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는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 속 이제훈, 박정민이다. <파수꾼>은 학교폭력을 소재로 삼았지만 단편적으로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대신 촘촘히 얽힌 인물들의 심리에 집중하며 입체적인 캐릭터, 이야기를 완성했다. 소년들의 미성숙함과 너무나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그들의 생태계를 시리게 담아냈다.
편집을 통해 미스터리를, 촬영을 통해 심리를 대변한 연출력도 있지만 역시 <파수꾼>을 완성한 1등 공신은 배우들. 결핍으로 인해 삐뚤어져가는 기태(이제훈)와 그로 인해 상처받는 베키(박정민 / 캐릭터 이름은 백희준이지만 극 중 대부분 별명인 베키로 불렸다)는 위태로운 긴장관계를 보여줬다. 기태가 사과를, 베키가 이를 거절하는 장면은 숨이 멎는 느낌. 이제훈은 청룡영화제 신인남우상을 수상, 박정민은 ‘제2의 송강호’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단번에 관객과 평단에게 각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