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브리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시대다. 각종 언론과 소셜 미디어 사이 어디에서도 스타들은 스포트라이트를 피하기 힘들다. 하지만 몇몇 스타들은 개인의 삶을 끝까지 지키고 싶어 한다. 이들이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는 이유는 단순히 유명인의 삶이 어색하기 때문일 수도, 필요 이상으로 소비되는 이미지에 지쳐서 일 수도 있다. 다만 이렇게 되면 둘 중 하나를 얻을 수 있다. 하나가 신비주의 혹은 비범한 면모라면, 다른 하나는 독선적이거나 오만하다는 평가다. ‘의도적으로’ 인터뷰를 피하는 할리우드의 셀럽들의 언론과 등진 사연을 모아봤다.


▶ 호아킨 피닉스는 여전히 언론과 데면데면

호아킨 피닉스 (영화 <마스터>)

“인터뷰는 XX 혐오스럽다”(I f**king hate interviews)고 말한 호아킨 피닉스. 미디어를 향한 그의 오랜 불신은 1993년 할로윈 데이에 뿌리를 내렸다. 호아킨 피닉스의 형 리버 피닉스(1970~1993)는 청춘의 아이콘으로 스크린을 수놓다 23세에 약물 과다로 세상을 떠났다. 10월 30일 할로윈 데이가 그의 기일. 가족을 잃은 호아킨의 눈에 비친 언론은 그저 리버의 죽음을 부속품 취급하는 장사꾼이었다. 리버의 사망 당시 119에 구조 요청을 보낸 호아킨의 음성이 방송에 공개됐고, 장례식장에 침입한 리포터가 시신을 촬영해 가는 사건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가족이자 배우인 호아킨 피닉스의 반응을 얻기 위해 언론은 그를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이후 호아킨 피닉스는 얼마간 할리우드를 완전히 떠났다.

리버 피닉스

오랜 시간이 흐르고 자신의 커리어로 유명해진 뒤에도, 그는 여전히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익숙지 않다. “일대일로 나누는 대화라면 아주 가끔은 괜찮다. 하지만 결국 방송용으로 줄이고 짜깁기 될 라운드 인터뷰는 끔찍하다. 나는 무대 위에 있고, 사람들은 코앞에서 사진을 찍어대는 기자 간담회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쇼 비즈니스 업계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그의 결심은 각종 시상식의 불참에서도 드러났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물론 칸영화제(제61회 <투 러버스>, 제66회 <이민자>)에도 불참했다.

호아킨 피닉스 (영화 <아임 스틸 히어>)

피닉스는 연기를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보통의 삶을 사랑했다. “나는 24시간 일하는 직업 배우가 아니”라는 그에겐 쉴 틈이 필요했고, 그의 짧은 휴식기는 케이시 애플렉과 찍은 영화 <아임 스틸 히어>에 담겼다. “내 삶을 되찾기 위해 떠나고 싶었다”던 그가 꼭 필요로했던 자극이 엿보이는 모큐멘터리다.


▶ 혹독한 비평이 괴로운 아담 샌들러

아담 샌들러 (영화 <빅 대디>)

아담 샌들러와 언론 사이에도 말 못 할 벽이 있다. 2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는 배우로서 번번이 질타를 받았다. 한때 흥행하는 코미디 영화의 주역이었지만 1999년 <빅 대디> 이후, 출연하는 작품마다 혹독한 비평을 들어야 했다. 물론 폴 토마스 앤더슨의 <펀치 드렁크 러브> 만큼은 논외. 필모그래피를 빼곡히 채운 작품 수가 민망할 만큼, 작품 선택의 안목은 물론 연기 재능 또한 수차례 의심받아 왔다. 아담 샌들러는 이렇게 말했다. “내게 어떤 평가가 쏟아지는지 알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작품을 해야 하나 싶다. 그래도 비평가들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영화를 하고 싶지는 않다.”

아담 샌들러와 아담 샌들러 (영화 <잭 앤 질>에서 1인 2역).

아담 샌들러는 의식적으로 언론을 피해왔다. 그의 마이웨이도 계속됐다. 2012년 샌들러의 주연작 <잭 앤 질>은 최악의 영화상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사상 초유의 전 부문 싹쓸이를 했다. 심지어 <잭 앤 질>에서 이란성 쌍둥이로 남녀 1인 2역을 소화한 아담 샌들러는 최악의 남우주연상과 최악의 여우주연상 모두의 주인공이 됐다. 이듬해 2013년에는 <댓츠 마이 보이>를 통해 최악의 남우주연상을 2년 연속 수상하기까지 했다. 그는 말한다. “주변 친구들마저 언론의 악평을 내게 일러줄 정도다. 그들은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을 싫어한다. 제발 진정해 줬으면 좋겠다”고.

아담 샌들러

2015년, <버라이어티>는 ‘아담 샌들러가 더 이상 무비스타가 아닌 5가지 이유(링크)’ 보도를 통해 그의 행동을 비난하기도 했다. 틴에이저 관객을 모으던 과거의 이미지는 끝난 지 오래고, 그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노력조차 하지 않으며, 언론과 거리를 두는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 등이 이유였다.


▶ 기행의 일인자, 괴짜 빌 머레이

빌 머레이

다른 조용한 셀럽들과 비교하면, 빌 머레이는 인터뷰도 하고 대중 앞에 나서기도 하는 배우다. 언론에서 그를 볼 수 없다는 건 아니지만, 접근 불가능한 면이 있다. 기행을 일삼는 괴짜 빌 머레이의 기발한 일화는 넘쳐나고, 그는 실제로 속을 알 수 없는 배우다. 빌 머레이는 매사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들어봤을지 모르지만 머레이에게는 따로 연락 가능한 에이전트나 홍보 담당자가 없다. 이 배우를 인터뷰하고 싶다면 친구의 친구를 물색해 알아봐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800번(미국의 수신자 부담 전화) 번호로 연결해 봐야 한다.

빌 머레이 (영화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

<에스콰이어>의 인터뷰에 따르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이언맨>의 어느 부분에서 빌 머레이와의 협업을 원했지만 결국 그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 머레이는 이 같은 그만의 방식을 ‘실용적인 방법’이라 일컫는다. “내숭을 떠는 게 싫다. 이게 편하다. 전화가 자주 울리기 시작했을 때부터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일의 기회라던가 사람을 만나는 건 온전히 운에 맡기는 편이 좋다. 상황을 머릿속에서 계산하는 게 싫다”는 이유를 덧붙였다.

빌 머레이 (영화 <킹 핀>)

때문에 빌 머레이는 캐스팅이 가장 까다로운 배우로도 알려져 있다. 출연을 거절해서가 아니라 촬영 당일까지 출연 여부를 통보하지 않아서. 따라서 그의 최근 영화들은 대부분 (빌 머레이가 촬영장에 나타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한)예비 배우가 준비돼 있었다. 그의 출연작 <킹 핀>에서는 빌 머레이의 촬영현장 출현(?)이 불발됐을 때를 대비해 배우 크리스 엘리엇이 대기 중이었다.


▶ 데이브 샤펠은 명성이 두렵다

데이브 샤펠 (코미디 쇼 <샤펠 쇼>)

인기 코미디언이자 영화배우인 데이브 샤펠. 2006년, 그의 코미디 쇼 <샤펠 쇼> 시리즈가 마침내 종영되고 그는 사라졌다. 세간의 스포트라이트, 부와 명예, 언론 모두를 떠났다. 그가 돌아온 건 2014년, <더 레이트 쇼 위드 데이비드 레터맨> 토크쇼에 출연했을 때였다.

데이브 샤펠 (다큐멘터리 <블록 파티>)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샤펠이 세상의 관심으로부터 거리를 뒀던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은 명성이었다. 그는 “명성을 목표로 삼는다는 건 굉장히 소름 끼치는 일이다. 마침내 그날이 왔을 때 스스로를 통제하기 힘들어진다. 최대한 나 자신 그대로 행동하려고 애쓰는 일이 벅차게 느껴지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데이브 샤펠 (영화 <스타 이즈 본>)

다시 대중 앞에 돌아온 데이브 샤펠은 더 작은 무대와 꺼져가는 스포트라이트에서 감사함을 되새긴다. “내가 안정감을 느낄 만한 고도는 딱 이 정도다. 감당할 수 없는 불편함을 피해 순전히 내가 좋아서 할 수 있는 일의 높이를 찾았다”고 말하는 샤펠에게 새로운 고도란 곧 조용한 삶을 의미한다.


▶ ‘더 이상 유명하지 않은’ 샤이아 라보프

샤이아 라보프 (영화 <트랜스포머 3>)

샤이아 라보프는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여러 차례 체포된 바 있고, 비호감을 사는 행동들이 카메라에 담겼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으로 그를 스타덤에 올린 장본인 스티븐 스필버그와 마이클 베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사건도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의 상업적 행태를 지적하며 아티스트의 길을 걷겠다고 나섰다.

샤이아 라보프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 말에 자기가 걸려 넘어지는 꼴을 보여준다. 2013년 그의 단편 영화 <하워드 캔투어 닷컴>이 만화가 다니엘 클로위즈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기본 설정은 물론 대사까지 흡사할 정도였다. 결국 그는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는데, 이 사과문까지 야후의 지식검색에 올라온 한 네티즌의 글을 그대로 복사한 사실이 발각돼 논란은 재점화됐다.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오자 라보프는 트위터에 썼다. “내 예술적 진정성이 공격당하고 있으니, 대중들의 관심으로부터 은퇴하겠다”고. 얼마 뒤 다시 올린 트윗의 내용은 “모든 예술은 표절이다”였다.

제64회 베를린영화제 레드카펫에 등장한 샤이아 라보프.

라보프의 알 수 없는 행동은 시작에 불과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 <님포매니악>의 주연배우로 초청을 받았는데, 그는 “나는 더 이상 유명하지 않다”라고 쓴 종이 백을 머리에 뒤집어쓴 채 언론 앞에 등장했다. 또, 기자회견장에선 영화의 정사신에 관한 질문을 받고 “갈매기가 고깃배를 따라오는 이유는 어부들이 정어리를 바다에 버릴 것을 알기 때문”이라는 말을 던지고는 돌연 회견장을 떠났다. 프랑스 축구선수 에릭 칸토나가 관중을 폭행한 사건 이후 기자회견에서 던진 쌩뚱맞은 대답을 똑같이 말했다. 그 이후 샤이아 라보프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피해왔다. 과연 그가 언론을 피하고 있는 것인지, 필사적으로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 은둔형 예술가, 테렌스 맬릭

테렌스 맬릭 감독

많은 후배 감독들의 우상으로 손꼽히는 감독 테렌스 맬릭. 그의 인터뷰는 물론 사진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그 까닭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바 역시 없기에 더욱 속내를 알기 힘든 감독이다. 수년간 맬릭은 할리우드 최고의 은둔형 유명인이었다. <황무지>, <트리 오브 라이프> 등의 전설적인 영화를 만든 그는 근 40여 년간 공식 인터뷰를 피해왔다. 1978년 <천국의 나날들>로 평단을 놀라게 한 이후, 차기작 <씬 레드 라인>으로 돌아온 1998년까지. 오랜 공백 기간 동안 그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천국의 나날들>

<트리 오브 라이프>의 주연 배우 브래드 피트에 따르면, 맬릭의 무관심은 의도된 것이 아니라 단지 그가 주류 할리우드 세대와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감독은 두 가지 일을 해야 한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 책임자로서 영화를 세일즈 하는 일. 하지만 후자는 테렌스 맬릭의 본성이 아니다. 테렌스 맬릭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에 가깝다. 그저 자신의 자리에 충실하고 겸손하며 다정한 사람일 뿐”이라고 피트는 언급했다.

브래드 피트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

은둔하는 맬릭의 천성답게, 그의 친구들도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현대 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소설가 코맥 매카시와는 오랜 친구 사이. 그 역시 은둔하는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다. 테렌스 맬릭 감독의 은둔형 기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트리 오브 라이프>로 제64회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에 호명된 테렌스 맬릭은 나타나지 않았고, 제작자가 대리 수상했다. 정작 맬릭은 이 광경을 몰래 숨어서 지켜봤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씨네플레이 심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