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국내에서 대만발 로맨스의 소구력이 높아졌을까. 거슬러 올라가 보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드라마보다 영화가 먼저였다. 2008년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시작으로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 <나의 소녀시대>, 그리고 2002년 작품인 <남색대문이> 2021년 국내에서 정식 개봉하기까지, 지난 10여 년 동안 국내에서 대만 청춘 로맨스 장르는 흥행 보증수표로 우뚝 섰다. OTT가 보편화되며 대만 로맨스물의 인기는 영화에서 드라마로 넘어갔지만 그 인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장마와 열대야가 불면을 부추기는 이 여름밤을 대만 드라마와 함께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서정미 낭낭한 작품 다섯 편을 아래 추천한다. 


<통령소녀>
2017.04.02~2017.04.30 | 시즌1 6부작
2019.10.06~2019.11.17 | 시즌2 8부작

제목만 들어선 어떤 내용의 작품일지 유추도 되지 않는 <통령소녀>는 혼’령’과 소’통’할 수 있는 영매 소녀 샤오쩐(곽서요)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대만 유명 무당의 실화를 원작으로 해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전에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 주는 것이 일상인 샤오쩐은 그저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은 것이 꿈인 16살 소녀다.

그러던 어느 날 샤오쩐 앞에 밝고 잘생긴 전학생이 나타나며 그녀의 인생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영매’라는 신선한 소재에 대만의 전매특허 학원물 로맨스가 더해지며 작품은 굉장한 시너지를 냈고, 23개 국가에 방송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통령소녀>는 HBO에서 제작한 최초의 아시아 드라마로, HBO Asia와 대만의 공영방송국 PTS가 만든 합작품이다. 2017년 대만에서 첫 방영 후 현재 시즌 2까지 나왔고, 국내에서는 지난 2월 웨이브를 통해 독점 공개되어 전편 시청 가능하다. 


<연애시과학: 사랑은 과학>
2021.03.21~2021.10.17 | 20부작 (국내 27부작)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이끄는 건 사랑일까 아니면 조건일까. 물론 나와 딱 맞는 조건을 가진 사람을 만나 사랑에 빠져 웨딩 마치까지 울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지만, 어디 인생이 그리 순탄하던가. <연애시과학: 사랑은 과학>의 주인공 옌페이(막윤문)는 “결혼은 가슴 두근거리는 연인이 아니라 최적의 라이프 파트너를 찾는 것”이라고 믿는 결혼정보 회사 ‘사랑은 과학’의 CEO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커플들을 매칭해주며 80%의 성혼율을 자랑하지만, 정작 회사의 대표인 그녀는 9년 전 이혼한 것을 숨기고 지내는 중. 어느 날 가오슝으로 출장을 간 옌페이는 우연히 어린 시절 동창의 동생 왕쉬안위(오념헌)를 마주치는데, 그가 오래전부터 자신을 짝사랑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연애시과학: 사랑은 과학>의 재미는 비단 주인공 커플의 이야기에만 있지 않다. 결혼 정보 회사에서 이어주는 커플들과 남남커플의 사랑 이야기도 등장하기 때문. 덕분에 여러 인물들의 면면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애시과학

연출 장진영, 채복결

출연 막윤문, 우녠쉬안, 웨이 팅 황, 이경념, 클로버 카오, 정위달, 림우

방송 2021, 대만 TTV

상세보기

<계지유랑기>
2020.12.13~2021.01.24 | 8부작

<계지유랑기>는 대만의 수학자이자 작가인 라이웨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드라마의 제목은 ‘Adventure of the ring’, 즉 ‘반지의 모험’이라는 뜻인데, 제목처럼 주인공이 잃어버린 프로포즈 반지가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치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황이즈(왕유승)와 리리사(림여희)는 5년차 커플이다. 리리사는 황이즈의 프로포즈를 기다리고 있고, 황이즈는 엄마에게 받은 반지로 프로포즈할 계획을 세우지만 지하철에서 반지를 잃어버리며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계지유랑기>는 황이즈와 리리사 커플의 이야기와 함께 프로포즈 반지를 주운 인물들의 사연 또한 담아내며 극을 더욱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든다. 앞서 언급한 <통령소녀>와 <아문여악적거리>에 이어 HBO가 선보이는 세 번째 아시아 오리지널 시리즈로, 웨이브에서는 올해 3월 독점 공개되었다. 회당 50분 남짓의 러닝타임에 총 8부작으로 구성되어 시간 부담 없이 보기 좋은 작품이다. 


<상견니>
2019.11.17~2020.02.16 | 13부작 (국내 21부작)

근래 대만 로맨스물을 논하는데 <상견니>가 빠질 수 없다. <상견니>에 미친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 ‘상친놈, 상친녀, 상친자’까지 만들어낸 이 드라마는 말 그대로 ‘상견니 신드롬’을 일으키며, 대만 드라마에 큰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 OTT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상견니>는 남자친구 왕취안성(허광한)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그를 잊지 못한 황위쉬안(가가연)이 우연한 계기로 타임슬립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왕취안성과 똑같은 얼굴의 인물 리쯔웨이(허광한)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타임슬립, 미스터리, 로맨스가 뒤얽혀 짧은 줄거리부터 흥미를 유발하는 이 작품은 드라마 자체뿐 아니라 주연배우들도 스타덤에 올려놓았고 OST도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대만에서 <상견니>를 영화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국내에서는 <너의 시간 속으로>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 되어 2023년 공개 예정이다. 국내판에는 안효섭, 전여빈, 강훈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상견니

연출 황천인

출연 가가연, 허광한, 시백우, 안육린

방송 2019, 대만 CTV

상세보기

<니유념대학마>
2019.01.06~2019.04.28 | 16부작 (국내 26부작)

원제인 <니유념대학마>(有念大學)를 번역해 보면, “너 대학교에 다니니?”라는 뜻이다. 영어 제목은 뜬금없게도 ‘다시 안녕’을 의미하는 <헬로 어게인>(Hello, Again)이다. 줄거리를 보면 원제와 영제의 미묘한 간극이 대강 이해가 된다. 수능 100일을 앞둔 어느 날 모범생 창커아이(안신야)와 양즈호우(화호진)는 내기를 한다. 같은 대학의 같은 과에 입학하면 창커아이가 양즈호우의 가방을 1년 동안 들어주기로 한 것. 창커아이는 수석으로 입학하지만 집안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입학을 포기하고, 같은 학교에 예비 합격을 했던 양즈호우가 대신 입학을 하게 된다.

10년 후 두 사람은 우연히 재회를 하는데 양즈호우는 아버지 백화점의 부사장이 되어있었고, 창커아이는 백화점 앞 시장에서 엄마와 옷 가게를 하고 있었다. <니유념대학마>는 돈 많은 부잣집 남자 주인공과 가난하지만 씩씩한 여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진다는 다소 뻔한 로맨틱 코미디 공식을 그대로 가져다 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쾌한 서사와 코믹한 스토리가 시종 웃음을 유발해 쉬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니유념대학마

출연 안신야, 브루스, 소상

방송 2019, 대만 TTV

상세보기

나우무비 에디터 박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