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를 맞아 수많은 영화들이 극장가를 채웠다. 하지만 우리가 동네 멀티플렉스에서 목도하는 풍경이란 <밀정>, <매그니피센트 7>, <벤허>, <고산자, 대동여지도>가 상영관을 잔뜩 꿰차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 넓게 돌려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택지는 한결 넓어질 것이다. 오늘 씨네플레이는 9월15일부터 18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는 흥미로운 영화 상영을 소개한다.


<고스트버스터즈> 3D
9월16일 오전 1시50분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포스터에 ‘825, 3D 대개봉이라고 명시됐던 여성판 <고스트버스터즈>는 결국 3D로 개봉되지 못했다’. 극장들이 3D 상영을 고사한 것. 팬들은 자발적으로 극장을 대관해 3D 상영회를 계획했고, 멀티플렉스들에도 열심히 3D 상영을 촉구했다. 그리고 드디어, 개봉 3주차인 97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관에서 3D 상영이 시작됐다. 에디터가 3D 첫 상영 때 관람한 바, <고스트버스터즈>3D로 봐야 하는 작품이다. 프로톤 팩의 광선이 레터박스를 뚫고 유령을 갈기고, 후반부 에린이 애비를 구하러 중간계로 뛰어드는 신에서 갑자기 화면이 확 넓어지는 순간의 쾌감은 오직 3D에서만 느낄 수 있다. 불과 몇 시간 후인 916일 새벽 150분 월드타워관에서 마지막 3D 상영이 남아 있다. 상영시간이 얄궂긴 하지만, <고스트버스터즈> 팬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내셔널 갤러리>
9월15일~18일 메가박스 코엑스, 영화공간 주안

3시간에 달하는 상영시간 때문일까, 다큐멘터리 거장 프레드릭 와이즈먼의 <내셔널 갤러리>는 손에 꼽을 만한 상영관에서 개봉됐다. 현재 메가박스 코엑스, 영화공간 주안 두 군데서 상영 중에 있다. 영국 런던의 미술관 내셔널 갤러리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그 곳을 찾은 사람들을 관찰하는 <내셔널 갤러리>는 단연 올해 한국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다. 미술관을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큼직한 화면으로 보았을 때의 아우라가 각별하니 종영 전에 스크린으로 꼭 감상하길 권한다. 링크는 씨네플레이의 <내셔널 갤러리> 소개 기사다. http://blog.naver.com/cine_play/220795716029


<살인의 추억>
9월15일~18일 CGV 26개관

명실상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자리매김한 <살인의 추억>(2003). 요즘처럼 재개봉 유행이 뜨거운 와중에도 아직도 이렇다 할 재개봉 소식이 없었던 작품이라, 아직 스크린에서 이 명작을 만나지 못한 관객도 많을 것이다. CGV는 명절을 맞아 준비한 프로그램 추석특가상영작으로 <살인의 추억>을 포함시켰다. 기사에 소개되는 프로그램이 대부분 서울에 한정돼 있지만, <살인의 추억> 상영은 전국 26개관에서 진행된다. 봉준호와 송강호라는 한국영화사가 낳은 두 천재의 재능이 번쩍번쩍 빛나던 작품을 스크린으로 알현할 기회를 놓치지 말자.


<아가씨> 확장판
9월15일~18일 CGV 10개관

올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한국영화 중 하나인 <아가씨>는 아직까지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9월을 기점으로 기존의 145분에서 23분이 늘어난 168분짜리 확장판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몇몇 장면의 순서가 달라졌고, 숙희가 히데코를 속이기 위해 백작과 함께 연기를 연습하던 대목 등이 추가됐다고 한다. 3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이 만만치 않지만, 영화는 물 흐르듯이 두 여자가 속박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길로 돌진하는 감동스러운 드라마를 펼쳐낸다. 높은 수위의 정사신이 포함됐으니 부모님과 함께 관람하면 살짝 민망할 수도!


오페라 <마담 버터플라이>
9월17일 오후 2시 메가박스 5개관


극장에서 영화만 본다? 요즘엔 얘기가 좀 다르다. 메가박스에서는 몇 년 전부터 오페라 실황을 꾸준히 상영하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엔 푸치니의 오페라 <마담 버터플라이>가 상영된다. <잉글리쉬 페이션트>(1996), <리플리>(1998), <콜드 마운틴>(2003) 등의 감독 안소니 밍겔라가 2006년 연출을 맡은 MET라이브 실황 버전이다. 게이샤의 기구한 사연을 담은 이야기인 만큼, 일본색이 강한 미니멀한 프로덕션 디자인으로 구현한 비주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청각이 누리는 호사는 두말할 것 없고.


세 가지 색
<레드>, <블루>, <화이트>
9월18일 오후 2시30분부터 서울아트시네마

한국 시네필들의 성지,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연휴 마지막 이틀간 폴란드 영화감독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작품들을 상영한다.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같은 작품도 놓칠 수 없지만, 18일 하루에 걸쳐 연달아 상영되는 '세 가지 색' 시리즈를 힘주어 권한다. 키에슬롭스키 특유의 인간 본성에 대한 진중한 시선이 레드, 블루, 화이트 세 컬러를 테마로 삼아 시리도록 아름다운 색채로 구현된 작품이다. 각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연작으로서 만들어진 작품이기 때문에, 같은 날 같은 자리에서 연이어 본다면 더 큰 감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렌느 야곱, 줄리엣 비노쉬, 줄리 델피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관람의 가치는 충분하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