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1978).

‘할로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로는 1978년에 개봉된 존 카펜터 감독의 <할로윈>이 아닐까 합니다. 연쇄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와 이 살인마로부터 도망쳐야 하는 로리 스트로드(제이미 리 커티스)의 이야기를 그린 공포영화이지요. 이 영화는 30만 달러라는 초저예산으로 제작비의 150배가 넘는 엄청난 수익(4700만 달러)을 올림으로써 흥행신화를 만들었고 그해 개봉 영화 중 박스오피스 순위 8위에 오르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이 영화로 인해 ‘슬래셔 무비’라는 장르가 완성되어 공포영화 마니아라면 반드시 봐야 할 영화 목록에 포함되게 됩니다. (로튼토마토 차트 ‘꼭 봐야 하는 공포영화’ 18위)

이 영화가 가진 의미로는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당시 할로윈 데이를 노렸고 그것이 적중한 케이스로써 북미 흥행판에 새롭게 할로윈 특수를 만들기도 하였죠. 이 영화를 시작으로 공포영화들이 대거 출정을 하게 됩니다.

북미서는 어마어마한 히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국내서는 개봉되지 못하였습니다. 당시 국내 흥행판은 할로원이 뭔지 모르던 시절이기도 하였거니와 개봉 극장도 그리 많지가 않았지요. 개봉극장이라고 해봤자 서울을 기준으로 달랑 아홉 군데가 전부였고 또한 다들 단관들이라 극장별로 보면 일 년 최대 개봉 편수가 약 10편 내외, 전부해봤자 일 년에 90편 정도가 개봉 할 수 있는 최대치였으니 말입니다.

이 영화는 결국 개봉 후 8년이나 지난 1986년, 삼영프로덕션에서 비디오로 출시가 됨으로써 국내 관객과 만나게 되죠. 추가로 하나 더 말씀드리면 당시 공포영화는 일 년에 한 편 정도 개봉되었는데 1978년에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캐리>가 개봉되었었습니다. 그런데 이 <캐리>가 당시 꽤나 흥행을 했습니다.

북미서는 여전히 할로윈 특수를 노리고 공포영화들이 개봉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팬데믹 상황이라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지만, 작년에는 <카운트다운>이, 2018년에는 앞서 이야기한 <할로윈>의 속편인 <할로윈>이 개봉되어 큰 히트를 했으며. 2017년에는 <직쏘>가, 2016년에는 <위자 : 저주의 시작>이 그리고 2015년에는 <파라노말 액티비티: 더 고스트 디멘션>이 개봉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할로윈 영화들이 국내에서는 개봉일을 가지고 여전히 고민에 빠져있다는 것입니다. 북미와 동시개봉이 일반화되면서 할로윈에 공포영화가 개봉되기 시작한 게 2012년 <파라노말 액티비티 4>(10월 25일 개봉) 부터인데, 이 영화의 국내 성적은 겨우 5만 명에 그치고 맙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2014년 <위자>때는 한 해를 그냥 묵혀 다음해인 2015년 4월에 개봉시킵니다. 2015년 <파라노말 액티비티: 더 고스트 디멘션>도 마찬가지로 다음해 4월에 개봉시키게 되는데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10만 명을 넘기지 못하고 맙니다. 다시 개봉을 가지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 2016년 <위자: 저주의 시작>때는 같은 해 11월로 개봉을 시도해 보는데 이 영화가 역대 할로윈 영화로는 최고인 30만 명을 넘기게 됩니다. 희망이 살짝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2017년 <직쏘>도 같은 방식으로 11월 개봉을 택했지만 이 영화가 10만 명을 넘기지 못하는 바람에 다시 원점이 되고 말지요. 그러다 2018년 <할로윈>이 북미서 대박이 나면서 절호의 찬스가 왔다고 판단, 할로윈 데이인 10월 31일로 정면 승부를 걸게 됩니다. 하지만 이 역시 마의 10만 명 선을 넘기지 못하고 맙니다.(북미서는 1억 6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려 2018년 개봉 영화 중 2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작년에 개봉된 <카운트다운>때는 새롭게 지금껏 시도해 보지 않았던 12월을 택해 개봉을 시켜봅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도 10만 명을 넘기지 못하고 말지요. 이렇듯 할로윈을 노린 영화들이 국내서는 제대로 힘 한번 못 쓰고 10만 명 선에서 간당간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마도 10월 말이라는 날짜가 우리에게 있어서는 가을 비수기를 타는 시기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고 다른 날을 택한들 점점 입소문은 빨라지고 있고, 잘못하면 개봉도 하기 전에 불법영상이 나돌 수도 있어 이마저도 녹록치가 않은 상황입니다.

할로윈 영화들은 아직은 단지 북미시장에만 맞춘 특수영화로만 간주할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국내 공포영화 시장은 공포영화가 가진 그 싸늘함과 으스스함 때문에 전통적으로 흥행을 이어온 여름시장만이 그나마 유일한 시즌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 《영화 배급과 흥행》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