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소개하는 영화들을 보지 않았다면 꼭 보라고 말하고 싶다. 보기에 지루한 영화들도 있지만 정말 강력 추천한다! 영화 좀 본다는 사람들은 사실 다 본 영화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다시 보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다시 봐도 명작은 명작일 거니까. 이번주 ‘뒹굴뒹굴 VOD’는 최근 BBC가 전세계 평론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21세기의 위대한 영화 100편’의 상위권에 랭크된 영화들이다.

화양연화
감독 왕가위 출연 양조위, 장만옥 상영시간 97분 제작연도 2000년
“미리 이별 연습을 해봅시다.” 차우(양조위)의 말에 수리첸(장만옥)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별의 말을 내뱉고 그녀는 이내 터져나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울지 말아요. 연습일 뿐이잖아요.” 차우는 수리첸을 안아주며 말한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화양연화>의 한 장면을 다시 떠올려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았다. <화양연화>의 양조위와 장만옥은 완벽했다. 영화의 제목 ‘화양연화’(花樣年華)는 “인생의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뜻이다. 두 배우에게도 이 영화를 촬영할 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절이 아닐까 내 멋대로 규정하고 싶다. 물론 감독 왕가위의 ‘화양연화’이기도 하다. <화양연화>는 BBC 선정 ‘21세기의 위대한 영화 100편’ 2위에 선정됐다. ▶<화양연화> 바로보기

데어 윌 비 블러드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출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 폴 다노 상영시간 158분 제작연도 2007년
<데어 윌 비 블러드>는 각잡고 봐야 할 영화다. 러닝타임도 긴 편이다. 두 시간이 훌쩍 넘는다. 어쩌면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영화의 첫 장면을 보면 왜 그런지 답이 나온다. 시커먼 땅속에서 영화가 시작된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기하는 다니엘 플레인뷰가 좁은 갱도에서 곡괭이질을 하고 있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영화가 시작하고 10여분 동안 한 마디의 대사도 넣지 않았다. 관객에게 친절하지는 않지만 폴 토마스 앤더슨은 광부였다가 석유사업을 하는 자본가로 변신하는 다니엘 플레인뷰의 일생을 통해 미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보여준다. 그 페이지는 피로 물들어 있는 잔혹한 기록이다. <데어 윌 비 블러드>는 BBC 선정 ‘21세기의 위대한 영화 100편’ 3위에 선정됐다. ▶<데어 윌 비 블러드> 바로보기

보이후드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출연 엘라 콜트레인, 에단 호크 상영시간 165분 제작연도 2014년
영화에 대한 기본 정보조차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기준이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영화를 즐기는 방식은 다양하니까. <보이후드>의 경우에는 기본 정보를 알고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비포> 3부작을 9년 마다 선보이며 시간에 집착(?)하는 성향을 보여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보이후드>라는 역작을 완성했다. 이 영화를 위해 기다린 시간은 무려 12년이다. 12년 동안 같은 배우, 제작진들과 한 소년(엘라 콜트레인)이 어른으로 자라는 과정을 담았다. <보이후드>의 이 소년이 같은 인물이라는 걸 모르고 보는 것과 알고 보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영화의 한계라고 생각되는 물리적인 시간을 초월한 링클레이터 감독에게 박수를 보낸다. <보이후드>는 BBC 선정 ‘21세기의 위대한 영화 100편’ 5위에 선정됐다. ▶<보이후드> 바로보기

이터널 선샤인
감독 미셸 공드리 출연 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상영시간 107분 제작연도 2005년
여기 ‘인생영화’가 있다. 굳이 이 영화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아야 할까 싶다. 미셸 공드리 감독의 <이터널 선샤인>은 사랑에 대한 영화를 이야기할 때 절대! 절대! 절대!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아직도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어딘가에는 숨어있지 않을까 의심해 본다. 그런 사람에게 다시 한번 추천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당신의 ‘인생영화’에 등극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매우! 매우! 높다. 짐 캐리는 ‘인생연기’를 보여줬고, 감독 미셸 공드리는 ‘인생연출’을 보여준 작품이다. <이터널 선샤인>은 BBC 선정 ‘21세기의 위대한 영화 100편’ 6위에 선정됐다. ▶<이터널 선샤인> 바로보기

트리 오브 라이프
감독 테렌스 맬릭 주연 브래드 피트, 숀 펜, 제시카 차스테인 상영시간 137분 제작연도 2011년
<데어 윌 비 블러드>를 독파한 사람이라면 <트리 오브 라이프>에 도전할 차례다. 테렌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는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온 영화와는 전혀 다른 질감의 영화다. 시적인 영상과 음악, 삶과 죽음, 인간과 신에 대한 통찰이 <트리 오브 라이프>에 있다고 한다.  매우 현학적일 수도 있고 형이상학적일 수도 있는 <트리 오프 라이프>에는 두 가지의 축이 있다. 하나는 아버지(브래드 피트), 어머니(제시카 차스테인), 세 아들로 이뤄진 미국 가정의 이야기다. 오이디푸스의 비극이 연상된다. 다른 축은 우주의 기원, 생명의 탄생이다. 공룡이 등장하기도 한다. 평론가들이 극찬하고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재미가 없으면 그건 재미없는 영화가 맞다. 그럼에도 난해한 영화라는 범주에 속하는 게 분명한 <트리 오브 라이프>를 추천하는 것은 그 판단을 해볼 가치가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트리 오브 라이프>는 BBC 선정 ‘21세기의 위대한 영화 100편’ 7위에 선정됐다. ▶<트리 오브 라이프> 바로보기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