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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등 11월 셋째 주 개봉작 전문가 별점

씨네플레이

서울의 봄

감독 김성수

출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던 9시간

★★★☆

권력을 향한 탐욕과 상식적인 명분이 치열하게 맞부딪치던 밤의 이야기. 하나의 관점을 지닌 역사적 해석으로도, 상업적 감각과 재미를 겸한 창작물로서도 좋다. 영화를 통해 현대사의 암흑을 들여다보는 것은 일종의 각성제 역할을 한다. 민주주의의 봄을 겨울로 되돌리기 위해 또다시 어디에선가 벌어질지 모를 밀실 작당에 굴복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 같은 때에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가’라는 물음은 합당하지 않다. 44년 전에 이미 그런 식으로 봄은 한차례 끝이 났었다. 황정민과 정우성을 위시한 모든 배우들의 열연은 올스타전을 방불케 한다. 특히 황정민의 연기는 압도적 카리스마라 해야 할지, 마력에 가까운 그 무엇이라 해야 할지 망설여질 정도다. 그만큼 그가 연기한 전두광의 존재감은 뜨겁고 악랄한 불같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소인배들의 아귀다툼을 박제하다

★★★☆

12.12 군사 반란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생생한 캐릭터와 상반된 가치의 충돌로 재구성했다. 육군 내 사조직 하나회의 우두머리 전두광(황정민)은 권력을 향한 야욕을 숨기지 않는다. 권력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인맥, 협박, 뇌물 등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하다 국방에 쓰여야 하는 무력까지 사사로이 전횡한다. 탐욕을 채우기 위해 대의도 명분도 필요치 않은 그의 반대편에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이 있다. 원칙대로 싸우겠다는 그는 부끄러움을 알고 신념을 가진 자다. 나라를 지킨다는 군인의 소명의식마저 내던진 전두광 패거리를 같은 군인으로서 수치스럽게 여긴 그의 싸움은 아무것도 담보하지 못했지만 그것이 정의이며 부끄러운 승리보다 값진 역사로 남았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뚝심과 어떤 결기

★★★☆

쓰디쓰게 기록된 역사의 빈틈에 장르적 흥분을 촘촘히 박아 내달리는 영화다. ‘소신’과 ‘야심’과 ‘방심’과 ‘불신’으로 승부가 연신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 흡사 게임 같기도 한데, 전두광(황정민)이 이끄는 반란군과 이태신(정우성) 중심으로 짜인 진압군의 전략 대결에서 피어오르는 서스펜스가 상당하다. 결말이 알려진 이야기임에도, 능란한 편집과 뚝심 있는 연출 덕분에 ‘혹시나 반란을 막아낼 수 있었다면’이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뚜렷한 흑백/선악 묘사는 극의 지뢰가 될 수 있는 요소. 그러나 연기력 출중한 배우들이 캐릭터를 영리하게 다스리며, 그 지뢰들을 상당 부분 제거해낸다. 만든 이들의 어떤 결기가 손에 잡힐듯하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팩션의 사명과 신념을 보여주다

★★★☆

2023년 올해의 웰메이드 한국 영화다. 시나리오, 연출, 연기, 촬영, 편집, 음악, 미술, 사운드 등 영화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141분의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다. 상업 영화의 재미를 충족하면서 근현대사를 다룬 팩션의 모범 사례를 만들었다. 안다고 생각했던 치욕의 역사를 돌이켜 저마다의 반응을 끌어내는 시도도 성공적이다. 분노일 수도, 반성일 수도, 각성일 수도 있다. 영화가 준 자극을 어떻게 이어 나갈 것인가 하는 과제가 관객에게 주어진다. 김성수 감독과 정우성은 그들의 최고작을 경신하며 놀라운 장면과 연기를 보여준다. 주조연, 특별출연을 가리지 않고 제 몫을 해낸 배우들도 칭송해야 마땅하다. 

 


빅슬립

감독 김태훈

출연 김영성, 최준우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거칠면서 따뜻한 시선

★★★☆

가출한 청소년 길호(최준우)는 우연히 만난 기영(김영성)을 만나고 그들은 우연한 동거인이 된다. 외롭게 살아가던 기영은 겉으로는 퉁명스럽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길호를 품는다. 김태훈 감독의 첫 장편 <빅슬립>은, 학교와 가정을 벗어난 거리의 청소년에 대한 영화다. 예술 강사로 일하며 그들을 만났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만든 감독은, ‘동정 없는 세상’에서 소외된 아이들에게 연민의 감정을 가지고 다가간다. 여기서 김영성의 거칠면서도 섬세한 연기는 영화를 이끄는 동력.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생생한 느낌이 영화의 테마를 만들어낸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섣부른 구원 대신 정성스러운 응시로 말하는 어떤 연대

★★★

‘어른의 역할’은 오인되기 쉬운 가치다. 가출 청소년 길우(최준우)를 투박하고 거친 방식으로 대하는 기영(김영성)은 누군가의 기준에서는 어른과 거리가 먼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독이 되지 않는 방식의 연민, 자기 삶을 책임지려는 태도, 동정이 아닌 상식적인 수준의 선의를 발휘하는 기영은 적어도 하나의 대등한 존재로서 상대를 대할 줄 안다. 적나라한 현실 고발과 섣부른 구원을 말하는 대신, 인물들의 세상을 정성스럽게 바라볼 줄 아는 시각을 지닌 영화라는 점에서 반갑다. 황량한 공장 지대와 새벽 공기 속을 거니는 인물 그 자체인 김영성은 더 오래, 귀하게 보고 싶은 배우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김영성의 존재감

★★★☆

배우의 존재감이 엄청난 몰입을 부르는 영화가 있다. <빅슬립>이 그렇다. 김영성 배우의 미세한 표정 변화,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별것으로 다가오는 말투, 감정이 보이는 걸음걸이가 모두 극의 리듬이 되고, 분위기가 되고, 서사가 된다. 어디서 나타난 배우인가. 기억해두자. 희망과 쉽게 결탁하지도, 절망에 손쉽게 손 내밀지도 않는 연출의 균형감각도 좋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단잠 같은 위로

★★★☆

따뜻한 잠자리가 필요한 소년에게 사내는 자신의 집을 내어준다. 동병상련의 심정 때문일까, 소년에게서 자기의 과거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 두 사람 모두 갑갑한 현실을 벗어날 수 없는 처지에 놓였지만, 어쩌면 그들이 유일하게 지닌 선의를 쉽게 저버리지 않는다. 김태훈 감독은 장편 데뷔작에서 믿음과 구원의 서사를 비범하게 펼쳐놓는다. 외면하지 않는 어른과 포기하지 않는 아이의 조우는 보는 우리에게 단잠 같은 시간을 선물한다. 김영성 배우의 거침없는 연기에 푹 빠지는 이들도 적잖을 듯하다. 

 


 

아워 프렌드

감독 가브리엘라 코우퍼스웨이트

출연 다코다 존슨, 케이시 애플렉, 제이슨 세걸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삶을 나눈다는 것

★★★

말기 암 판정을 받은 아내, 어린 두 딸과 아내를 떠나보내야 하는 남편, 그리고 그들의 곁을 지키는 친구. 시한부 인생을 다룬 많은 영화가 시한부 판정 이후의 사연에 주목한다면, 영화는 아내가 암에 걸리기 전후 시간대를 오가며 세 주인공의 관계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가족과 친구가 있다는 건 큰 축복이자 깨달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세 사람. 기자 출신 남편이 쓴 에세이를 바탕으로 한 실화 영화여서 이들이 나누는 우정과 사랑이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어느 날 그녀가 우주에서

감독 구상범

출연 백서빈, 신연서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사랑이 구한다 

★★★

자신이 우주에서 왔다고 믿는 ‘그녀’와 만년 취업 준비생의 만남을 그린 판타지 로맨스. 외계와 교신을 시도하는 엉뚱한 여자 주인공,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알아차리고 노력을 기울이는 남자 주인공. 아웃사이더라는 공통점을 지닌 남녀 주인공이 교감하는 과정을 로맨스 영화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로 연출했다. 판타지를 좀 더 적극적으로 내세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청년 세대의 고민과 애환을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내고자 한 노력이 엿보인다. 

 


스노우 폭스: 썰매개가 될 거야! 

감독 아론 우들리

출연 제임스 프랭코, 제레미 레너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북극 동물들의 대활약 모험극

★★★

썰매개가 되고 싶은 스노우 폭스의 모험 성장기. 북극의 최강 배달원을 꿈꾸는 주인공 북극여우가 붉은 여우, 북극곰,  알바트로스 등 친구들과 함께 위기에 처한 북극을 구하는 이야기가 발랄하게 전개된다. 악당으로 등장하는 바다코끼리 등 다양한 북극 동물 캐릭터가 북극에 대한 관심을 끌고, 자신만의 특별함을 가지라는 메시지도 유익하다. 자막판은 제레미 레너, 제임스 프랭코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감칠맛 나는 목소리 연기로 부모 관객까지 흥겹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