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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아영의 오르골] '볼레로'와 '8번 출구'-안녕 디지몬, 이젠 '8번 출구'로 나갈게.

[추아영의 오르골] '볼레로'와 '8번 출구'-안녕 디지몬, 이젠 '8번 출구'로 나갈게.

나는 영화 속 음악에 꽂힌다. 음악은 때때로 보이는 이미지와 들리는 대사만으로는 다 전할 수 없는 인물의 내밀한 감정을 들려준다. 창작자의 숨은 의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내게 영화 음악을 이해하는 것은 영화에 가닿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추아영의 오르골’은 음악을 경유해 영화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들어본다. (P.S.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어 주기를 바란다.)
영화 〈8번 출구〉를 처음 봤을 때의 당혹감이 떠오른다. 디지몬 덕후인 나는 그날, 으레 그래왔듯이 〈디지몬 어드벤처〉(1999-2000)에서 쓰인 모리스 라벨의 불후의 명곡 ‘볼레로’(Boléro)를 들으며 극장에 갔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했을 때, 다시 ‘볼레로’를 마주하면서 우연의 일치에 놀라움을 느꼈다. 일정한 리듬으로 연주되는 스네어 드럼의 힘찬 소리가 들려올 땐, 두 귀를 의심하다가 플루트 독주가 흘러나오자 탄복하고 말았다.
아이러니한 음악 활용이 돋보이는 영화들

아이러니한 음악 활용이 돋보이는 영화들

이번 추석 시즌 극장가의 승자 에는 음악 배치가 유독 도드라지는 구간들이 있다. 루이 암스트롱의 'When You're Smiling', 라벨의 'Boléro', 드보르작의 'Slavonic Dances'가 흐르는 순간들이다. 김지운 감독은 독특한 음악 활용에 대해 "동시대 미국에서 발생한 스윙재즈로 지구 반대편의 풍족하고 좋은 시대의 나라에서 나온 음악이지만, 반면에 우리나라는 동시대에 불행했었다. 그 시대에 그들처럼 즐기지 못했던 우리의 역사적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