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자 메이 올컷은 알았을까? 자신이 쓴 <작은 아씨들>이 첫 출간 이후 152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수많은 곳에서 인정받은 그레타 거윅의 두 번째 장편 영화 <작은 아씨들>이 국내 스크린을 찾았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리메이크한 일곱 번째 영화다. <작은 아씨들>은 그간 영화, 드라마,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를 통해 여러 버전으로 관객을 찾았다. 원작의 명성이 워낙 대단한 만큼, 리메이크 될 때마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작은 아씨들>을 위해 한자리에 뭉쳤음은 물론이다. 관객에게 익숙한 배우들이 모인 역대 <작은 아씨들>들을 바탕으로, 어떤 캐릭터를 누가 연기해왔는지 <작은 아씨들> 캐릭터 연대기를 짚어봤다.


마치 가족의 장녀

마가렛 마치, 메그 역

<작은 아씨들>(1933) | 프란세스 디

<작은 아씨들>(1949) | 자넷 리

<작은 아씨들>(1994) | 트리니 알바라도

<작은 아씨들>(2017) | 윌라 피츠제럴드

<작은 아씨들>(2020) | 엠마 왓슨

(왼쪽부터) 프란세스 디, 자넷 리, 트리니 알바라도

마치 집안의 장녀 메그는 네 자매 중 가장 성숙하다. 말 한마디로 동생들의 틀어진 사이를 정돈하는 능력에선 리더십이, 가난함을 삶의 활력으로 이겨내려는 의지에선 강인함이 엿보인다. 1933년의 <작은 아씨들>에선 프란세스 디가 메그를 연기했다. 프란세스 디는 당시 코미디, 드라마, 서부극 등 어떤 장르도 소화 가능한 연기 스펙트럼을 지녔다 평 받은 배우다. 1949년 <작은 아씨들>에선 자넷 리가 메그를 연기했다. 자넷 리는 이로부터 11년 후,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사이코>의 샤워 신의 주인공이 된다. 1994년의 <작은 아씨들>의 메그는 트리니 알바라도다. <작은 아씨들> 출연 이후 그녀는 피터 잭슨 감독의 호러 영화 <프라이트너>에 출연하며 컬트 영화의 얼굴이 됐다.

(왼쪽부터) 윌라 피츠제럴드, 엠마 왓슨

2017년의 <작은 아씨들>은 BBC의 드라마다. 니콜 키드먼, 안셀 엘고트 등 톱스타들이 총출동한 <더 골드핀치>에 출연한 신예, 윌라 피츠제럴드가 메그를 연기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이 선택한 2019년의 메그는 엠마 왓슨이다. 책벌레로 소문난 엠마 왓슨이 문학계 가장 중요한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작은 아씨들> 주인공

조세핀 마치, 조 역

<작은 아씨들>(1933) | 캐서린 헵번

<작은 아씨들>(1949) | 준 앨리슨

<작은 아씨들>(1994) | 위노나 라이더

<작은 아씨들>(2017) | 마야 호크

<작은 아씨들>(2020) | 시얼샤 로넌

(왼쪽부터) 캐서린 헵번, 준 앨리슨, 위노나 라이더

마치 가족의 둘째, 조는 풍부한 상상력을 그대로 종이에 옮겨 적는 걸 즐기는 작가다. 생각을 바로 행동에 옮기는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작은 아씨들>의 주인공 조를 연기한 배우들은 줄곧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주연상 후보로 호명되곤 했다. 1933년의 <작은 아씨들>이 바이블로 손꼽힐 수 있었던 건 조를 연기한 캐서린 헵번 덕분. 조를 연기한 캐서린 헵번은 독립적인 여성의 아이콘이 됐고, 제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1949년엔 준 앨리슨이 조를 연기했고, 그다지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헤더스> <가위손>을 통해 1990년대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던 위노나 라이더 역시 조를 연기했다. 1994년 <작은 아씨들>을 배급한 컬럼비아 픽쳐스가 위노나 라이더를 캐스팅할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고. 위노나 라이더는 이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왼쪽부터) 마야 호크, 시얼샤 로넌

2017년 드라마 <작은 아씨들>에선 마야 호크가 조를 연기했다. 우마 서먼과 에단 호크의 딸이자,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시즌 3를 통해 인지도를 높인 배우다. 시얼샤 로넌은 그레타 거윅의 <작은 아씨들>에서 조를 연기한다.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시얼샤 로넌이 먼저 그레타 거윅에게 조 역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고. 시얼샤 로넌은 “<레이디 버드>를 홍보하던 중, 그레타 거윅에게 ‘<작은 아씨들> 작업 중인 걸 알고 있다. 난 내가 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현실판 조’ 같은 적극적인 행동이다. 시얼샤 로넌은 <작은 아씨들>을 통해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벌써 네 번째 노미네이트다. 25살이라는 어린 나이가 놀라울 뿐.


수줍음 많은 피아노 천재

엘리자베스 마치, 베스 역

<작은 아씨들>(1933) | 진 파커

<작은 아씨들>(1949) | 마가렛 오브라이언

<작은 아씨들>(1994) | 클레어 데인즈

<작은 아씨들>(2017) | 애너스 엘위

<작은 아씨들>(2020) | 엘리자 스캔런

(왼쪽부터) 진 파커, 마가렛 오브라이언, 클레어 데인즈

1933년의 <작은 아씨들>에선 진 파커가 베스를 연기했다. 데뷔 1년 만에 <작은 아씨들>을 만나 스타가 된 진 파커는 이후 1930, 40년대 할리우드의 다작 배우로 활동했다. 1949년 <작은 아씨들>에서 베스를 연기한 마가렛 오브라이언은 1940년대 할리우드에서 가장 바쁘게 활동하던 아역 배우였다. 그녀는 81살을 맞은 2018년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1994년의 <작은 아씨들>은 클레어 데인즈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상냥하면서도 어른스러운 베스를 제 것으로 소화해낸 그녀는 그로부터 2년 후,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으로 발탁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호흡을 맞추게 된다.

(왼쪽부터) 애너스 엘위, 엘리자 스캔런

주근깨 있는 얼굴이 매력적인 애너스 엘위는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신예 배우다. 드라마 <작은 아씨들>이 그녀의 세 번째 출연작. 들쑥날쑥한 세 자매의 감정을 뒤에서 조용히 아우르며 남다른 존재감을 전하던 베스를 만날 수 있었다. 2019년 <작은 아씨들>의 베스는 엘리자 스캔런이 연기했다. 장밋빛 뺨을 가졌다고 묘사되는 소설 속 베스와 가장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배우. 전작 드라마 <몸을 긋는 소녀>애서 섬뜩한 연기를 펼쳤던 엘리자 스캔런은 <작은 아씨들>을 통해 180도 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말괄량이 막내

에이미 커티스 마치, 에이미 역

<작은 아씨들>(1933) | 조안 베넷

<작은 아씨들>(1949) | 엘리자베스 테일러

<작은 아씨들>(1994) | 커스틴 던스트, 사만다 마티스

<작은 아씨들>(2017) | 캐서린 뉴튼

<작은 아씨들>(2020) | 플로렌스 퓨

(왼쪽부터) 조안 베넷, 엘리자베스 테일러

드센 성격으로 조와 대척점에 서 있는 말괄량이 막내, 에이미는 <작은 아씨들>의 인물 중 호불호가 가장 명확히 나뉘는 인물이다. 1916년부터 아역 배우로 활동한 조안 베넷이 1933년 <작은 아씨들>의 에이미를 연기하며 캐서린 헵번과 호흡을 맞췄다. 1949년 <작은 아씨들>엔 ‘레전설’로 남은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아역 시절이 담겼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또랑또랑하고 앙칼진 에이미를 탄생시켰다.

(왼쪽부터) 커스틴 던스트, 사만다 마티스

1994년의 <작은 아씨들>에선 두 명의 배우가 에이미를 연기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로 전 세계 평단을 깜짝 놀래킨 커스틴 던스트가 에이미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크리스티나 리치, 나탈리 포트만 등 어린 에이미 역의 쟁쟁한 후보가 많았지만, 커스틴 던스트는 다른 후보를 단번에 제압할만한 연기를 선보였다고. 과거로부터 7년 후, 성장한 에이미는 사만다 마티스가 연기했다. 그녀 역시 쟁쟁한 후보들과 경합을 벌였다. 최종 후보에 함께 올라있었던 배우는 리즈 위더스푼이었다고.

(왼쪽부터) 캐서린 뉴튼, 플로렌스 퓨

2017년 <작은 아씨들>에선 캐서린 뉴튼이 에이미를 연기했다. 최근 <벤 이즈 백> <명탐정 피카츄>를 통해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다. 할리우드의 가장 핫한 스타로 떠오른 플로렌스 퓨 역시 <작은 아씨들>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레타 거윅에 따르면, “현장에서 그녀는 매일 선물 같은 연기를 선보였다”고. 플로렌스 퓨의 에이미는 “역대 가장 사랑스럽고 입체적인 인물”이라는 평을 받았다. 플로렌스 퓨는 <작은 아씨들>을 통해 생애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낭만 빼면 시체인 하프 이탈리안

시어도어 로렌스, 로리 역

<작은 아씨들>(1933) | 더글라스 몽고메리

<작은 아씨들>(1949) | 피터 로포드

<작은 아씨들>(1994) | 크리스찬 베일

<작은 아씨들>(2017) | 조나 하우어 킹

<작은 아씨들>(2020) | 티모시 샬라메

(왼쪽부터) 더글라스 몽고메리, 피터 로포드, 크리스찬 베일

마치 가족 집의 앞에 위치한 대저택에 사는 로리는 마치 가의 자매들과 가장 긴밀하게 엮이는 남성 캐릭터다. 1933년작에선 더글라스 몽고메리가, 1949년작에선 피터 로포드가 로리를 연기하며 고전적인 느낌을 살렸다. 역대 로리를 연기한 배우들 중 레전드로 손꼽히는 배우는 크리스찬 베일. <태양의 제국> <뉴스 보이>를 통해 할리우드의 핫한 소년 스타로 떠올랐던 크리스찬 베일은 로리 역으로 조 역의 위노나 라이더와 호흡을 맞추며 로맨시스트로서의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는 데 성공했다.

(왼쪽부터) 조나 하우어 킹, 티모시 샬라메

2017년의 <작은 아씨들>에선 조나 하우어 킹이 로리를 연기하며 마야 호크와 호흡을 맞췄다. 그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디즈니의 대형 작품에 캐스팅됐기 때문. 할리 베일리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디즈니의 <인어공주>에서 그는 또 다른 주역, 에릭 왕자를 연기할 예정이다. 그레타 거윅이 <작은 아씨들>을 머릿속에 구상할 때부터 티모시 샬라메는 캐스팅 1순위에 있던 배우였다. 그레타 거윅은 <레이디 버드>에 이어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시얼샤 로넌과 티모시 샬라메를 언급하며 “그들의 호흡은 마법 같다”는 말로 그들의 케미스트리에 찬사를 보낸 바 있다. 티모시 샬라메는 로리의 낭만적이면서도 멜랑꼴리한 매력을 다채롭게 살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