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2021)

베놈이 안티 히어로라면, 카니지는 순수 악 그 자체다. 대학살을 의미하는 ‘Carnage'에서 유래된 이름처럼, 그는 베놈과 같은 종족일지언정 같은 존재는 아니다. 신체적인 능력으로 따지자면 그는 베놈보다 훨씬 공격에 특화되어 있으며, 압도할 만한 힘을 갖고 있다. 물론, 훨씬 더 악랄하고 잔인하기 때문에 타인의 죽음에 대해 서슴없다. 베놈에게서 태어났지만, 베놈보다 더 강력하고 사악한 빌런, 카니지.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이하 <베놈 2>)에서는 카니지의 등장으로 혼란이 찾아온 세계를 그리고 있다. 오늘은 카니지가 어떤 존재인지 파헤쳐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 이 기사는 코믹스를 중심으로 쓰였습니다. 하지만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

감독 앤디 서키스

출연 톰 하디, 미셸 윌리엄스

개봉 2021.10.13.

상세보기

카니지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361

1988년 4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300에 베놈이 등장했을 때, 카니지의 존재는 결정 났다. 베놈과 에디 브록 콤비의 성공은 새로운 심비오트를 창조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작가 데이비드 미컬라이니는 1992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361에 카니지를 공개했다. 후발 캐릭터이기 때문에 카니지에겐 확실한 캐릭터가 필요했기에, 카니지는 베놈보다 훨씬 어둡고 광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카오스(Chaos) 혹은 래비지(Ravage)로 명명하려 했으나, 결국 대학살을 의미하는 카니지가 되었다고. 

카니지 탄생의 순간

카니지는 베놈이 콜로라도 로키즈의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을 때, 베놈의 심비오트 조각(혹은 자식)이 사이코패스 살인마 클리터스 캐서디와 결합하며 등장하게 된다. 심비오트는 번식을 분열을 통해 진행하기 때문에 자신의 ‘조각’에게 어떠한 애착도 느끼지 않았다. 베놈은 에디에게 조각의 존재를 굳이 알리지 않았고, 심비오트 조각은 캐서디의 손에 있는 상처를 입구 삼아 그를 숙주로 삼는다. 

카니지와 캐서디의 유대감(!)은 베놈과 에디보다 더 강했다. 두 존재 사이에는 ‘살인’과 ‘광기’라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고, 카니지는 캐서디를 통해 캐서디는 카니지를 통해 욕망을 해소해 나갔다. 숙주의 가치관과 상태로 인해 베놈보다도 훨씬 더 폭력적이고 강하며, 치명적인 존재가 되었다. 카니지가 붉은색으로 설정된 이유 역시 솟구치는 피를 상징하기 위함이라고 제작자는 밝혔다. 


카니지의 능력은 무엇인가?
베놈 : 내가 더 오래됐고, 현명하고, 경험이 많지! / 카니지 : 그렇지..... 하지만 내가 더 사악해!

베놈과 유사하지만 힘과 민첩성, 속도에 있어 베놈을 앞선다. 순수한 신체능력으로 따지자면 베놈의 상위호환 버전. 카니지는 자신의 신체를 이용해 총알이나 칼날 같은 치명적인 무기를 만들 수 있고, 그것을 발사할 수도 있다. 또한 숙주가 부상을 입었을 때, 이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도 지니고 있다. 이 치유력은 신체 일부분을 잃는 것 정도는 충분히 재생 가능한 정도다.

센트리에게 반으로 찢긴 카니지

마블 코믹스 세계관에서 가장 강한 히어로 센트리에게 반으로 찢어졌을 땐 살아남긴 했으나 하반신은 재생되지 않았다. 하지만 몸이 반으로 찢기고 영양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우주에 버려진 상태에서도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카니지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처럼 촉수로 올가미를 만들어 상대를 제압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파이더맨과 유사하게 건물 외벽을 타고 오르는 것,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 어떤 방향에서든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스파이더 센스에 감지되지도 않기 때문에 베놈과 스파이더맨의 능력을 합친 캐릭터라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게임, ‘맥시멈 카니지’에서 스파이더맨과 베놈은 힘을 합쳐 카니지를 무찌른다. 둘의 명성과 파워를 떠올려 보았을 때 카니지가 얼마나 강한 심비오트인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베놈과 마찬가지로 카니지도 소리와 열에 취약하며 그가 만든 총알이나 칼 등은 몸에서 분리된지 10초 후면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숙주인 캐서디는 누구?
코믹스 속 리레터스 캐서디

<베놈 2> 클리터스 캐서디

카니지의 숙주인 클리터스 캐서디는 코믹스 1991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344에 처음 등장했다. 미치광이 연쇄살인마였던 캐서디는 에디 브록과 같은 감옥에서 지냈는데, 이때 베놈의 심비오트 조각, 카니지가 그에게 달라붙는다. 이때 얻은 초인적인 능력을 이용해 탈옥한 그는 베놈과 스파이더맨의 주요 빌런이 된다. 스파이더맨이 선의 편에 서있고, 베놈이 선과 악이 혼재되어 있는 상태라면, 카니지와 캐서디는 절대 악의 포지션에 위치해 있다. 이미 가학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던 캐서디는 카니지를 더욱더 증폭시키는 존재로, 둘은 어떤 의미에서 완벽한 짝이다. 

강아지를 고문하는 어린시절 캐서디

코믹스에서 캐서디는 반사회성 인격 장애를 겪고 있는 존재로, 정신감옥(올바른 말은 치료 감호소)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 계단에서 할머니를 밀쳐 살해하고 욕조에 헤어드라이어를 떨어뜨려 어머니를 살해하려 했으며 키우던 개를 드릴로 고문해 죽여 버렸다. 그의 어머니는 자신을 살해하려던 아들의 시도에 캐서디를 죽이려까지 한다. 결국 어머니와 할머니를 살해한 그는 시설로 보내지게 되는데 그곳에서도 다른 아이들과 시설 직원들을 끊임없이 학대, 살해한다. 

이러한 유년시절로, 그는 인생이란 본질적으로 무의미하고 헛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법은 말뿐이다.”라는 신념을 갖게 된다. 법의 테두리를 완전히 무시하게 된 그는 살육으로 혼란스러워진 세상이 그의 최종 목표인 ‘자유’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를 이루기 위해 그는 11건의 살인사건을 일으켜 교도소로 보내진다.

캐서디(카니지)의 연인, 슈리크
코믹스 속 슈리크
<베놈 2> 속 슈리크

캐서디는 미치광이에 잔혹한 성정을 지녔다는 점에서 DC코믹스의 조커와 비교해 볼 만하다. 조커가 연인 할리퀸을 정신병원에서 만난 것처럼, 캐서디는 사랑하는 상대, 슈리크를 감옥에서 처음 만난다. 슈리크는 소리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뮤턴트로 음파 블라스트는 물론 상대에게 두려움과 증오, 절망 같은 감정을 유발하는 능력도 함께 지니고 있다. 슈리크는 소리가 약점인 카니지와 소리가 주 무기인 슈리크, 그리고 카니지의 숙주임과 동시에 슈리크를 사랑하는 캐서디까지, 이번 <베놈 2>에서는 세 존재의 관계성이 도드라질 예정이다. 


카니지에게도 가족이 있을까?
(왼쪽 상단부터) 데모고블린, 슈리크, 카니지, 도플갱어, 캐리온

카니지가 마블 코믹스의 대표 빌런 캐릭터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맥시멈 카니지의 영향이 큰데, 마블의 인기 캐릭터인 스파이더맨, 캡틴 아메리카, 베놈 등이 대거 투입된 코믹스로 그해 가장 인기 있는 만화 시리즈였다. 

맥시멈 카니지에는 카니지 외에도 슈리크, 도플갱어, 데모고블린, 캐리온과 함께 결성한 카니지 패밀리라는 존재가 등장하는데 카니지는 그들 앞에서 자신을 ‘아버지’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그들 모두 카니지를 경멸하고 있었으며, 캐서딘의 연인인 슈리크를 위해서 그룹을 이룬 상황이었다. 그중에서도 스파이더맨의 유사본인 ‘도플갱어’는 슈리크를 엄마처럼 여기고 따라 카니지가 슈리크를 숙청하려는 순간, 자신을 희생해 슈리크를 구해낸다. 


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