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에 대한 포스트를 준비했다. 이 포스트는 노파심에서 비롯됐다. ‘지금 20대 관객들이 이창동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을까’라는 쓸데없는 염려를 해봤다. 칸영화제에 경쟁부문에 초청된 <버닝>은 이창동 감독이 만든 8년 만의 신작이다. 다시 말하면 8년 동안 이창동 감독은 영화를 내놓지 않았다. 8년이면 꽤 긴 시간이 아닌가. 지금 20대 초중반의 관객들은 그가 2010년에 내놓은 전작 <시>를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2007년작 <밀양>이나 2002년작 <오아시스>, 1999년작 <박하사탕>을 봤을까. 당연히 1997년에 개봉한 <초록물고기>도 못 봤겠지, 라는 노파심으로 이창동 감독에 대해 소개한다.
국어 교사
이창동 감독은 1954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경북대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됐다. 1981년부터 1986년까지 교직에 있었다. 국어 교사로 있으면서 이창동 감독은 소설을 썼다.
소설가
이창동 감독은 국어 교사 시절인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서 중편소설 ‘전리’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그는 ‘소지’ ‘끈’ ‘운명에 관하여’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의 소설을 발표했다. 1987년 11편의 단편을 모은 첫 단편집 <소지>를 출간했다.
각본가 및 조연출
뛰어난 소설가로 인정 받던 이창동 감독은 늦은 나이인 39살에 영화계에 입문했다. 1980년대 후반 90년 초반 한국영화의 뉴웨이브를 이끈 박광수 감독이 그를 영화계로 이끌었다. 2004년 <씨네21> 인터뷰에서 이창동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나리오도 아주 우연히 하게 됐죠. 박광수 감독이 전화해서 임철우 소설 <그 섬에 가고 싶다>를 영화화하고 싶은데 원작자를 만나게 해달라기에 만나게 하고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시나리오 한번 써볼래? 그래서 그러면, 나를 조감독으로 받아줄래? (웃음) 거래가 이루어진 거죠.” 그렇게 이창동 감독은 박광수 감독의 1993년 영화 <그 섬에 가고 싶다>의 각본을 쓰고 조연출을 담당했다. 당시 충무로 영화계는 도제 시스템이었다. 감독으로 데뷔하기 위해서는 연출부 막내부터 시작해 유명 감독의 조감독으로 일해야 했다. 나이가 많고 영화 현장 경험이 전혀 없었던 이창동 감독이 곧바로 조연출을 담당한 것은 일종의 파격이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이후 이창동 감독은 역시 박광수 감독이 연출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각본을 썼다.

- 그 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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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광수
출연 안성기, 문성근, 심혜진, 안소영
개봉 1993 대한민국

-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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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광수
출연 문성근, 홍경인, 김선재
개봉 1995 대한민국
데뷔작 <초록물고기>
1997년 이창동 감독은 <초록물고기>를 통해 데뷔했다. 한석규, 문성근, 심혜진 등이 주연이었다. 한석규는 막 군대를 제대한 막동이를, 문성근은 당시 개발 초기였던 신도시 일산의 폭력조직의 보스 배태곤을 연기했다. 심혜진은 배태곤의 애인 미애 역을 맡았다. 막둥이의 공중전화 신으로 유명한 누아르 영화 <초록물고기>는 평단의 큰 호응을 얻었다. <초록물고기>에는 송강호, 이문식, 정재영 등이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한다. <초록물고기>의 공동각본가로 <8월의 크리스마스> 각본을 쓰고 <킬리만자로>, <무뢰한> 등을 연출한 오승욱 감독이 이름을 올렸다. <초록물고기>는 이스트필름이라는 영화사에서 제작했는데 이창동 감독, 여균동 감독, 문성근, 명계남 등이 공동 설립한 회사다. 한석규가 사비로 열었던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의 이름은 <초록물고기>에서 비롯됐다.

- 초록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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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창동
출연 한석규, 심혜진, 문성근
개봉 1997 대한민국
광주의 기억 <박하사탕>
2000년 1월1일, <박하사탕>이 개봉했다. 당시 무명이던 설경구의 첫 주연작이자 대표작인 <박하사탕> 역시 평단의 지지를 얻었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박하사탕>은 설경구가 연기한 김영호라는 인물을 통해 당시의 진실을 말하는 영화다. 철길에서 김영호가 다가오는 기차를 마주하며 내뱉은 “나 돌아갈래”라는 대사로 영화가 시작되고 시간이 과거로 흐른다. <박하사탕>은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 박하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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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창동
출연 설경구, 문소리, 김여진
개봉 1999 대한민국
지독한 사랑 <오아시스>
이창동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오아시스>가 2002년 8월 개봉했다. <박하사탕>에 이어 설경구와 문소리가 출연했다. 특히 중증뇌성마비 장애인 역을 맡은 문소리는 엄청난 연기를 선보였다. 실제 장애인인줄 알았던 관객이 많았다. 사회부적응자와 장애인의 사랑을 담은 <오아시스> 역시 호평을 받았으며 베니스영화제에서 문소리가 신인배우상, 이창동 감독이 특별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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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창동
출연 설경구, 문소리
개봉 2002 대한민국
문화부 장관
이창동 감독은 2003년 3월부터 2004년 7월까지 1년 5개월 동안 문화관광부 장권으로 재직했다.
칸의 여왕 <밀양>
2007년 5월 <밀양>이 개봉했다. 전도연,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밀양>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전도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전도연은 아들을 유괴 당한 뒤 종교에 귀의하는 신애를 연기했다. <밀양>은 개신교의 용서와 구원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2007년 <밀양>이 공개되기 전 ‘씨네21’ 인터뷰에서 이창동 감독은 “신앙과 관련이 있지만 신앙이나 신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인간의 이야기죠”라고 말했다. <밀양>은 이청준의 소설 <벌레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이창동 감독은 <밀양>을 촬영하던 2006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밀양>부터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동생 이준동이 대표인 파인하우스 필름에서 제작하고 있다.

-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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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창동
출연 전도연, 송강호
개봉 2007 대한민국
칸 각본상 <시>
2010년 5월 <시>가 개봉했다. 이창동 감독의 다섯 번째 영화다. <시>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윤정희)이 시를 배우는 과정을 그린다. 한편 그녀의 손자(이다윗)는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린다. <시>는 1960년대 문희, 남정인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이끌었던 배우 윤정희를 주인공으로 발탁한 것부터 파격이었다. 그녀는 1994년 <만부방> 이후 15년 만에 영화에 출연했다. <시>는 <밀양>에 이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이창동 감독이 각본상을 수상했다.

-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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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창동
출연 윤정희
개봉 2010 대한민국
2018년 <버닝>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이 칸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외신들은 호평을 쏟아냈다. <오아시스>부터 <버닝>까지 이창동 감독의 모든 작품이 칸영화제에서 소개됐다. 영화를 예술의 영역에서 본다면 연이은 칸영화제 초청은 분명 이창동 감독을 성공한 혹은 세계가 인정한 예술가라는 뜻이다.

- 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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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창동
출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개봉 2018 대한민국
노파심에서 비롯한 이창동 감독에 대한 소개를 대강 해봤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창동 감독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거장, 리얼리즘 영화의 장인 정도로 얘기할 수 있겠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다소 불편한 장면이 많기도 하고 쉬운 영화도 아니며 일반적인 의미로 재밌지도 않다. 그럼에도 그의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을 거다.
이창동 감독은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창동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좀더 궁금한 사람은 아래 <씨네21> 인터뷰가 도움이 될 것이다. 꽤 오래된 인터뷰지만 꽤 재밌게 볼 수 있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