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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이파이브〉 박진영 “신구 선생님과 2인 1역을 해야 한다고? 이거 큰일이구나 싶었다”

김지연기자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


<서브스턴스>에 데미 무어와 마가렛 퀄리가 있다면, <하이파이브>에는 신구와 박진영이 있다. ‘새신교’라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 영춘(신구/박진영)은 신의 뜻을 따르는 것이 아닌, 본인이 신이 되길 원한다. 그는 초능력자의 췌장을 이식받은 후 젊음을 흡수할 수 있는 초능력을 얻게 되고, 자신처럼 장기 기증을 받아 초능력이 생긴 ‘하이파이브’ 멤버들을 찾아 초능력을 독차지하려 한다. 영춘은 젊은이의 몸에 들어가 “영생영춘 새신강림”을 외치며 절대자 행세를 하게 된다.

 

마치 하나의 몸에서 나왔지만 완전히 다른 <서브스턴스>의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과 수(마가렛 퀄리)처럼, 두 명의 영춘은 에너지도, 행동 방식도 다르다. 다만, 염두에 둬야 할 것은 그 둘은 어디까지나 한 명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박진영과 신구는 연기를 통해 이 어려운 설정을 관객에게 단박에 이해시킨다. <하이파이브>에서 가장 놀라웠던 순간이라면 박진영이 그의 얼굴로 신구의 말투를 뱉는 장면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박진영이 말 그대로 ‘신구를 삼킨 듯한’ 연기를 보여주는 장면을 기점으로 영화의 재미는 가속도를 탄다.

 

박진영은 이 독특한 빌런에 어떻게 접근했을까. <하이파이브> 개봉을 앞둔 지난 28일, 삼청동 모처에서 배우 박진영을 만나 그가 영춘이라는 캐릭터를 디자인한 과정, 그리고 드라마 <마녀>, 영화 <하이파이브>, 드라마 <미지의 서울>까지 쉬지 않고 활동하는 그의 비결에 대해 물었다.


배우 박진영.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진영.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21년에 촬영을 마친 <하이파이브>가 오랜 시간 끝에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오랜만에 <하이파이브>를 직접 관람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진짜 재밌더라고요. 제가 참여한 거긴 해도, 저는 관객으로 보게 됐어요. 제3자로 보니 ‘우리 영화 정말 재밌구나’ 느꼈어요. 촬영할 때는 그린 스크린에서 찍다 보니까, 상상하면서 연기하긴 했지만 어떻게 나올지는 저도 잘 몰랐는데, 막상 나온 것을 보니 우리 영화가 정말 스케일이 컸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이파이브> 촬영이 <유미의 세포들> 촬영 기간과 겹친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이파이브>의 영춘도 그렇고, <유미의 세포들>의 바비도 쉽지 않은 캐릭터였을 것 같은데요.

감사하게도 <유미의 세포들> 시즌 1 때, 바비의 분량이 적을 때 <하이파이브>를 병행할 수 있어서 큰 혼돈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영춘과 바비가 비슷한 캐릭터였다면 더욱 어려웠을 것 같은데, 완전히 상반된 캐릭터잖아요. 그래도 캐릭터를 만들어 갈 때는 어렵긴 했어요.

 

<하이파이브>의 영춘은 신구 배우와 박진영 배우가 2인 1역을 연기해야 하는 인물입니다. 처음 <하이파이브>의 영춘을 제안받았을 당시의 느낌과, 신구 배우와 함께 2인 1역을 맡은 소감이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신구 선생님이 영춘을 맡으신다는 말은 못 들었어요. 처음 대본을 딱 읽었을 때, “이게 나한테 들어왔다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그전에 했던 캐릭터들은 선역이 많았다 보니까. 그런데 정말 저한테 들어온 게 맞더라고요. 대본 자체도 재밌었는데, 내가 안 해봤던 걸 제안 주셨으니까 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미팅 때 물어보니 또 다른 영춘이 신구 선생님이었고, 제가 신구 선생님의 말투를 따라 해야 하는 캐릭터라고 말씀하셔서, “아, 이거 돼도 큰일이구나” 하며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정말 감사하게도, 신구 선생님이 제 대사를 다 읽어주셨고, 녹음을 하도록 허락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집에서 녹음을 정말 많이 들으면서 처음에는 제가 (신구 선생님과) 똑같은 말투로 대사를 외웠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딜레마가 생기더라고요. 제가 따라만 하는 연기가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감독님과 이걸 빼는 작업을 해보자 했어요. 어차피 이 대사를 숙지를 했고, 내 입에 익었으니 나대로 대사를 쳐야겠다, 했어요. 현장에서는 “10%만 말투 빼 보자, 30%만 빼 보자” 이런 식으로 디렉션을 주셨는데, 이상하게 그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재미있게 했어요.

 

박진영 배우는 작품마다 ‘목소리를 찾는 작업’을 가장 먼저 한다고 밝혔었는데요. 이번에는 그다음 단계가 뭐였나요.

말투는 신구 선생님을 따라 했고, 그다음은 ‘이 친구가 바라보는 세상’을 생각했어요. 너무 일반적이지 않고 특이한 인물이다 보니까. 이 사람의 선입견, 결핍들을 찾아내는 게 저한테는 되게 중요한 과정이었기 때문에 많이 고민을 했어요. 그리고 과거로 돌아간 게 아니라 지금 현재에서 몸만 어려졌기 때문에, 이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이 되게 중요했어요. 예를 들면 영춘이 갑자기 몸이 좋아졌으니까 이걸 계속 신기해했으면 좋겠고, 주먹을 칠 때도 ‘내가 이렇게까지 되는구나’라고 생각했으면 좋겠고. 신구 선생님도 감독님이 원하는 설정과 말투는 따라가되, 다 네 마음대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아마도 선생님은 똑같은 걸 따라 하다 보면, 굳어진 연기가 나와서 저만의 색깔이 빠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 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선생님의 행동을 따라 했다기보다는 이 캐릭터가 얼마나 신났을까, 눈앞에 보이는 와이파이는 뭘까, 그거를 계속 제 눈으로 포착해 내는 것들을 카메라 앞에서 많이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 캐럴>(2022)에서 1인 2역 연기도 하셨잖아요. 1인 2역 연기와 2인 1역 연기 중, 어떤 게 더 어려웠나요.

둘 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데, 2인 1역이 좀 더 마음의 부담은 컸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1인 2역은 사실 제가 만들어내는 상상의 인물이라면 2인 1역은 우리나라의 전설 같은 신구 선생님의 것을 몸에 체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했잖아요. 허투루 하면 안 될 것 같아, 너무 부담감이 너무 큰 거예요. 왜냐하면 선생님의 아역을 하는 것도 영광인데, 선생님 말투를 가져와서 해야 하는 그 부담감이 너무너무 큰 거예요. 나의 오리지널리티도 들어가야 되지만, 그 전설적인 배우의 그 호흡을 내가 어떻게 내 걸로 바꿔야 되나. 그래서 (2인 1역과 1인 2역의) 부담감 차이가 어찌 보면 나로부터 시작됐냐, 아니면 타인에서부터 오는 부담감까지 있냐의 차이였던 것 같아요.

 

배우 박진영.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진영.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유일한 빌런이라, ‘하이파이브’ 멤버들이 부러웠던 적이 있었을 것 같아요.

현장에서도 ‘나도 저기 끼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고, 영화를 보고 나니까 정말 화기애애하고 재미있었네,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코미디 연기를 많이 해보고 싶어요. <하이파이브>는 코미디 액션 활극이지만, 저는 진지했잖아요. 그래서 <하이파이브>를 보며 다음 작품에서는 선배님들처럼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하이파이브’ 멤버들 중에, 가장 탐났던 캐릭터가 있을까요?

안재홍 형이 맡은 지성 역이요. 지성은 자격지심도 있고, 자존심도 부리고. 그런데 배우로서 내가 저 캐릭터를 하면 너무 재밌었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선배가 너무 천재시니까. 내가 했을 때, 어떤 느낌일까도 생각해 보고. 지성이는 머리도 되게 길었잖아요. 저도 한번 길러보고 싶기도 하고. 초능력도 재밌잖아요. 대사 중에 “이런 걸 어디다 써먹어”라고 하지만, 제가 또 가수다 보니까 호흡할 때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안재홍 배우가 출연한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에도 특별출연하셨잖아요. 그때도 마치 젊은 영춘처럼, ‘대놓고 잘생긴’ 역할이었는데요. (웃음)

그러게요. 공교롭게도, <닭강정>에서 제 동생 역할로 나오신 선배님(정승길)이 <미지의 서울>에도 나오시는데요. 그런데 촬영장에서 마주쳤는데 아직도 선배님이 저에게 형이라고 해 주시고… (웃음) 되게 마음 불편한 캐릭터들을 많이 맡았는데, <하이파이브>에서도 제가 딸이 있잖아요. 이번 선배님도 저한테 아빠라고 하셔서 여전히 어렵습니다.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

사이비 교주 영춘을 연기하며 레퍼런스로 삼은 인물이 있었나요.

따라 하려고 했다기보다는.. 사실 비슷한 걸 찾는 건 좋은 버릇은 아닌데, 저한테는 영춘이라는 인물이 큰 도전이라서 찾다가 <양들의 침묵>(1991) 속 안소니 홉킨스가 연기한 한니발 렉터가 감옥에 갇혀서 상대에게 얘기할 때, 뭔가 상대방의 눈이 아니라 뒤통수를 꿰뚫어서 보는 느낌이 있는데, 그게 영춘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영화를 서너 번 돌려보며 그분의 과정을 생각하려고 했어요.

 

<하이파이브>에는 영춘이 젊은 시절 약장수를 했다는 짧은 대사가 나와요. 굉장히 흥미로운 설정인데, 캐릭터의 전사에 대해 상상하신 것이 있나요.

감독님이 설명해 주셨어요. 영춘이 밑바닥에서부터 살다가 우연한 기회에 어떤 나쁜 교주를 만나게 됐고, 어느 순간 영춘이 그 자리를 차지한 설정이라고 하셨어요.

 

영춘은 ‘영생영춘’을 외치며 영생과 젊음을 탐하는 인물입니다. 영춘의 욕망, 탐욕에 대해서 어떻게 해석하셨나요.

저는 이 인물이 초능력을 가지고 누군가를 치료해 줄 때, 욕심이 아니라 진짜 진심에서 비롯된 행동이면 어떻게 보일지가 궁금했어요. 내가 정말 힘이 있어서 이 사람을 진심으로 고쳐주고 싶다는 마음이면, 관객들이 굉장히 이질감을 느끼고 그 설정을 재미있게 느끼시지 않을까. ‘나는 영춘이가 아니라, 나 정말 진심으로 널 고쳐주고 싶은 의사야’라는 마음으로 좀 연기를 하니까 좀 더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 영춘은 본인이 이미 절대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거네요.

왜냐하면 “나를 믿는 자 구원을 받을 것이다”라는 말을 할 정도면 이 사람은 벌써 신이에요.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

개인적으로는, 빌런 영춘의 모습이 만화적이라고 느꼈어요. <하이파이브>의 강형철 감독은 영춘을 ‘무협지에 등장하는 빌런’의 이미지로 스케치했다고 밝혔는데요. 영춘이가 입는 주황색 운동복도 <소림축구>(2001)에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손오공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그럴 수 있겠네요. 그런 생각은 못 해봤는데, 사실 그 의상도 에피소드가 있는 게, 의상이 원래는 두 벌이 있었어요. 감독님이 그런 걸(무협지의 빌런) 염두에 두고 고르셨는지는 저는 전혀 몰랐거든요. 그런데 의상 하나는 검은색 셔츠에, 슬랙스에, 굉장히 핏한 의상이 있었고, 또 하나는 영화에 나오는 주황색 운동복이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과 제가 의상을 딱 보자마자 이 주황색 운동복으로 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 제가 볼 때 그게 영춘이 같았어요.

 

기자간담회에서 진영 배우가 말하길, <하이파이브>의 영춘에게는 대본에 ‘짐승 같은’이라는 수식어가 쓰여 있었다고 밝혔어요. 대본에 영춘의 모습이 정확히 어떻게 표현돼 있었나요.

제 기억이 맞다면, 대본에는 ‘영춘이 짐승 같은 몸을 보여준다’라고 되어 있었어요. 근데 또 배우의 입장에선 그 지문을 보면 몸을 안 만들 수가 없어서 내가 어떻게 해야 될까에 대한 고민을 엄청 했어요. 근데 이제 괴력을 가졌고 엄청난 힘을 보여줘야 한다면, 뭔가 몸을 엄청 키우기보다는 지방을 빼서 데피니션(근육 형태의 선명도)을 보여주면 짐승 같은 괴물처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두 달 동안 엄청 뺐죠. 그런데 영화를 보니까 제가 저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확실히 조명의 힘이 크다고 생각했고, 기가 막히게 찍어주셨더라고요. 제 만족도는 60%이었지만, 감독님과 조명 감독님이 30%를 채워주셔서 결국 90%가 된 것 같아요.

 

그럼 <하이파이브> 속 영춘의 액션도 실제 촬영 현장보다 더욱 잘 나왔다고 느끼셨나요?

저도 그 생각을 했던 게, 왜냐하면 저도 열심히 하고 진짜처럼 하긴 했지만, 처음에는 현타도 왔었어요. ‘이게 맞는 걸까?’ 했는데 감독님은 괜찮다고 하셨어요. 다 그때부터 생각이 있으셨던 거죠. 그런데 보니까 정말 제가 한 거를 다 살려주셨구나 싶었어요.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

VFX가 많이 사용된 영화인 만큼, 그린 스크린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일이 많았을 텐데요. 그래서 소위 ‘현타’오는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제가 (이)재인 씨를 공중에 툭 띄우고 바닥까지 꼽는 씬이 있어요. 거꾸로 매달려서 와이어를 매고 하는데, 사실 정말 고맙고 미안한데, 정말 마블 영화에서만 봤던 타이트한 초록색 쫄쫄이를 입은 형님들이 저의 손을 잡고 해 주시는데, 제가 재인 씨를 봐야 하는데 계속 이 옆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정말 나 잘 참아야 한다,라는 생각을 했고. (웃음)

 

그러면 웃음을 못 참아서 NG가 났던 순간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오정세 선배님이 태권도 발차기를 하면서 저에게 오는 부분이 있는데, 그 스텝이 너무 웃긴 거예요. 제가 선배님이랑 마주친 첫날이었는데, 선배님이 그 스텝을 다 짜오신 거예요. 화면상에서는 크게 안 느껴질 수 있는데, 실제로 보니까 못 참겠더라고요. 이걸 실제로 봐야지 아는데, 정말 제 기억이나 눈을 빼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어쩜 그렇게 웃기실 수 있는지 너무 부러웠어요.

 

지하 액션 시퀀스를 찍기 위해 이재인 배우와 합을 굉장히 많이 맞췄다고 들었어요. 재인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재인 씨는 태권도 기반의 액션이어서 더욱 많이 힘들었을 것 같고. 사실, 제가 초반에는 많이 때리지만, 나중에는 많이 당하잖아요. 사실 때리는 액션을 하는 사람이 더 마음이 불편해요. 맞는 사람이 편해요. 저도 처음에는 마음이 불편했어요. 왜냐하면 저도 잘하는 액션배우가 아니라서, 타격을 했을 때 실수로 저도 모르게 친 적이 있었는데, 되게 고마웠던 게 정말 괜찮다고, 편하게 하셔도 된다고 해줘서 정말 마음의 위로가 됐고, 이 친구 참 대단한 배우구나 싶었어요.

 

<크리스마스 캐럴>에서도 굉장히 많이 때리셨잖아요. (웃음)

<하이파이브>를 찍은 후에 <크리스마스 캐럴>을 찍었어요. <하이파이브>를 할 때 막싸움을 했던 게, <크리스마스 캐럴>에서도 많이 도움이 됐어요. 그런데 결은 달랐죠. <하이파이브>는 한 번 때리면 다 터지는 액션이었고, <크리스마스 캐럴>은 감정이 들어가고 분노에 차 있는 액션이어서. 그래도 한 번 해본 거랑 안 해본 거랑은 경험치의 차이가 있더라고요.

 

<크리스마스 캐럴>도 그렇고, <하이파이브>도 그렇고 캐릭터가 굉장히 세잖아요. 난도 높은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 같은데, 이렇게 어려운 캐릭터에 연속해서 도전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그 당시에 제가 원하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 캐럴>의 대본을 읽었을 때도 너무 어려워서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했는데, 사실 명쾌했어요. 내가 1인 2역이라는 어려운 배역을 내가 했을 때의 성취감이 클 것 같았어요. 감사하게도, 이렇게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캐릭터를 했다는 게 저한테는 참 큰 선물 같다는 생각을 해요.

 

배우 박진영.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진영.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앞서 진행된 <하이파이브> 시사회에 진영 배우의 가족과 군대 동기들이 왔다고 들었어요.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군대 동기들은 누구냐고 했어요. 군대에서는 제가 10살 차이 나는 형이고, 그때 10kg 증량이 되어 있고 머리 짧은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보니까 “우리 형 데려와”그러더라고요. 그런데 동기들도 너무 재밌어해줘서, 우리 영화를 어린 친구들도 좋아하는구나, 싶어서 당장 홍보하라고 얘기했습니다. 아버지는 너무 뿌듯해하셨고요. 엄마는 또 어머니니까, 우리 아들 너무 맞는다고. (웃음)

 

아까 <양들의 침묵>을 언급하신 것도 그렇고, 예전 인터뷰 때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고 밝히셨던 것을 보면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요. 최근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는 무엇인가요.

저는 <퍼펙트 데이즈>(감독 빔 벤더스) 너무 잘 봤어요. 저게 마스터피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렇게 하려면 난 어떻게 해야 될까, 언제 난 저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영화의 메시지가 참 좋잖아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코모레비)에 대한 얘기를 하고. 또 인물에 대한 과거 설명을 정확하게 하지 않는데도, 연출이나 그분의 눈빛으로 보이기도 하고. 또, 저 같으면 똑같은 일상을 똑같이 연기했을 것 같은데, 그분(야쿠쇼 코지)은 똑같은 일상을 계속 다르게 보이게 하시더라고요. 근데 그렇다고 또 다르게 하려고 하지 않으셨다는 인터뷰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일상적인 걸 할 때는 어떻게 해야 저렇게 또 다름을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요즘 많이 해요. 왜냐하면 캐릭터성이 있는 인물들도 당연히 어렵지만, 그 인물에는 정확한 특징이 있잖아요. 그런데 <퍼펙트 데이즈> 같은 영화를 보면서 일상적인 것에서 오는 날것의 느낌과 다름은 뭘까에 대해 생각을 최근에 많이 했어요.

 

배우 박진영.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진영.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하고 계세요. 공교롭게도 <하이파이브>와 <미지의 서울>이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소감은요.

감사하게도 같은 타이밍에 영화와 드라마가 나와서 너무 행복해요. <하이파이브> 시사회 때 현장의 분위기가 너무 좋다 보니까, 이 기운이 계속 지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리고 때가 있다고 생각해서, 영화와 드라마가 지금 같이 나올 때였나 보다 싶어요. 지금 마냥 너무 좋아서 최대한 지금 이 느낌을 많이 즐기고 다음 촬영을 또 들어갈 땐 이걸 내려놓고 겸손하게 촬영에 임하려고 스스로 좀 채찍질하고 자기 스스로 또 메타인지하려고 하는 부분도 있고요.

 

<미지의 서울>은 제대 이후 곧바로 촬영에 들어간 드라마입니다. 군 생활 중에 작품을 준비해야 해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제대 후 2, 3주에 바로 찍었어요. 제가 <하이파이브>에 초대했던 그 친구들이 그렇게 제 앞에서 라면들을 먹더라고요. 그런데 저도 눈이 돌 때가 있어서 먹으려고 했는데, 애들이 뺏어서 먹지 말라고 막아주기도 하고. 군대에서 연등 시간(취침 시간 이후 특정 사유로 받는 자유시간)이라고 있는데, 그때 신청을 해서 대본을 받아 봤습니다.

 

공교롭게도 <미지의 서울>에도 이재인 배우가 출연하잖아요. 함께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공통적인 거 하나 있어요. “저희 영화 드라마 잘 됐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이 둘 다 있어요. 왜냐하면 이 그래도 촬영 기간이 좀 차이가 있는 작품이다 보니까, 이렇게 연달아 나왔을 때 어떨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시사회 끝나고 하이파이브 한번 했어요.

 

배우 박진영.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배우 박진영.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차기작은 확정되었나요?

오피셜로는 결정이 안 나서 상의 중인 작품이 있는데, 저는 그 작품을 준비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것 같아요. 또 스스로에게 아쉬운 부분들을 채워서 그다음 작품에서는 또 내가 좋은 느낌, 또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사실 부담으로도 계속 다가오고 있고 욕심도 있어요. 하지만 그 부담감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계속 스스로 발버둥 칠 거고, 그래서 다음 작품도 잘 해내고 싶고 많은 분들한테 사랑받는 연기자와 작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어느새 30대에 접어든 배우 박진영의 목표가 있다면요.

안정감을 주고 싶어요. 배우로서,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연기적으로 믿음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현장에서 저를 바라봤을 때 스태프들이 ‘아 이 친구의 연기가 그래도 안정적이라 믿음이 간다’던가. 또 스스로는 좀 더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성취감이 좀 커질 것 같아요. 그 도전 정신이 30대 후반까지 있다면, 그래도 30대를 잘 보냈다고 40대 때 생각할 것 같아요.

 

이전에 연기와 가수 활동이 시너지를 내는 것 같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여전히 그 생각은 유효한가요.

최근에 제가 앨범을 냈잖아요. 비슷하더라고요. 제가 1년 반 동안 공백기가 있었으니까, 오랜만에 연기도 하고 앨범도 내니 부담이 엄청 크긴 했어요. 그런데 음악을 하고 또 연기를 하며 왔다 갔다 하니까, 한 쪽에서 얻는 에너지가 내가 다른 쪽에서 조금 지쳤을 때 리프레시가 되더라고요. 음악을 하고, 앨범에 넣을 곡을 작사작곡 하면서도 이게 맞나, 할 때가 있고, 촬영 현장에서 스스로 자존감이 좀 떨어지거나 내 연기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서로 리프레시 되는 과정들이 여전히 저를 신선하게 만들어주는 걸 느껴서, 저는 이 두 개가 저의 밸런스를 맞춰 준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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