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장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점 주의 부탁드립니다. 

<랑종>(2021)

<곡성>(2016)을 코미디 장르라 했던 나홍진 감독이 무려 ‘공포 영화’를 들고 왔다. 공포영화 마니아라면 다 안다는 <셔터>(2005)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의 합작으로 탄생한 <랑종>은 호러 세계관 최강자 조합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샤머니즘을 큰 줄기로 하는 <랑종>은 기이한 퇴마와 괴기스러운 장면들로 인해 마치 고문 같은 시간을 관객들에게 ‘선사’ 한다. 지난번 <곡성>에서도 ‘뭐시 중헌디’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역대급 빙의 신을 연출했던 나홍진 감독은 이번 <랑종>에서도 역시나 빙의에 심혈을 기울인다. 다른 점이라면, 도저히 패러디를 할 수 없을 수준이랄까. 악귀의 욕망에 사로잡혀 의지를 잃은 채 행동하는 주인공 밍(나릴야 군몽콘켓)의 빙의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심각한 불쾌감을 자아낸다. 촬영 후반부에 가서는 10kg 가까이 감량하며 빙의된 상태를 실감나게 표현한 배우 덕분에 지금 보고 있는 게 실제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다. 역대급 빙의 장면으로 기록될 <랑종>. 오늘은 <랑종>을 보기 전 마음을 단련하는 차원에서 대단한 빙의 영화들을 모아봤다. 

랑종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

출연 나릴야 군몽콘켓, 싸와니 우툼마

개봉 202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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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哭聲)

감독 나홍진

출연 곽도원, 황정민, 쿠니무라 준, 천우희, 김환희

개봉 201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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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

감독 반종 피산다나쿤, 팍품 웡품

출연 아난다 에버링햄, 나타위라눗 통미, 아치타 시카마나, 운노프 찬파이불

개봉 200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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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제션>
감독 안드레이 줄랍스키
배우 이자벨 아자니

<포제션>(1981)

광기 어린 괴작들을 만들어 내기로 유명한 안드레이 줄랍스키 작품 중에서도 가장 그 수위가 지독하다는 <포제션>. 제목부터 ‘빙의’를 뜻하는 이 영화는 혐오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연출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빙의 영화’하면 가장 먼저 손꼽히고 있다. 빙의된 아내 안나 역을 맡은 이자벨 아자니는 이 영화를 통해 제34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납득할 수밖에 없는 수상 결과다. <포제션>이 희대의 컬트 영화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자벨 아자니의 연기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지하도 발작신은 ‘신들린’ 연기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완벽한 표본. 실제로 박찬욱 감독은 <박쥐>를 만들 당시, 김옥빈에게 태주 역에 참고하라며 <포제션>의 이자벨 아자니의 연기를 추천했다. 

<포제션>은 아내의 외도와 이를 뒤쫓는 남편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외도를 숨기지 않는 아내와 이를 외면할 수도, 그렇다고 아내를 포기할 수도 없는 남편의 뒤틀린 관계가 주된 골자다. 이렇게만 보면 흔한 불륜 영화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외도의 상대가 관객들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줄 만큼 상당히 충격적이라는 게 매우 다르다. 자신의 의지에 상관없이 외도 상대를 만나러 가고, 사람을 죽이고, 구타를 당하고, 구토를 하는 아내의 모습은 기괴하다는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영화 역사상 가장 위험하고도 난해한 연기로 평가 받았는데, 이를 소화해 낸 이자벨 아자니 역시 실제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후유증을 겪었다. 

포제션

감독 안드레이 줄랍스키

출연 이자벨 아자니, 샘 닐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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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시스트>
감독 윌리엄 프리드킨
배우 린다 블레어

<엑소시스트>(1975)

<엑소시스트>는 엑소시즘 하면 빠질 수 없는 영화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악령에 빙의된 소녀 리건(린다 블레어)과 이를 퇴마하는 신부 카라스(제이슨 밀러), 메린(막스 폰 시도우)의 싸움을 다루고 있는데, 당시 아역 배우였던 린다 블레어의 리얼한 연기가 정말이지 압권이다. 그는 리건 역으로 제31회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이른 나이에 연기력을 입증해 보였다. 실제로 막스 폰 시도우는 린다 블레어의 빙의 연기에 순간 대사를 잊어버렸다고. 이후 꽃길만 걸을 줄 알았던 린다 블레어는 이후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최악의 여우주연상에 세 번이나 노미네이트 되고, <사베지 스트리트>(1984)로는 수상까지 거머쥐어 과거의 영광을 뒤로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너무 많이 패러디 된 바로 그 장면 / 무서우니까 245X180으로....

이후의 일은 어찌 되었든, <엑소시스트>가 공포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건 변함 없는 사실이다. <엑소시스트>는 공포 영화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 되며, 그 파급력을 입증해 보였다. 1973년 개봉작임을 감안하면, 어린 여자아이의 신성 모독 발언과 360도 회전하는 머리, 거미처럼 내려오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이전까지 이런 모습을 한 번도 접한 적 없었던 관객들 중 일부는 졸도하기까지 했다고. 

엑소시스트

감독 윌리엄 프리드킨

출연 엘렌 버스틴, 막스 폰 시도우, 리J.콥, 키티 윈, 잭 맥고런, 제이슨 밀러, 린다 블레어

개봉 1975.05.24. / 2001.05.19.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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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베지 스트리트

감독 대니 스테인먼

출연 린다 블레어, 존 버논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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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
감독 아리 애스터
배우 토니 콜렛, 밀리 샤피로

<유전>(2018)

고전 오컬트 영화의 부활에 불을 지피며 개봉한 <유전>은 기묘하리만큼 조용하고 신경질적인 분위기가 관객을 압도한다. 피가 튀기고 귀신이 튀어나오는 현대 공포영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유전>이 굉장히 새로울 수 있다. <유전>은 1960~70년대 오컬트 무비에 그 뿌리를 두고 있으며 악령이 주는 공포보다 악령으로 인해 가족이 붕괴되는 데서 기인하는 공포에 더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히스테릭한 고전 오컬트 문법이 익숙지 않은 현대인들에게 <유전>은 새롭거나, 낯선 존재다. 그래서인지 누군가는 ‘섬뜩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지루하다’고 표현한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갈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니 콜렛과 밀리 샤피로의 연기는 압도적이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왼쪽부터) 토니 콜렛, 밀리 샤피로

알 수 없는 의식에 평생을 바친 어머니의 사망 이후, 애니(토니 콜렛)은 자신의 가족들에게 점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감지한다. 초현실적인 존재가 개입함을 인지한 애니는 이를 저지하려고 노력하지만 자식들과의 관계는 점점 균열이 발생하고 마치 숙명처럼 악마의 존재는 점점 더 가까워진다. 영화는 악마 파이몬의 존재를 비주얼적으로 드러내거나, 기괴한 몸짓으로 빙의된 연출을 하지 않지만 수많은 미쟝센과 복선을 통해 섬짓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영매의 목이 잘려야 다음 영매로 이동할 수 있는 파이몬의 특성을 영화에 고스란히 반영해 충격을 줬다. 

유전

감독 아리 에스터

출연 토니 콜렛, 가브리엘 번, 알렉스 울프, 밀리 샤피로

개봉 2018.06.07. / 2020.04.22.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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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감독 스콧 데릭슨
배우 제니퍼 카펜터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마블 유니버스 영화 중에서도 손꼽히는 영상미를 자랑하는 <닥터 스트레인지>(2016)를 연출한 스콧 데릭슨 감독은 사실 공포 스릴러 장르에 능한 감독이다. 그가 연출한 여러 공포 영화 중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영화는 바로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다. 독일인 아넬리제 미헬의 엑소시즘 의식을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2006년 장르 영화계의 아카데미, 새턴 어워즈 최우수 호러상을 수상했다. 

GIF를 넣을까 말까 굉장히 고민했지만, 이정도는 깜짝 놀랄 수준이라 괜찮을 거라 판단하고 넣었습니다...

실제 사건에서 모티프를 따왔기 때문에 엑소시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리얼리티를 굉장히 잘 구축해냈다. 악마에 빙의된 듯 환영과 환청을 겪는 주인공 에밀리 로즈(제니퍼 카펜터)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부에게 구마를 요청한다. 그러나 이를 수행하는 무어 신부(톰 윌킨슨)는 한 번도 엑소시즘을 해본 적 없는 상태. 일단은 구마의식을 진행했지만, 에밀리는 끝내 사망하고 만다. 그리고 그의 죽음에 관한 모든 책임은 무어 신부를 향하게 된다. 의사의 약물 치료를 간과하고 비과학적인 종교에 기대어 그를 치료하려고 했던 게 바로 에밀리의 사망 원인이라는 게 그 주장이었다. 결국, 무어 신부는 기소가 되고 만다. 피가 튀기고 살점이 나가 떨어지는 여타 공포영화에 비해 공포 수위는 낮지만 호러와 법정극의 조화가 굉장히 독특한 맛을 만들어내는 영화기에 추천한다. 물론, 제니퍼 카펜터의 빙의 연기는 극을 한 번 보면 쉽게 잊기 어려울 정도로 소름 끼친다.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감독 스콧 데릭슨

출연 로라 리니, 톰 윌킨슨, 캠벨 스코트, 제니퍼 카펜터, 콜므 포어

개봉 200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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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

감독 스콧 데릭슨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틸다 스윈튼, 치웨텔 에지오포, 레이첼 맥아담스, 매즈 미켈슨

개봉 201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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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저링> 시리즈
감독 <컨저링>, <컨저링 2> - 제임스 완 /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 마이클 차베즈
배우 <컨저링> -  릴리 테일러 /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 줄리안 힐리아드, 로우리 오코너

(왼쪽부터) <컨저링>(2013),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2021)

리스트에 넣을지, 말지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영화가 바로 <컨저링>이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서운 영화로 입소문을 탄 만큼, 빙의 장면이 그리 도드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스트에 넣은 이유는 직접적으로 잔인한 장면이나 괴기스러운 장면을 삽입하지 않고, 연출만으로도 충분히 공포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치밀한 플롯과 연출, 최소한이지만 적재적소에 배치된 사운드와 호러 요소로 입소문을 탄 <컨저링>은 결국 공포영화로서는 드물게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컨저링 유니버스’라는 말이 생겨난 것도 바로 이것 때문. 

(왼쪽부터) <컨저링>,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이번에 개봉한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이하 <컨저링 3>)는 이전까지 <컨저링> 시리즈를 담당했던 제임스 완 감독이 아닌 마이클 차베스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지금까지 <컨저링> 시리즈는 악령이 씐 집이란 한정된 공간 안에서 스릴을 만들어 냈지만, 이번 <컨저링 3>에서는 집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은 악령에 씌어 이웃 남성을 공격했다고 주장하는 어니(로우리 오코너)와 이를 증명해 보이려는 워렌 부부의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다. 오컬트에 포커스를 맞췄던 전 편과는 달리 이번 3편에서는 법정극을 첨가했는데, 이에 대해 호불호가 나뉘고 있다. 활동 반경이 커진 만큼, 한 군데 깊게 파고드는 면은 다소 약해졌으나, 역동성은 더 커졌다. 

컨저링

감독 제임스 완

출연 베라 파미가, 매켄지 포이, 패트릭 윌슨, 조이 킹, 릴리 테일러, 론 리빙스턴

개봉 2013.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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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저링 2

감독 제임스 완

출연 베라 파미가, 패트릭 윌슨, 프란시스 오코너, 프란카 포텐테, 스털링 제린스, 매디슨 울프

개봉 201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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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감독 마이클 차베즈

출연 베라 파미가, 패트릭 윌슨, 줄리안 힐리아드

개봉 20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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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