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큰 흥행을 기록한 영화 <아바타>가 얼마 전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개봉된 데 이어,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속편 <아바타: 물의 길>의 영상 15분을 최초로 공개하고 프로듀서 존 랜도가 방문해 행사를 소화했다. <아바타: 물의 길> 개봉을 2달 앞둔 시점, 1편 <아바타>의 이모저모를 곱씹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 디즈니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1995)는 카메론이 90년대 중반 <아바타> 작업을 시작할수록 있도록 결정적인 영감을 준 작품이다. 이후에도 포카혼타스의 영향이 드러나는데, 테렌스 맬릭의 <뉴 월드>(2005)에서 포카혼타스를 연기한 코리안카 킬처를 네이티리 역에 섭외하길 원했고, 제이크 설리의 이니셜 J.S는 포카혼타스의 연인 존 스미스의 것과 같을 뿐만 아니라 존 스미스처럼 제이크 역시 한 부족의 풍습을 배워가던 중 공주와 사랑에 빠진다.

<포카혼타스>


──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 작업을 시작하긴 했지만, 그의 비주얼 콘셉트가 당시엔 너무나 전위적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기술로는 구현할 수 없어 좀체 진전되지 않았다. 1999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를 완성할 계획도 가졌지만 그가 계획한 특수효과 예산은 무려 4억 달러였고 그만한 자금을 대려고 하는 회사는 전무했다. 하지만 카메론은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2002)의 골룸을 보고 <아바타>의 비주얼을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해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 제작사 20세기 폭스의 염려를 덜고 <타이타닉>(1997) 당시의 예산 초과와 제작 지연을 상기시키고자, 제임스 카메론은 <아바타>가 흥행에 실패한다면 연출 페이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타이타닉> 촬영 현장

 
── <아바타>는 실제 액션이 40%, CG가 60%로 이루어졌다. CG가 포함된 일부 신들은 렌더링 하는 데에만 47시간이 소요됐다.

<아바타> 타나토르 신

── <쥬라기 공원>(1993) 크리처들의 사운드 이펙트를 차용했다. 제이크가 타나토르에게 쫓기는 신에서 타나토르가 포효하는 소리는 티렉스의 그것을, 제이크가 기대자 페일이 짖는 소리는 주방 속 랩터들의 소리를 가져왔다. 판도라에서 늑대와 같은 포식자들이 내는 소리는 실제 점박이 하이애나가 내는 것이다.

<쥬라기 공원>


── 제작사는 주인공 제이크 설리 역에 맷 데이먼, 제이크 질렌할 등을 원했다. 하지만 제임스 카메론은 같이 맥주 한잔 할 법한 이가 세상을 바꾸는 지도자로 발돋움 하는 캐릭터를 지향해 무명 배우를 고집했고, 결국 샘 워싱턴을 선택했다. 캐스팅 당시 차에서 생활하던 처지였던 샘 워싱턴은 시나리오는커녕 감독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연락을 받았고, 이 또한 시간낭비겠거니 생각했다고. 

<아바타> 샘 워싱턴


── 네이티리 역의 조 샐다나와 각각 <스타 트렉: 더 비기닝>(2009)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에서 호흡을 맞춘 크리스 파인과 크리스 프랫은 모두 <아바타>의 제이크 역에 오디션을 본 적 있다. 파인은 그게 생애 최악의 오디션이었다고 말했다. 



── 시고니 위버의 7번째 SF 영화인 <아바타>는 그의 출세작인 <에이리언>으로부터 30년 후에 개봉됐다. 제임스 카메론은 <에이리언>의 속편 <에이리언 2>(1986)를 연출했고, <아바타>는 카메론과 위버의 두 번째 협업작이다.

<에이리언 2> 촬영 현장


── 그레이스의 아바타를 구현하기가 가장 까다로웠다. 시고니 위버의 좁고 오똑한 코는 나비족 특유의 뭉특한 코와 너무 달랐다. 또한 그레이스의 아바타는 18년 전의 모습이라 CG 스튜디오는 <에이리언> 속 시고니 위버의 모습을 바탕으로 작업했다.

<아바타> 시고니 위버

── 어거스틴의 아바타는 스탠포드 대학교 탱크탑을 입고 있는데, 시고니 위버는 실제로 70년대 초 스탠포드 대학교에 다녔다


── 쿼리치 대령 역에 마이클 빈이 물망에 있었지만, 제임스 카메론은 이미 시고니 위버를 섭외한 상태에서 <에이리언 2>(1986)를 떠올리게 하는 배우를 피하고자 빈을 고사했다. 

<에이리언 2> 시고니 위버, 마이클 빈




── 배우들이 캐릭터를 준비하는 걸 돕기 위해 제임스 카메론은 배우와 스탭을 데리고 하와이에 가서 숲과 정글을 트레킹 하면서 판도라의 삶을 느껴보게 했다. 네이티리 역의 조 샐다나는 꼬리까지 달아 나비족의 전사처럼 분장까지 했다.

── <아바타> 속 산은 중국 장자제(张家界)시의 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아바타 할렐루야 마운틴’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했다.
 
── 모든 생명체가 서로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판도라의 세계관은 아이삭 아시모프의 소설 <파운데이션의 끝>(1982) 속 가이아의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다.


── 제목 ‘아바타’(avatar)는 산스크리트어로 ‘화신’을 뜻한다. 힌두교 경전에선 인간을 신의 화신에 지칭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 제임스 카메론은 제 영화 속 메인 캐릭터 이름들은 카톨릭에서 따온 경우가 많다. <에이리언 2>의 비숍과 <어비스>(1989)의 몽크는 물론, <아바타>에서 시고니 위버가 연기한 그레이스 어거스틴 역시 이교도였던 영국에 기독교를 전파해 훗날 대주교가 된 아우구스티누스에서 온 이름이다. 

폴 R. 프로머

── 나비족의 언어는 언어학자 폴 R. 프로머가 완전히 새롭게 만든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은 배우들이 발음하기 좋되 기존 인류의 언어와는 전혀 다른 것을 만들어달라고 청했고, 프로머는 약 1000개의 어휘를 만들었다. 호주인인 샘 워싱턴은 미국 악센트보다 나비족 언어가 마스터 하기 쉬웠다고 말했다.

── 제이크의 불편한 다리는 실제 하반신 마비 환자의 다리를 본뜬 의족이었다. 샘 워싱턴의 실제 다리는 휠체어에 끼워져 CG로 지웠다.

── <아바타>에 영감을 준 족장들의 항의를 받고 제임스 카메론은 브라질 열대 우림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그곳에서 제이크처럼 전투 화장을 하고 손에 창을 들었고, 18명의 원주민 지도자들과 함께 댐 건설을 중단시키기 위해 투쟁을 계획하기도 했다.

── 놈 스펠먼이 판도라 정글에 처음 왔을 때 그가 쓰고 있는 모자엔 점자로 ’1969’가 새겨져 있다. 주지하듯 인류가 달에 처음 달에 착륙한 바로 그 해다. 


── 인간과 나비족을 제외한 판도라의 모든 동물들은 6개의 팔다리를 가졌다.

<아바타>로 오스카 촬영상을 받은 마우로 피오레

── 전작 <트루 라이즈>(1994)와 <타이타닉>을 촬영감독 러셀 카펜터와 함께 작업한 제임스 카메론은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태양의 눈물>(2003)에서 무성한 정글 이미지를 보고 마우로 피오레를 <아바타> 촬영감독으로 기용했다. 카메론과 30분 간의 미팅 후 제안을 받아들인 피오레는 프로듀서 존 랜도우와 함께 2시간 동안 세트장을 둘러봤다. 속편 <아바타: 물의 길>과 <아바타 3>는 러셀 카펜터가 <아바타 4>는 마우로 피오레가 촬영을 맡았다. 2-3편이 물이 중요하다면, 4편은 1편처럼 정글에서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예상을 해보게 된다.


── 제임스 카메론과 전작 <에이리언 2>와 <타이타닉>을 작업한 영화음악가 제임스 호너는 <아바타>가 커리어 통틀어 가장 어렵고 커다란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1년 반 동안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작업에 몰두했다. 안타깝게도 호너가 2015년 세상을 떠나, 두 명장의 협업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게 됐다.


── 원래 결말은 네이티리가 제이크의 아이를 갖는 것이었다.


── 수많은 비평가와 팬으로부터 ‘반전(anti-war)’영화로 소개됨에도 불구하고, 제임스 카메론은 스스로 “열성적인 환경운동가”라며, <아바타>가 특정 국가의 외교나 국방 정책에 영감을 받은 바가 전혀 없고 오히려 친환경주의적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강조했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 <히트>(1996) <콜래트럴>(2004) 등을 연출한 거장 마이클 만은 최고의 영화 10편을 꼽는 리스트에 <아바타>를 포함시킨 바 있다.


── 영화 전체를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오스카 촬영상을 받은 첫 작품이다.


── <타이타닉>은 미국 수익 5억 달러를 넘겼고, 12년 후 개봉한 <아바타>는 미국에서만 7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며 흥행 역사를 다시 써내려 가기 시작해, 결국 전세계 25억 달러를 돌파해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영화가 됐다.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이 근 10년 만에 그 기록을 돌파했지만, 2021년 중국에서 재개봉 하면서 다시 그 왕좌를 차지하고 말았다.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