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오브 핀란드>

실화를 바탕으로 한 퀴어영화 <톰 오브 핀란드>가 개봉했다. 남성 동성애를 소재로한 일러스트를 그렸으며, 1980년대 하위문화의 한 축을 상징했던 일러스트레이터 토우코 라크소넨의 삶을 그렸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에도 퀴어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제법 많았다. 퀴어를 소재로 했다고 해서 모두 작품성이 좋다거나, 성소수자에 대한 바른 시선을 제시했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자극적인 요소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고 영화자체의 완성도가 엉성한 작품도 많았다. 그중에 의미있는 작품들을 엄선해 드린다.


<후회하지 않아>

후회하지 않아
어떻게 보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단순하고 평범한 이야기인데, 왜 퀴어영화는 꼭 사회학과 논문같은 문제의식으로만 접근해야하나? <후회하지 않아>는 그런 통념을 훌훌 벗어버리고 오직 두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전통적인 멜로물로 그렸다. 고아로 자라 공장에서 일하는 수민(이영훈)은 밤에도 대리운전 기사일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다니는 공장의 부사장인 재민(이한)의 차를 운전하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감정이 오간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으로 이제 충무로 대세 배우가 된 김남길이 이한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시절의 작품이다.

후회하지 않아

감독 이송희일

출연 김남길, 이영훈

개봉 200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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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

REC
이번에 개봉한 <톰 오브 핀란드>의 주인공 토우코 라크소넨이 그린 일러스트들은 보수적인 사회에 전복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한편으로 게이는 잘생긴 근육질 남자라는 스테레오 타입을 만드는데 영향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한국영화 <REC>는 좀 더 현실적인 게이 이야기다. 허름한 여관방, 밋밋한 몸매로 뒹구는 두 남자의 연애는 보통의 연애가 그렇듯 때론 사랑스럽고 때론 구질구질하다. 감독이 <REC>를 촬영하게 된 과정 자체를 다룬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이 현실감을 더한다.

알이씨REC

감독 소준문

출연 송삼동, 조혜훈

개봉 2011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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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

야간비행
독립영화 제작자들에게 동성애는 어쩌면 쉬운 유혹이다. 동성애를 다룬 다는 것만으로 작품의 진정성이 보장된다고 믿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작품들은 미소년들의 섹스를 여성향으로 상품화한 일부 BL물의 무책임함과 다를게 없다. <야간비행>은 소수성애자인 청소년의 성장담을 현실적으로 다루었다. 싱글맘, 정리해고, 성적지상주의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성평등 문제와 병렬적으로 다루었다는 것만으로도 작품은 설득력이 있다.

야간비행

감독 이송희일

출연 곽시양, 이재준, 최준하, 김창환, 이익준

개봉 201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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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당신>

불온한 당신
1945년생 이묵은 아직 우리나라에 레즈비언이라는 단어조차 없었을 때부터 불온한존재였다. 언뜻 이묵의 개인사를 들여다볼 것같았던 카메라는 이 사회가 동성애를 혐오로, 혐오를 종북으로 바꿔 부르는 메카니즘을 따른다. 그렇게 종북 게이라는 기묘한 단어가 완성되었고 이 단어는 지금도 일부 단체에서 혐오를 부추길 때 자주 사용되고 있다. 영화의 끝과 시작을 맺는 사람이 레즈비언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사회 다양한 혐오를 대입해 볼 수 있는 함수를 제시한 영화다.

불온한 당신

감독 이영

출연 이묵, 논, 이영, 텐

개봉 201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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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로드무비
2002년에 개봉한 한국 영화 <로드무비>는 산악인이었지만 이제 노숙자가 된 대식과 주식으로 모든것을 잃은 석원의 사랑 이야기다. 한국영화에서 동성애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 아직 드문 시절이었다. 안타깝게도 제작자, 감독, 배우들의 용기있는 도전과는 상관없이 황정민과 정찬의 충격적인 섹스신으로만 기억되곤 한다. 그러나 이런 충격이 투박하게나마 우리가 필요한 담론을 끌어낼 때가 많다.

로드 무비

감독 김인식

출연 황정민, 정찬, 서린

개봉 2002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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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해>

창피해
소수성을 다룬 영화들 사이에서도 메이저와 마이너가 있는걸까? 우리나라엔 레즈비언이 주인공인 영화보다 게이가 주인공인 영화가 훨씬 많다.  <로드무비> 이후, 8년이 지나서야 김효진, 김꽃비, 최민용 등 유명 배우들이 등장하는 레즈비언 영화 <창피해>가 개봉했다. 역시 만듦새와 상관없이, 의미있는 시도였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나마 백합물을 처음 손에든 남자 중학생같은 상상력으로 유명배우의 노출을 기대했던 관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우리사회가 성장하는 과정 중 하나이기를.

창피해

감독 김수현

출연 김효진, 김꽃비, 김상현

개봉 201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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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 몸부림 칠때>

고독이 몸부림 칠때
소수자로서 노인들의 삶을 유쾌하게 그렸다. 전체가 퀴어에 대한 영화는 아니지만 박영규가 연기한 배중범이라는 캐릭터가 흥미롭다. 모든 게이가 홍석천처럼 패셔너블하고 김조광수 감독처럼 지적인 매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대한민국 어느 구석에서는 못 살고 못 배운 남자들이 남자를 좋아하는 마음을 꼭꼭 숨기고 살아가고 있다. 요령없고 순박한 시골총각 배중범이 나는 남자 젖꼭지가 더 좋아요라고 울면서 커밍아웃하는 장면은 세련되지 않아서 더욱 깊은 공감이 있다.

고독이 몸부림칠 때

감독 이수인

출연 주현, 박영규, 송재호, 양택조, 김무생, 선우용여, 진희경, 이주실

개봉 200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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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