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오랜만에 충무로에 괴물 같은 신예가 등장했다. 무려 2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민식과 나란히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주연을 맡은 배우 김동휘가 그 주인공이다. 보는 이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 정직한 눈빛과 굳은 결의가 느껴지는 다부진 턱은 냉철해 보임과 동시에 어딘가 순박해 보이는 인상을 풍긴다. 김동휘는 배우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선과 악을 모두 품은 얼굴의 소유자다. 이 때문에 그가 이제 막 상업 영화의 주연으로 스크린 데뷔를 한 신인 배우임에도, 머지않아 충무로를 누비고 다닐 앞날이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곧 스타 배우로 떠오를 이 배우의 첫 주연 영화 개봉을 맞아 데뷔 전부터 현재까지 소소한 이야기를 모아봤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감독 박동훈

출연 최민식, 김동휘

개봉 202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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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전 춤을 사랑하던 소년
김동휘 인스타그램

중학교 시절 김동휘는 여느 학생들과 다름없는 평범한 중학생이었고, 고등학교 시절 김동휘는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그는 꽤 이름난 학교의 댄스 동아리에서 활동했는데 당시에 아이돌 제안을 받기도 했다고. 하지만 아이돌은 자신과 맞지 않다고 생각해 거절한 후 장래희망도 없이 뭘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 아버지의 권유로 고등학교 3학년 때 연기에 발을 들이게 된다.

처음엔 연기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첫 연극 무대는 그의 인생 첫 번째 터닝포인트가 된다. 당시 멀티 역할을 맡아 무대에 오른 그는 그 위에서 관객들이 주는 에너지와 힘을 받으며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기 때문. 이를 계기로 연기를 제대로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그는 서울예대 연극과에 진학한다. 이후 여러 무대에 오르며 차근차근 연기력을 쌓아가던 중 스무 살 때 영화 <타짜>를 보고 영화배우의 꿈을 키우게 된다.


상업영화 속 단역부터 단편영화까지, 차근차근 한 걸음씩
<노마드>

연기의 즐거움에 푹 빠진 그는 무대가 아닌 스크린의 경험을 쌓기 위해 영화 <상의원>의 오디션을 봤고 단역으로 뽑힌다. 후에 같은 제작사가 만든 영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에서도 단역을 맡는 등 나쁘지 않게 첫 단추를 잘 채웠다. 이후에는 단편 영화에 연달아 출연하며 연기력을 공고히 다졌다. 첫 단편영화 출연작 <노마드>는 2018년 샌프란시스코 LGBTQ 커밍 에이지 단편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으로, 청년 성소수자의 만남과 이별을 다룬 작품이었다. 그는 가출 청소년 상우를 연기했다.

<하고 싶은 아이>
<피터팬의 꿈>

고등학생 소년 소녀들의 엇갈린 애정을 그린 작품 <하고 싶은 아이>에서는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소년 민수를, 두 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다음 작품 <피터팬의 꿈>에서는 고등학생 민하를 연기하며 세 편의 단편영화에서 줄곧 고등학생 역할을 맡아왔다. <피터팬의 꿈>은 18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국내 경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즈음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의 제작 소식을 듣고 영화사에 직접 프로필을 보내며 오디션 기회를 얻는다.

노마드

감독 한정길

출연 전성일, 김동휘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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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아이

감독 김여정

출연 정희정, 기은수, 김동휘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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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의 꿈

감독 엄하늘

출연 김동휘, 김신비

개봉 미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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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한 방을 남긴 첫 드라마 <비밀의 숲 2>
<비밀의 숲 2>
김동휘 인스타그램

영화배우를 꿈꾸며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한 김동휘가 대중들에게 그의 얼굴을 알리게 된 것은 TV 드라마를 통해서였다. 2020년 방영한 드라마 <비밀의 숲 2>에서 김후정을 연기하며 그는 선악이 공존하는 그의 얼굴을 제대로 활용해냈다. 김후정은 극 초반 익사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로 나오나, 이후 학교 폭력 사건의 피해자임과 동시에 납치 사건의 가해자로 밝혀지며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사했다. 시청자들의 연민과 분노를 동시에 일으킨 데에는 그의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과 섬세한 연기가 크게 한몫했다. 한편 김동휘는 <비밀의 숲 2> 방영 당시 조승우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게재한 후 ‘성덕’이라고 감격스러워하기도 했다.

비밀의 숲 2

연출 박현석

출연 조승우, 배두나, 최무성, 전혜진, 윤세아, 이준혁, 박성근, 전배수, 최재웅, 송지호, 김영재, 이해영, 박지연, 박미현, 배제기, 김범수, 정성일, 이가섭, 장률

방송 2020,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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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뮤직비디오 출연까지
창모 ‘광장동에서’
백현, 도영 ‘인형’
IZ*ONE(아이즈원) ‘3!4!’

2020년 전후는 김동휘에게 꽤나 바쁜 해였다. 앞서 언급한 단편 영화들과 함께 드라마 출연, 오디션, 그리고 뮤직비디오 출연까지 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동했기 때문. 2020년에는 가수 창모의 ‘광장동에서’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배우 송희준과 달달하고도 애틋한 커플 연기를 보여줬다. 그가 말랑한 멜로 연기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던 작품. 이듬해에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발매된 명곡들을 리메이크한 음반 <Rewind : Blossom> 중 백현, 도영의 ‘인형’과 IZ*ONE(아이즈원)의 ‘3!4!’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배우 양서현과 절절한 러브 스토리를 보여줬다.


데뷔 8년 만 첫 스크린 주연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차분하고 성실하게 쌓아온 필모그래피와 노력을 발판 삼아 그는 데뷔한 지 8년 만에 상업 영화에서 첫 주연을 맡는다. 상대 배우는 무려 최민식.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이 상위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의 경비원으로 살아가던 중 그의 정체를 알게 된 고등학생 한지우(김동휘)가 그에게 수학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김동휘가 연기하는 한지우는 자사고에서 수학을 포기한 학생, 일명 수포자이지만, 천재 수학자 이학성과 만난 후 성장해나가는 인물이다. 영화를 연출한 박동훈 감독은 “김동휘는 오디션을 볼 때 지우 그 자체였다”라며 그를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오디션을 봤던 당시 그는 소속사 없이 혼자 지원한 배우였는데, 매니지먼트 회사가 없던 사람은 김동휘와 다른 배우 단둘뿐이었다고.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던 오디션에서 그는 무서운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최민식의 옆자리를 꿰찬다. 영화를 보면 박동훈 감독의 확신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영화를 촬영했던 당시 20대 중반의 나이였음에도 10대 역할에 적역인 앳된 얼굴과 실제 자사고 학생이라고 해도 믿을법한 반듯해 보이는 이미지, 여기에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해 주는 준비된 연기력까지. 

매 인터뷰마다 그는 나이대별 롤 모델을 밝혀왔는데, 30대는 박정민, 40대는 조승우, 50대는 이병헌, 60대는 최민식이라고 한다. 마침 그는 드라마 <비밀의 숲 2>에서 조승우를 만나고,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통해 최민식을 만나며 두 명의 롤 모델과 호흡을 맞췄는데, 앞으로 박정민, 이병헌도 만나보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현재 김성수 감독의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을 촬영 중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동안을 무기로 10대 소년범을 연기할 예정이다. 오랜만에 만난 충무로의 샛별이 앞으로 어떻게 활약할지 몹시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나우무비 에디터 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