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개봉했다. 이로써 1977년 <스타워즈>(지금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로 시작한 스페이스 오페라가 한 단락 마무리됐다. 아쉽기도 하고, 시원섭섭하기도 팬들을 위해 영화 속에서 명확하게 소개되지 않은, 소소하지만 궁금한 질문들을 모아봤다.
라이트세이버는 뭘로 만드나
‘스타워즈’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 라이트세이버(광선검). <스타워즈>라는 프랜차이즈 전체를 상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제다이, 시스들이 가지고 다니는 라이트세이버는 어디서 만드는 걸까. 그건 뭘로 만들었길래 빛을 내는 검의 형태로 사용할 수 있는 걸까.
영화에선 라이트세이버가 워낙 많이 나오니까 양산형 무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라이트세이버는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무기다. 왜냐하면 칼날을 만드는 핵심은 라이트세이버 크리스탈이란 특별한 결정체가 필요하기 때문. 라이트세이버는 레이저가 아니라 크리스탈이 방출하는 플라즈마를 칼의 형태로 잡아주는 것이다. SF인 스타워즈에서도 라이트세이버가 특별한 이유는 크리스탈이란 게 그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라이트세이버의 색 또한 크리스탈이 방출하는 플라즈마의 색에 영향을 받는다. 흔히 제다이는 파란색이나 초록색, 시스는 빨간색 라이트세이버를 사용한다. 빨간색은 다크 사이드로 타락시키는 과정에서 오염된 크리스탈이 내뿜는 색이다. 때문에 빨간색을 제외한 파란색과 초록색이 가장 일반적인 크리스탈로 추측된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극중 인물들은 라이트세이버만 보고도 누가 쓰던 것인지 안다. 라이트세이버는 소유자가 직접 조립하는 게 원칙이기 때문. 그래서 각 라이트세이버는 고유의 모양을 가지고, 잘 알려진 검이라면 검의 모양만 보고도 소유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대신 시스는 제다이를 제압해 그의 검을 강탈하는 방식으로 크리스탈을 구한다. 그리고 크리스탈을 다크사이드로 타락시킨 후 그것을 자신의 검으로 만든다.
소유자가 제작하는 방식이라 균형을 지향하는 제다이는 모양이 달라도 칼날이 하나인 일자형 라이트세이버를 사용하는 반면, 힘과 권력을 지향하는 시스는 다양한 종류의 라이트세이버를 만든다. 다스 몰의 양날 라이트세이버, 카일로 렌의 크로스가드형 라이트세이버 등이 대표적. 특히 카일로 렌의 라이트세이버는 특유의 이글거리는 효과가 있는데, 이는 카일로 렌이 출력을 억지로 증폭시켜 금이 간 크리스탈이 불안정한 형태로 플라즈마를 방출하기 때문이다.
시스는 무엇인가요
<스타워즈>를 관통하는 제다이와 시스의 대립. 제다이는 평화를 유지하고, 질서를 확립하는 일종의 기사단임을 프리퀄 삼부작에서 자세하게 설명한 반면, 시스는 시리즈 내내 구체적으로 어떤 집단인지, 어떤 유래가 있는지 좀 두루뭉실하게 그린다. 그래서 이 시스라는 명칭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조금 애매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일단 시스란 단어 자체는 한 종족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한 제다이에 따르면 시스 종족으로 인해 포스의 어두운 면이 깨어났다고. 대개 포스 센서티브를 타고난 이들은 코리반에서 거주하며 빨간 피부가 특징이다. 극중 다스 몰을 본 콰이곤이 그를 시스라고 의아해한 것도 ‘시스 종족’을 떠올렸기 때문(그는 자브락 족이다). 시스 족의 기나긴 역사를 간단히 요약하면 이들은 다크 사이드를 이용해 제국을 건설하고, 구 공화국과의 전쟁을 일으키고, 멸족되고 만다.
이 과정에서 타락한 제다이, 혹은 포스 센서티브들이 그들의 유산이나 이념을 물려받고 그들의 이름을 빌려 제국을 건설하거나 기사단을 창설한다(이 시점부터 시스는 종족이 아닌 그들의 정신적 후예들을 가리킨다). 시스는 약 7천 년가량 여러 차례 패전과 패배에도 은밀하게 명맥을 이어갔고, 훗날 시스 기사단의 다스 시디어스(쉬브 팰퍼틴)이 은하계 최고 수상으로 임명된 후 은밀한 공작을 통해 은하 제국을 건설하기에 이른다.
포스를 어떻게 이용하는가. 시스와 제다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여기서 비롯된다. 제다이는 포스를 은하의 균형과 평화를 위해 사용한다면, 시스는 자신의 욕망을 성취하는 데 사용한다. 예를 들어 다스 베이더의 대표 기술, 포스 그립(포스로 목을 조르는 것)은 제다이에게 금기시되는 기술. 다스 시디어스의 포스 라이트닝은 말할 것도 없다.
스승과 제자를 통해 가르침을 전파하는 것은 동일하나 최종 목표점이 다르다. 제다이는 파다완 시절 스승 제다이에게 가르침을 받고, 훗날 제다이 기사로 승급하는 시스템. 시스는 제자가 ‘다스’라는 군주 명칭을 사용하는 스승을 제거해(!) 그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 이런 시스의 방식은 다스 베인과 그의 제자 다스 잔나 사이에서 처음 발생했으며, 사제 간의 유대감을 강조하는 제다이와 달리 둘의 긴장 관계를 유지해 실력을 끌어올리는 걸 목표로 한다.
시퀄 시리즈에선 카일로 렌이나 그의 스승 스노크나 시스의 군주에게 붙는 ‘다스’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분명 다크사이드 포스를 사용하긴 하나 적어도 시스 계통은 아니란 의미. 하지만 이런 세세한 설정이 속편으로 갈수록 더 애매하게 느껴져서 문제.
최초의 제다이와 시스는 누구인가
그렇다면 이 기나긴 전쟁이 시작되기 전, 최초의 제다이는 누구인가. 월트 디즈니가 루카스 필름을 인수해 <스타워즈> 시리즈를 한 ‘캐넌’에선 그 원류가 누구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통해 ‘프라임 제다이’ 멤버들이 제다이 기사단을 세웠다고 설명할 뿐이다. 디즈니 인수 전에 루카스 필름이 독자적으로 확립한 세계관 ‘스타워즈 레전드’ 설정을 보면 칼라 브린, 게론 자드, 라지바리, 테스 센든 네 명의 제다이 마스터가 제다이 기사단을 만들었다.
최초의 시스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시스의 시작은 종족에서 비롯됐기 때문. 시스 종족의 지도자 중 가장 오래 전 인물로 기록된 건 아다스 왕. <스타워즈> 1편 기준, 2만 7천여 년 전 코리반 행성의 시스 종족을 통합시킨 인물이다. 종족을 넘어 이념으로서의 시스를 정착시킨 인물은 아준타 폴로 알려졌다. 아준타 폴은 다크사이드 포스에 빠진 몰락한 제다이로 몰락한 제다이 기사단과 군대를 이끌어 시스 제국을 건국하고 스스로 군주가 되었다.
그 이외의 시스는 디즈니 인수 이전 작품에서 언급한 정도여서 당분간은 잊어두는 게 좋을 듯하다. 디즈니 인수 이후 다스 베인, 다스 플레이거스(다스 시디어스의 스승), 다스 시디어스, 다스 몰, 다스 티라누스(두쿠 백작), 다스 베이더처럼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시스만 정사로 인정된다고 보면 된다.
스타워즈 9부작은 몇 년간의 이야기인가요?
스타워즈 세계관은 우주가 배경이라 연력이 여러 가지 있다. 영화 기준 보편적인 연력은 BBY, ABY. 각각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의 클라이맥스, 야빈 전투(Battle of Yavin) 전후를 의미한다. 즉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이 0 BBY로 기준점이다. 황제의 죽음(<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이 4ABY. 이후 퍼스트 오더가 24 ABY에서 29 ABY 사이에 창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퀄의 시작을 연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34 ABY, 완결편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35 ABY이 배경이다.
그럼 프리퀄의 시점은? 스카이워커 사가의 진정한 주인공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등장한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은 32 BBY가 배경. 이후 <스타워즈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의 ‘오더 66’가 19 BBY에 발령됐다. 물론 아나킨이 큰 부상을 입고 다스 베이더로 거듭나는 것도 같은 해다.
계산하기 조금 어렵다면, BY 연력 대신 C.R.C 연력으로 따져보자. 영화에서 가장 과거 시점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은 7945년, 미래 시점인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8012년이다. 즉 스카이워커 사가 9부작은 67년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스타워즈가 1977년, 라오스가 2019년에 개봉했으니 현실 시간으론 42년이 걸렸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