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건데 헷갈리는 것들이 있다. 지난 영화관 상영 포맷을 정리하던 필자는 무심코 화면비를 생각하며 해상도를 써서 전면 수정할 뻔했다. 그래서 기본 개념부터 확실히 잡고자 이번 주 무비 알쓸신잡은 해상도와 화면비에 관해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해상도와 화면비는 영화의 여러 요소 중 영상의 스펙을 이르는 말이다. 두 단어가 영상의 어떤 점을 가리키는지는 다르다. 해상도는 영상의 질을 측정하는 선명도를 뜻한다. 한 영상이 얼마나 많은 점으로 이뤄졌는지, 그래서 어떤 수준의 화질인지 알려주는 척도다. 화면비는 영역 전체의 비율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영상의 모양인 셈이다. 영상의 질과는 별개지만, 이 영화가 어떤 이미지를 유도할 것인지 보여주는 중요한 요소다.
먼저 화면비란 무엇인가. 화면의 모양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화면의 모양이 정사각형인지, 직사각형인지, 가로가 세로보다 얼마나 긴지를 의미한다. 화면비는 가로 대 세로 비율로 표시하며 4:3, 16:9, 1.85:1, 2.35:1이 대표적이다. 알기 쉽게 세로를 모두 1로 환산한다면 1.33:1, 1.77:1, 1.85:1, 2.35:1과 같다. 가정용 기기는 4:3 비율에서 디지털 방송이 보급되면서 16:9가 가장 자주 사용된다. 16:9가 좌우가 넓은 와이드 화면 비율 중 위아래 영역이 가장 넓은 편이라 다른 와이드 비율을 담아내기 좋아서인 듯하다.
1.85:1은 1954년 파라마운트 픽처스가 규격화한 화면 비율로 비스타비전으로 불린다. 비스타비전 필름으로 촬영, 상영하면 이같은 화면비가 나왔기 때문에 그게 이름이 됐다. 일반적으로 수직 이미지를 강조할 때, 혹은 인물의 얼굴을 강조하는 클로즈업 위주일 때 주로 사용하는 화면비다.
2.35:1은 시네마스코프라고 한다. 1953년 20세기 폭스사가 TV와 차별화된 영상을 위해 개발한 촬영 기법에서 비롯됐다. 영화 <라라랜드> 오프닝에서 시네마스코프 로고가 나오며 화면이 가로로 길어지는 장면처럼 영화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가장 영화적인 화면 비율로 언급된다. 2.35:1, 2.39:1, 2.55:1 등 여러 비율이 있지만, 대체로 2.35:1를 기준으로 한다. 수평 이미지, 좌우 움직임을 강조할 때 이 화면비율을 사용할 여지가 높다.
이외에도 자주 쓰이진 않지만 알아두면 좋은 화면비를 덧붙인다. 1:1은 정사각형 모양이다. SNS 플랫폼 인스타그램 초기에 무조건 1:1 비율 사진만 올릴 수 있었기 때문에 일명 ‘인스타 화면비’라고도 한다. 와이드 스크린을 사용하는 극장 상영시설에선 좌우에 블랙바가 생기는 비율이라 자주 사용되진 않는다. 하지만 자비에 돌란 감독이 <마미>에서 사용하면서 화제가 됐다.
몇몇 영화들은 고전적인 느낌을 위해 구형 아날로그 TV의 4:3 비율을 선택한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엘리펀트>가 대표적이며, 최근 <사울의 아들>,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와 <고스트 스토리>도 이 비율을 선택했다. 특히 <고스트 스토리>는 모서리를 비네팅(영상 모서리 부분을 어둡게 하는 효과) 처리해 브라운관 TV 느낌을 더 강조했다.
곁다리로 두 가지만 더 알아두자. 1.43:1, 1.9:1은 아이맥스 상영 비율이다. 전자는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원본의 비율이고, 후자는 아이맥스 상영 비율이다. 물론 원본 1.43:1로 상영한 <덩케르크> 같은 경우도 있으나 애초에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하는 상업 영화는 극히 드물다. 다른 상업영화들은 다른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하고 1.9:1 비율로 상영하는 편이다.
다음으로 해상도를 알아보자. 컴퓨터를, 혹은 영상기기를 능숙하게 다룬다면 해상도란 말이 결코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해상도 수치로 영상이 얼마나 많은 점으로 이뤄졌는지, 그래서 얼마만큼 선명한지를 알 수 있다. 가로 픽셀과 세로 픽셀(Pixel, 영상을 이루는 가장 작은 점) 개수에 따라 결정된다.
점이 적게 들어간, 그러니까 선명도가 낮은 것부터 높은 순서대로 나열한다면 해상도는 보통 SD(480p), HD(720p), FHD(1080p), 2K, QHD(1440p), 4K(UHD), 8K 정도가 자주 언급된다. 같은 영상이더라도 SD 규격에 맞춘 건 640×480이고, 8K는 7680x4320이다. 수치만 봐도 두 영상 속 점의 개수가 크게 차이나는 걸 알 수 있다.
좀 더 정확하게 구분해보자. 해상도는 기준점이 무엇이냐에 따라 또 다르다. 영어로만 이뤄지거나 숫자 뒤에 p, i(각각 프로그레시브, 인터레시브의 약자. 영상 출력 방식)가 붙으면 세로 픽셀 수를 기준으로 하며, 숫자 뒤에 K가 붙으면 가로 픽셀수를 기준으로 한다고 기억하면 쉽다. 예를 들어 SD는 세로 픽셀수 480개, HD는 720개, FHD는 1080개로 이뤄진다. 반면 2K는 가로 픽셀 2천여 개(2048x1080), 4K는 4천여 개(4096x2160)로 구성된다.
비슷한 해상도끼리도 용어가 다른 건 가정용 영상기기와 극장용 영상기기의 규격이 달라서다. 가정용 기기는 화면비가 16:9로 고정적이지만, 극장에 상영되는 영화들은 화면비가 다양하다. 즉 세로 값이 가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DCI(디지털 시네마 표준규격, Digital Cinema Initiatives)은 가로 픽셀수를 기준으로 잡았다. 또한 필름을 디지털로 변환해 상영하는 방식으로도 세로보다 가로를 기준으로 뒀을 때 영상 손실이 적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