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에 걸린 민아(임수정). 그리고 아래층으로 이사온 대학생 영재(김래원). 어릴 때부터 병약했던 민아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첫 만남은 좋지 않았지만 영재의 수작(?)에 넘어가며 민아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간다.
어린 시절부터 몸이 안 좋았던 민아는 또래들보다 성숙하고, 오히려 엄마 미숙(이미숙)을 철이 없다 걱정한다. 미숙은 딸에게 접근하는 대학생 영재를 보면서도 오히려 남자친구가 생겼다며 반기고 둘 사이를 응원한다. 남겨진 시간이 있었던 만큼 그 시간을 향해 갈수록 영화의 슬픔은 조금씩 짙어져간다.
임수정과 김래원의 청춘의 시절이 담겨 있는 영화. 그래서 둘이 밝게 웃는 포스터만 보고서는, 또 김래원 특유의 웃음만 봐서는 임수정과 김래원이 만들어가는 로맨틱 코미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세 사람의 감정이 깊게 담겨 있는 드라마이자 모두의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영화가 상영한 지 어느새 15년이 지났다. 개봉 당시에도 “너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들었던 <...ing>는 슬프되 그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마지막에 가서야 오열하는 미숙의 배경으로 이승열의 노래 ‘기다림’이 흘러나올 뿐이다.
이승열은 밴드 ‘유앤미 블루’ 활동 이후 미국에 건너가 생활하다 다시 솔로 가수로 활동하려던 참이었다. ‘기다림’은 영화 개봉 얼마 뒤인 2013년 12월에 나온 첫 솔로 앨범 수록곡으로, 이 노래를 먼저 영화의 삽입곡으로 쓴 건 함께 ‘유앤미 블루’ 활동을 했던 동료 방준석이다.
방준석은 <사도>, <베테랑>, <고고70> 등의 영화음악을 맡으며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음악가가 됐지만, 2003년 당시엔 막 영화음악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시기였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영화음악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뒤 조승우, 이나영 주연의 <후아유>와 <...ing> 작업으로 대중음악 경력보다는 영화음악으로 깊이 들어가고 있던 참이었다.
<...ing>의 사운드트랙은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창작곡과 기존의 노래가 적절하게 안배돼있다. 이승열의 <기다림>과 3호선 버터플라이 멤버였던 휘루의 <그녀에게>가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방준석이 만든 곡들 역시 영화 안에서, 특히 한 장의 앨범 안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ing> 사운드트랙이 특별했던 이유는, ‘유앤미 블루’ 이후 방준석이 들려주는 모던록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ing> 전에 작업했던 <후아유>와 마찬가지로 ‘블루 인 그린’이라는 (실제 활동은 안 했던) 팀을 만들어 감각적이며 동시에 간결한 모던록 음악을 들려준다.
방준석의 허밍이 섞여 있는 ‘Tres Quarto’나 아련한 음색의 기타가 진행하는 연주곡 ‘68ing’는 영화 안에 잘 녹아들어 있고 직접 방준석이 노래하는 ‘Bird’나 ‘그녀입니다’ 같은 곡들은 영화음악가 이전 ‘유앤미 블루’ 시절의 그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섹시한 보컬리스트였는지를 잘 드러내준다.
아쉽게도 <...ing> 사운드트랙은 지금 음원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유튜브 등에서 위에 언급한 주요 트랙들을 들을 수 있어 아쉬움을 어느 정도는 달랠 수 있다. 영화음악가 방준석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며 동시에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는 방준석의 모습을 계속해서 원하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녀입니다>의 그 매력적인 목소리가 더 자주 사용되기를 바란다.
김학선 /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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