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연례 행사가 찾아왔다. 오는 10월 3일부터 10월 12일까지, 부산에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다.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베일을 벗은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쏘리 위 미스드 유> 등 거장들의 신작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자리. 올해 초청작인 넷플릭스 영화 <더 킹: 헨리 5세>로 부산을 찾는 주연 배우 티모시 샬라메와 조엘 에저튼의 방문 소식이 일찍이 팬들의 마음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맞이 워밍업으로,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던 작품 중 올해 개봉한 영화 다섯 편을 소개해보려 한다. 아래 나열된 영화들을 네이버 시리즈에서 다운로드할 시, 바로 사용 가능한 즉시 할인 쿠폰이 발급된다는 점도 놓치지 말자. 쿠폰 발급 기간은 9월 27일(금)부터 10월 4일(금)까지다.
<퍼스트맨>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 직후 개봉이 잡혀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진 행렬을 자랑했던 화제작이다. <라라랜드>로 일찍이 부산국제영화제는 물론, 오스카 시상식까지 달궜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이 관객의 기대를 모았던 것. 닐 암스트롱과 오랜 친분을 유지했던 작가 제임스 R. 핸슨이 쓴 책 <퍼스트맨: 인류 최초가 된 사람 닐 암스트롱의 위대한 여정>을 바탕으로 만든 <퍼스트맨>은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우주인 닐 암스트롱의 삶을 다룬다. 오프닝부터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 비행 시퀀스, 우주에 있는 듯한 착각을 안겨줄 만큼 극단적인 고요로 무장한 장면 등이 압도적이지만, 사실 <퍼스트맨>의 서사는 우주 영화를 언급했을 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스펙터클한 모험담과 거리가 멀다. 영화는 닐 암스트롱이 왜 목숨을 걸고 우주로 나가기를 자청했는지, 그의 내면의 여정을 조명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인다. 몇 초 만에 수많은 감정을 담아내는 눈빛, 굳건한 입매로 닐 암스트롱의 심리를 보다 입체적으로 구현한 라이언 고슬링의 연기가 빛나는 작품.
오프닝을 장식하는 <할로윈>의 메인 테마곡을 듣자마자 이 영화에 홀릴 수밖에 없을 것. 호러 장르의 전설로 남은 존 카펜터의 <할로윈>(1978) 이후 그를 잇는 수많은 속편이 제작됐다. 2018년에 나온 <할로윈>은 그 속편들을 전부 무시한 <할로윈>(1978)의 오리지널 속편이다. 1978년 살인사건을 저지른 이후 정신병원에 수감됐던 마이클 마이어스(닉 캐슬)는 병원 이송 중 탈출해 40년 전 살인을 저질렀던 해든필드로 향한다. 그의 타깃은 40년 전 자신이 죽이지 못했던 유일한 생존자, 로리 스트로드(제이미 리 커티스). 하지만 40년 전처럼 소리만 지르고 있을 로리가 아니다. 마이클 마이어스와 마주할 날을 대비해왔던 로리는 그에게서 딸과 손녀, 그리고 이유 없는 희생자들을 지키고자 40년 동안 세운 자신의 계획을 차근차근 시행한다. <할로윈>은 원작의 감성을 그대로 유지함과 동시에 현시대를 반영한 통쾌한 변주를 선보인다. 노년의 로리 스트로드를 중심으로 그녀의 딸과 손녀가 행하는 반격은 새로운 여성 슬래셔 무비의 탄생을 알렸다. 장르의 진화를 이끈 작품. 북미에선 제작비의 수십 배에 다다르는 흥행 수익을 거뒀고, 블룸하우스가 제작을 맡았다.
자유와 낭만을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를 보자. <레토>는 러시아를 뒤흔든 전설적인 뮤지션, 빅토르 최의 이야기를 다룬다. 구소련에서 금기시했던 록 음악 공연이 한창인 1981년의 레닌그라드가 <레토>의 시작. 그룹 주파크의 리더이자 록스타인 마이크(로만 빌릭)와 자신만의 음악을 하고 싶었던 신인 뮤지션 빅토르 최(유태오), 그리고 그들의 뮤즈 나타샤(이리나 스타르셴바움)가 함께한 청춘의 뜨거운 시절을 담았다. 자유와 반전, 저항을 외치는 가사로 모두의 사랑을 받았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28살에 요절한 희대의 록스타, 빅토르 최의 무게를 담아낸 전기 영화라기보단 음악이 있어 빛났고, 순수한 사랑이 있어 아름다웠으며, 젊음이 있어 찬란했던 청춘의 에너지를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 흑백 화면이 위로 얹어진 애니메이션 효과, 예상치 못하게 등장하는 컬러 화면 등 감각적인 연출은 이들이 전하는 에너지를 배로 늘린다. 독일 교포 출신 배우 유태오가 2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되어 빅토르 최를 연기했다. <레토>는 제71회 칸영화제의 경쟁부문을 비롯해 비롯해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며 평단의 인정을 받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반짝반짝 빛나는 올해의 독립영화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전 세계에서 수십 개의 트로피를 휩쓴 <벌새>부터 현재 상영 중인 <메기> <아워 바디> 모두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던 작품. <보희와 녹양>은 이 쟁쟁한 라인업 가운데 가장 먼저 개봉일을 잡은 독립 영화다. 한날한시에 태어난 둘도 없는 단짝 보희(안지호)와 녹양(김주아). 엄마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보희는 집을 나가 이복 누나 남희(김소라)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죽은 줄 알았던 아빠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단서를 얻는다. 보희는 아빠를 찾아 나서고, 영화감독을 꿈꾸는 녹양은 그를 카메라 안에 담아낸다. 유쾌한 모험 가운데에서도 아빠가 자신을 버릴 것이란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던 보희. 여행의 끝에서 그는 아빠의 빈자리를 채워주던 수많은 이들이 자신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성장 영화에서 흔히 상상할 수 있는 폭력과 상처 없이도 제 정체성을 획득하는 데 성공하는 보희와 녹양의 싱그러운 성장담.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은 캐릭터들이 영화에 활력을 더하고, 이를 연기한 배우 안지호, 김주아의 연기는 감탄을 부른다.
<행복한 라짜로>는 부산에 도착하기 전, 제71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타고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었을 때부터 평단의 마음을 휘저어놨던 화제작이다. 전작 <더 원더스>로 2014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이탈리아의 여성 감독, 알리체 로르와처의 연출작. 1980년대 이탈리아의 시골 마을 인비올라타. 라짜로(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와 이웃들은 마을 지주인 후작 부인의 착취 아래 담배 농장에서 일하며 살아간다. 마을 사람들의 손발이 되어주곤 하는 순박한 청년 라짜로는 후작 부인의 아들 탄크레디(루카 치코바니)와 우정을 쌓고, 탄크레디가 계획한 가짜 납치극을 돕다 사고를 당해 행방이 묘연해진다. 납치 신고로 마을을 찾아온 경찰에 의해, 이웃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시에서의 삶을 이어간다. 그로부터 십수 년 후, 이들 앞에 라짜로가 하나도 늙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나면서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예수에 의해 죽음에서 부활한 성서 속 라자로가 떠오르는 부분. 영화는 절대적인 선의 영역에 선 라짜로와 물질만능주의에서 비롯된 착취와 욕망으로 물든 이들을 나란히 두고 기묘한 우화를 완성한다. 천진한 눈빛으로 라짜로의 순수함과 선함을 완벽히 표현하는 아드리아노 타르디올로의 연기에 빠지고 말 것. 비전문 배우인 그의 연기 데뷔작이라는 사실이 더한 놀라움을 전할 것이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