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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이파이브〉 강형철 감독 “엄청난 배우들의 조합? 난 로또 맞았다”

이진주기자
​〈하이파이브〉 강형철 감독(사진제공=NEW)
​〈하이파이브〉 강형철 감독(사진제공=NEW)

지난 30일 개봉한 영화 <하이파이브>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다. 첫 주말 흥행 1위를 기록하더니 개봉 3일 만에 누적관객 수 40만 명을 돌파했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과 순위를 견주고 있는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이는 <과속스캔들>(2008), <써니>(2011)로 한국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강형철 감독. <하이파이브>는 무려 7년 만의 복귀작이다.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서 들뜰 만도 한데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라며 말을 아끼던 그가 아끼지 않고 강조했던 것은 극장에 대한 애정이었다. ‘극장 최적화’ 영화로 만들었다는 <하이파이브>의 강형철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지금 <하이파이브>가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제치고 예매율 1위를 달성했어요. 소감 한 마디 해주세요. (인터뷰가 있던 28일 <하이파이브>는 전체 예매율 1위에 올랐다.)

(두 팔을 들어 올리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이며) 일단 너무 좋고요. 그런데 극장이 전체적으로 사람이 많아졌으면 해요. 요즘 극장에 가면 빈자리들이 너무 많잖아요. 그 빈자리가 너무 아까워요. ‘극장’이라는 그 마법과도 같은 공간에 사람들이 함께 축제를 즐기듯이 영화를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초능력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라서 그런지 디즈니+ 시리즈 <무빙>과 많이 비교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무빙>보다 촬영을 먼저 하셨죠?

네, 공개가 늦게 된 거죠. (<무빙>은 2021년 8월에 촬영을 시작했고 <하이파이브>는 2021년 6월에 촬영을 시작했다.)

공개 시기에 대한 아쉬움은 없으세요?

다 운명이죠. 모든 영화는 다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인력으로 되는 것 같지도 않고.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

그럼 <하이파이브>는 어떻게 기획하게 된 건가요?

 

데뷔작 <과속스캔들>부터 오래 같이 일해온 유성권 PD가 아이디어를 줬어요. 그때가 2014년 <타짜: 신의 손>을 찍고 나서예요. ‘초능력자로부터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재밌는 로그라인이 나온 거죠. 그러고는 <스윙키즈>가 끝나고 다시 이것이 언급되면서 ‘한 번 글로 써보자’ 했어요. 그때 유 PD가 ‘어떤 소녀가 빠른 속력으로 언덕길을 자유롭게 뛰어가는 그림이 생각 났다’고 해서 캐릭터를 설정한 거죠.

당시에는 한국 SF 영화가 그리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했을 때잖아요. SF 장르에 도전한다는 것이 두렵지는 않으셨나요?

두려움으로 일을 시작하면 아무것도 안 되는 것 같아요. 일을 시작함에 있어서 겁 없이 해야 일이 성사가 돼요. 같이 일하는 사람을 믿고 일을 하는 편이에요.

영화를 보고 나니 촬영도 매우 힘들었겠지만 특히 후반 작업이 매우 어려웠을 것 같더라고요. 아마 아주 고된 작업이었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질문을 듣자마자 멀미가…(웃음) 촬영이 힘들었던 것은 당시가 코로나 시국이었잖아요.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었어야 했고. 그런데도 현장 분위기가 매우 좋았어요. 너무 좋은 분들이 많아서… 촬영을 기분 좋게 마치고 맥주라도 한잔하고 싶은데 그냥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죠. (웃음) 집합 금지가 있었으니까요.

후반 작업은 제가 저질러 놓은 일이기에…(웃음) VFX는 끊임없이 해야 되더라고요. 편집과 VFX, 음악 작업이 무한 반복이었어요. 제가 저희 편집기사님과 음악감독님을 어마 무시하게 괴롭혔죠. 시도 때도 없이 찾아갔어요.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가 독특한 지점은 주인공인 초능력자들이 우리 주변의 인물이라는 것이에요. 현실적인 영웅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담아내기 위함이었다고 보이는데 이유가 있나요?

‘나의 이웃이 초능력자가 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가 궁금했어요. 그 과정에서 당연히 그들의 삶을 가져올 수밖에 없고 그 안의 고단함이 담길 수밖에 없는 거죠. 빌런인 영춘(신구/박진영)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사회문화 속에서 가장 직관적인 빌런이 무엇일까?’를 고민해서 나온 캐릭터예요. 저는 종교 사기꾼이 가장 무섭다고 생각하거든요. 신을 빙자해 자신이 신이라고 사기 치는 교주들, 이런 사람들이 가장 겁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이비 교주를 최대 빌런으로 설정했어요.

캐릭터 이름도 매우 독특해요. 박완서(이재인), 박지성(안재홍), 선녀(라미란) 등의 이름은 어떻게 지으신 거예요?

우선 ‘박완서’라는 이름은 제가 박완서 작가님 책을 재미있게 즐겨봐서 거기서 착안한 게 맞아요. 작가님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자전적인 이야기잖아요. 어린 시절 소녀였던 박완서 작가님이 들판에서 뛰어놀던 장면이 이 캐릭터와 겹치더라고요. 글을 쓸 때 책장이 있었는데 그때 그 책이 눈에 띈 거죠. 그 싱그러움을 주인공에게 주고 싶어서 존경을 담아 이름을 쓰게 되었어요.

‘박지성’이라는 이름은 폐를 이식받은 캐릭터에게 적합한 이름이죠. ‘세 개의 폐’잖아요. (웃음) ‘선녀’는 제 친구 동생의 이름이기도 한데, 말 그대로 선녀 같은 그녀의 미모를 빛나게 해주고 싶었어요.

 

〈하이파이브〉 강형철 감독(사진제공=NEW)
〈하이파이브〉 강형철 감독(사진제공=NEW)

완서 역의 이재인 배우는 태권 소년 캐릭터에 맞추어서 오디션에서 발차기도 보여줬다고요. (웃음) 이재인 배우의 어떤 점이 이 캐릭터에 맞다고 보셨어요?

(이)재인이를 처음 본 게 백상예술대상이었을 거예요. 그때 재인이가 <사바하>로 여자 신인 연기상을 수상했어요. 객석에 앉아 있었는데 ‘저 반짝반짝하는 아이는 누구야’라고 생각했어요. 말로 딱히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인스타 팔로우하고 지켜봤죠. (웃음)

이 작품 오디션으로 다시 만났는데 그때 만났던 다른 배우들도 훌륭한 배우들이 많았지만 재인이가 완서에 제격이었어요. 저는 배우 개인의 일상성을 가지고 연기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거든요. 재인이의 매력이 완서의 매력과 거의 동기화되다시피 했어요. 물론 연기자로서의 테크닉도 매우 좋고요. 제가 로또 맞은 거죠.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

박진영 배우는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미지의 서울> 등 배우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유명 아이돌이다 보니 그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그것이 캐스팅에 영향을 줬나요?

 

박진영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100% 연기자로 보고 캐스팅 한 거예요. 예전에 <타짜: 신의 손> 때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는데 아이돌을 배우로 쓴다고 해서 흥행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박진영의 배우로서의 매력 그리고 역할과의 싱크로율 때문에 그 친구가 필요했어요. 저의 캐스팅이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 신구의 캐스팅도 굉장히 놀라워요.

출연을 흔쾌히 허락해 주셔서 저와 스태프들이 모두 환호했던 기억이 나요. 사석에서 말씀하시는 것을 옆에서 보면 말씀 한 마디 한 마디가 명대사예요. 그래서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을 그냥 찍고 편집하면 한 편의 영화가 될 것 같아요. 건강하셔서 좋은 작품 많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

‘영춘’이라는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박진영과 신구의 싱크로율을 맞추기 위한 작업을 했다고 들었어요. 박진영 배우의 대사를 신구 선생님이 먼저 읽고 그것을 박진영 배우가 따라 했다고요. 감독님이 박진영 배우에게 요구한 것이 있을까요?

 

처음에는 신구 선생님을 연구해 보자고 했어요. 박진영 배우가 신구 선생님의 톤을 체화할 필요가 있었던 거죠. 그런데 저희에게는 박진영이라는 좋은 예술가도 필요하잖아요. 단순히 성대모사가 되면 안 되니까 현장에서는 완전히 내려놓고 연기를 한 거죠. 박진영 배우가 너무 열심히 훈련하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줘서 이걸 해냈어요. 완벽히 자기 체화에 성공해서 우스꽝스럽지 않고 소름 끼치는 느낌을 만들어냈죠.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

지성 역의 안재홍 배우는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은 코믹 연기를 보여주었어요. 유독 코믹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보니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지는 대사나 장면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요.

 

완서 아버지 종민 역의 오정세 배우도 그렇고 안재홍 배우도 그렇고 제가 쓴 대사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하는데 그게 다 애드리브 같아요. 저도 헷갈리더라고요. 나중에 보면 정말 그대로 대사 한 거예요. 감독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고 마치 자기가 대본을 쓴 것처럼 연기해버려요.

물론 이런 적은 있어요. 이재인 배우와 서로 떨어져서 피리 연주를 하는 ‘에어 피리씬’ 있죠? 저는 거기에서 안재홍 배우가 춤을 출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그렇게 뻣뻣한 몸으로 리드미컬한 댄스를 출지는… (웃음) 대본에 있었냐 없었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소유권 분쟁할 것도 아니고(웃음) 네가 나고, 내가 너라면 최고의 궁합 아닌가요?

안재홍 배우와 저는 코미디의 결이 같아요. 남을 웃기려고 작정한 코미디가 아니고 어느 상황이 주어지고 거기에 굉장히 몰입해 진지하게 해내는 과정에서 웃음이 유발되는 거죠. 예를 들어 국밥에 머리를 박고 열심히 먹는데 턱시도를 입고 있다거나 젓가락질을 못하는데 작은 콩을 집어먹으려고 애쓴다거나 하는 식이요. 진지함에서 오는 유머라고 해야 할까요?

작품에서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렇게 많은 배우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고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한다는 것이었어요. 이재인 배우를 선두로 해서 이 배우들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은 감독님의 역량인 것 같은데 이를 위해서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을까요?

우선 굉장히 선한 분들이 모였어요. 여러 명이 모여서 찍는 현장에서 서로 튀겠다고 하면 엉망이 되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양보하는 모습이 있었어요. 그게 장면에서 묻어난 거 같아요. 세상은 액션과 리액션으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좋은 연기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콘티에 인물의 티키타카를 설정해놓기는 했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을 잘 받아주고 이해해 줄 배우들이 와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었죠. 그런데 너무 감사하게도 매너 좋고 선한 배우들이 와줘서 제가 쓴 것보다 훨씬 훌륭하게 해내줬어요.

<하이파이브>가 극장에 최적화된 작품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는데 요즘 극장가 분위기가 안 좋잖아요. 실감하시나요?

그럼요. 제 마지막 극장 영화가 <스윙키즈>인데 벌써 7년이 되었네요. 그전에는 3, 4년마다 걸었는데… 극장에 영화를 올린다는 것이 엄청나게 소중한 일인 것을 다시 느끼고 있어요. 극장은 저에게 정말 소중한 공간 중 하나거든요. 평생의 놀이터인데 ‘극장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얘기를 들으면 저한테는 정말 끔찍한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하이파이브>를 극장용 세팅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영화가 작은 마중이 되어서 많은 분들이 극장을 찾아주셨으면 하고 저희 영화뿐 아니라 다른 한국 영화도 잘 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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