 내용을 변경했어요. 그리고 부친이 진아한테 모친에 대한 상속권을 포기하고 유류분반환청구권도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유류분을 포기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먼저 유류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유류분이란 피상속인(사망한 사람)이 생전에 증여한 재산 중 일정범위와 유언에 따른 재산처분 중 일정범위에 대해서 유류분권자한테 법률상 보장된 상속재산의 일정비율을 보장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유류분이 인정되는 법정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 형제자매이고, 유류분 비율은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1/2,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1/3을 보장받을 수 있어요.

따라서 진아의 모친이 자신의 전 재산을 법률상 타인에 불과한 전 남편한테 상속한다고 유언했어도, 진아는 모친의 유일한 직계비속으로서 원래 받아야 할 법정상속분의 1/2은 유류분으로 받을 수 있으므로, 진아는 단독상속인이므로 법정상속분은 상속재산의 100%이고 결과적으로 모친이 남긴 재산의 절반은 유류분으로 보장되는 것이죠. 그러나 진아가 유류분포기각서에 날인을 함으로써 유류분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가 문제되는데, 판례는 유류분을 언제 포기했는지에 따라 다르게 판단을 합니다.

즉, 판례는 ‘유류분을 포함한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후 일정한 기간 내에만 가능하고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등 일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야만 그 효력이 있으므로, 상속개시 전에 이루어진 상속포기약정은 그와 같은 절차와 방식에 따르지 아니한 것으로 그 효력이 없다’고 하여 상속개시 전에 이루어진 상속포기약정은 효력이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상속의 포기는 상속에 대한 권리가 발생해야 가능한데, 상속권은 피상속인의 사망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는 발생하지 않은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그리고 법정상속인에게 유류분이 인정되므로 상속의 포기가 효력이 없다면 유류분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죠. 따라서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유류분포기각서에 날인을 해도 효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피상속인이 사망하여 상속이 개시된 후 유류분을 포함한 상속의 포기는 이미 발생한 상속권을 포기하는 것이므로 일정한 절차와 방식을 지키면 효력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진아는 모친이 사망한 후 한달 정도 지나서 부친이 요구하는 ‘상속권 및 유류분반환청구권 포기각서’에 날인을 했으므로 진아의 유류분에 대한 권리는 소멸하여 자신이 원래 받을 수 있었던 상속재산의 절반인 유류분에 대하여 반환청구를 할 수 없게 됩니다.


2. 고독사와 무연고 사망의 차이

진아의 옆집 남자는 혼자 살고있는 청년인데 일주일 전부터 썩는 냄새가 나서 진아가 관리사무소에 신고를 합니다. 그날 퇴근하면서 옆집 현관문 앞에 서 있는 경찰을 목격하고 그제서야 옆집 남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영화에 옆집 남자의 죽음이 고독사인지 무연고 사망인지 명확하게 나오지는 않아요.

고독사와 무연고 사망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고독사는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말합니다.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2020년 3월 31일에 제정되어 2021년 4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고독사를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습니다. 이에 반해 ‘무연고 사망’은 시신의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 무연고자로 확정된 것을 말합니다. 무연고 사망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사망할 수도 있고(병사), 병원이 아닌 장소에서 사망할 수도 있어요(변사, 사고사). 무연고 사신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해서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진아의 옆집 남자는 집에서 홀로 죽었는데, 가족, 친척 등 연고자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가족 등이 있으면 유족의 의사에 따라 장례가 진행되고,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연고자가 시신인수를 거부하는 경우 포함)에는 무연고자로 확정하여 장례절차를 진행하게 됩니다.

옆집에 사망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모르고 이사 온 새로운 이웃은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되자, 죽은 남자에 대해 제사를 치러줍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홀로 죽은 사람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이승을 잘 떠날 수 있게 위로하려는 취지인 것이죠. 이웃이 옆집 남자의 제사를 지내주는 모습은 진아에게 ‘혼자’의 상태만 추구했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글 | 고봉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