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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강의 호불호 예감, 소문난 맛집 넷플릭스 〈닭강정〉 3화까지 미리 보고 쓰는 리뷰

김지연기자

- 닭강정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느낌이죠?

= 처음엔 온몸에 마비가 온 줄 알았죠. 몸이 굳으면, 몸이 튀겨진 느낌이구나.

거기에 물엿을 뒤집어쓴 느낌이구나.

 

하루아침에 내가 사람이 아닌 것으로 변한다면? 프란츠 카프카가 「변신」에서 제공한 이 철학적인 난제의 원형은 2023년에 이르러 ’바퀴벌레 챌린지’(“내가 바퀴벌레로 변하면 어떡할 거야?”)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2024년에는 <닭강정>으로 변화했다.

하루아침에 딸이 닭강정으로 변한다면? 거기다, 수많은 닭강정 중 어떤 것이 과연 내 딸인지 모른다면? 누군가가 실수로 내 딸을 집어먹기라도 한다면? 냉장고에 넣어줘야 할지, 따뜻한 햇볕을 쐴 수 있게끔 실온에 놔둬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러다가 만약 한순간에 상해버린다면? 영원히,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입이 없어 말도 못 하고, 발이 없어 움직일 수도 없고 그저 데굴데굴 구를 수밖에 있다면?

 


소문난 코미디 장인들이 노릇하게 튀겨낸 닭강정, 직접 맛보니…

3월 1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시리즈 <닭강정>은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죽어서도 신선한’ 류승룡의 치킨 유니버스를 잇는 작품이다. 넷플릭스 <닭강정>은 박지독 작가의 네이버웹툰 <닭강정>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민아(김유정)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선만(류승룡)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백중(안재홍)의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왜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이냐 하면, 의문의 기계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이 꽤나 쫀쫀하게 그려진다. 마치 바삭하게 튀긴 코미디에 스릴러향 물엿을 입힌 것처럼 말이다.

 

넷플릭스 <닭강정>은 10부작의 미드폼 시리즈로, 한 회에 30분 남짓이라 부담 없이 시청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배우 안재홍이 <닭강정>을 두고 “한번 맛보면 멈출 수 없는 맛을 가진 작품”이라고 말한 것처럼, 취향에 맞건 안 맞건, ‘찍먹’하다가 시리즈를 정주행 할 수 있다는 점은 큰 메리트다. 그러나, 1600만 관객을 동원한 이병헌 감독의 영화 <극한직업>이 대중적인 유머로 무장한 것과는 달리, <닭강정>은 꽤나 호불호가 갈릴, 취향을 ‘아주 많이 탈 만한’ 시리즈다. 코미디 장인 류승룡X안재홍의 ‘익숙해서 좋은 맛’ ‘아는 맛이라 부담 없는 맛’을 예상했는데 웬걸. 이병헌 사단이 튀겨내는 <닭강정>은 고수, 민트초코, 파인애플 피자 마냥 누군가에게는 ‘최애 음식’, 혹은 ‘괴식’이 될 것만 같다.

 


치킨은 튀겨봤지만 닭강정은 처음이라

13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의 배우 안재홍, 류승룡. 사진=씨네플레이
13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의 배우 안재홍, 류승룡. 사진=씨네플레이

비록 3화까지만 미리 감상했지만, 본격적인 공개 전부터 <닭강정>의 거센 호불호를 점치는 이유는 비단 ‘딸이 하루아침에 닭강정으로 변했다’라는 기상천외한 소재 때문은 아니다. 웹툰과의 싱크로율에 굉장히 공을 들였다던 이병헌 감독은 예측 불가한 스토리와 독특한 캐릭터들을 영상으로 구현하기 위해, 만화의 ‘황당무계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옮겼다. 덕분에 마치 개그 공개방송을 보는 것 같은 캐릭터들의 연극 톤 대사, 인물 간의 합, 과장된 톤은 분명 <닭강정>만의 개성이지만, 호불호를 낳을 수 있다. 극장에서 다 같이 봤다면 웃음이 쉽게 전염되어 너도나도 웃었겠지만, 문제는 <닭강정>이 집에서 스트리밍 하는 시리즈라는 점이다. 작품의 웃음 포인트를 발견하는 것은 오로지 시청자의 몫이기에, 누군가는 한 번도 웃지 않고 시리즈를 정주행할 수도 있다.

 

넷플릭스 <닭강정>에는 ‘대사를 주고받는 리듬’을 중시하는 이병헌 감독의 집착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 감독은 웹툰 원작의 공백을 대사로 채워, <닭강정> 속 캐릭터들은 벅찰 만큼 많은 대사량을 소화한다. 이병헌 감독이 연출과 극본을 맡은 JTBC 드라마 <멜로가 체질>이 비록 1.8%라는 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대중성 면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을지언정, ‘시즌 2’를 바라는 많은 마니아를 낳은 이유는 바로 재치 있는 대사와 주인공들의 입담 때문이었다.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정평이 난 배우 류승룡과 안재홍은 능숙하게 호흡을 주고받으며 차진 티키타카를 뽐낸다. 안재홍은 마치 "복식조로 탁구 대회 출전하는 기분"이었다며, 류승룡과 국가대표급 핑퐁을 선보였다.

 


제2의 '흔꽃샴' 탄생할까.. 안재홍의 '닭강정 랩소디'

안재홍이 이 감독의 전작 <멜로가 체질>에서 기타를 치며 ‘흔꽃샴’(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거야)를 부르던 것처럼, 그는 이번에도 노래를 부른다. 이름하여 ‘닭강정 랩소디’다. <닭강정>의 유머들이 ‘불호’에 가까운 사람도, 고백중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만큼은 빵 터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안재홍과 류승룡. 사진제공=넷플릭스
안재홍과 류승룡. 사진제공=넷플릭스

이병헌 감독은 안재홍이 너무 잘생겨져서 '고백중' 캐릭터를 제안하기 망설였다고 했지만, 막상 결과물을 보니 가장 놀라운 것은 안재홍과 고백중의 높은 싱크로율보다도, 즉석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안재홍의 '미친 폼'이다.

이병헌 감독이 서사를 덧대 개성 있는 캐릭터로 변모한 ‘고백중’(안재홍)의 존재는 단연 발군이다. 핑크색 와이셔츠에 노란색 바지를 입는 고백중은 별다른 이유 없이 오선지를 들고 다니며, 엉터리 작곡을 하는 인물이다. 물론 그의 본업은 기계 회사 인턴이다. 안재홍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연기하지 못했을 고백중은 웹툰보다도 더 기상천외한 캐릭터로 변화했다. 이병헌 감독은 원작의 고백중 캐릭터에 ‘아무도 몰라주지만 정말 재능이 있다면’, ‘음악을 포기하지 않은 비하인드가 있다면’하고 살을 붙여 나갔다. 또한 이 감독은 “이야기를 더해가다 보니 음악이 중요해졌다. 에드 시런 같은 뮤지션을 떠올리며 평소엔 CM송 같은 멜로디에 위트 있는 가사를 적는 싱어송라이터로 설정했다”라며 독특한 캐릭터의 탄생 비화를 전했다. 짐작컨대 이병헌 감독은 전작 <멜로가 체질>에서 안재홍의 노래를 듣고 그에게 이런 캐릭터를 맡긴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호일까, 불호일까? 궁금하다면 <닭강정>을 ‘찍먹’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