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상쾌해질 만큼 시원시원하게 부수는 영화 <고질라 VS. 콩>이 인기를 얻고 있다. 전작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가 다소 늘어지는 전개와 <기생충>과 개봉 시기가 맞물려 흥행에 실패했는데, 이번 작품은 시작부터 1위를 차지하면서 극장가에 새로운 강자로 자리 잡고 있다. <고질라>부터 시작된 '몬스터버스'의 완결편 <고질라 VS. 콩>에 오기까지, 주인공 고질라와 콩은 어떤 기술을 빌려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얼굴 대신 몸짓으로 말한 '몬스터버스'의 숨은 주역들을 만나보자.
<고질라>
T.J. 스톰 (feat. 앤디 서키스)
CG에 전적으로 의지한 <고질라>(1998)를 제외하면 일본 원작에서의 슈트를 입은 배우(슈트 액터)가 직접 연기하는 특수촬영물 방식으로 고질라를 표현했다. '몬스터버스'를 런칭한 2014년 작 <고질라>는 기술 발전에 힘입어 좀 더 세밀하고 생기있게 표현을 위해 모션 캡처 기술을 도입했다. 이 작품에서 고질라를 연기한 건 T.J. 스톰이란 퍼포먼스 액터(모션·퍼포먼스 캡처 연기를 하는 배우). 그의 말에 따르면 이렇다. 스톰은 가렛 에드워즈 감독에게 연락을 받았다. 퍼포먼스 액터들을 소개해달라는 말에 연락처를 줬는데 몇 주 후, 가렛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스튜디오에 와달라는 것이다. 스톰은 액터들의 코치를 시키는 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에드워즈가 그를 보더니 “저 두 사람은 무토야, 넌 고질라고”라며 배역을 줬다고. 스톰은 <고지라 대 헤도라>(Godzilla vs. The Smog Monster)로 고지라를 처음 만난 시절, 아버지에게 “넌 고질라가 될 거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 말이 마치 예언처럼 T.J. 스톰을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고질라> 현장엔 숨은 공로자가 또 있다. 바로 퍼포먼스 캡처의 거장 앤디 서키스. 골룸(<반지의 제왕>), 킹콩(<킹콩>), 시저(<혹성탈출> 시리즈) 등으로 활약한 앤디 서키스는 <고질라> 제작진의 요청으로 고질라의 움직임이나 표정 등 여러 방면으로 조언을 해주었다. 항간에는 그가 일부 장면을 연기했다고도 하는데, 서키스 본인이 인터뷰에서 밝히길 연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콩: 스컬 아일랜드>
토비 캡벨 & 테리 노터리
고질라 다음으로 타석에 선 콩은 2005년 앤디 서키스가 <킹콩>에서 퍼포먼스 캡처로 아주 감성적인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의 콩은 그와는 별개의 캐릭터이거니와 보다 야성적이고 미숙한 존재로 그려져야 했다. 고질라에 비하면 영화 전반에 분량도 많고, 액션 방식도 다양하기 때문에 토비 캠벨과 테리 노터리가 함께 콩을 연기했다. 두 배우 모두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에서 각각 코바와 로켓이란 유인원 캐릭터를 연기한 경험이 있어서 콩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토비 캠벨이 배우로서의 인지도가 있고 다른 배역도 맡아서인지 그가 콩을 연기하는 모습이 공개됐지만, 토비는 자신은 며칠밖에 하지 않았다며 테리 노터리야말로 콩이라고 설명했다. 아래 영상은 테리 노터리가 유인원을 연기하는 장면.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T.J. 스톰 + 리차드 도턴, 제이슨 라일스, 알란 맥손
고질라의 복귀작이자 '몬스터버스' 세 번째 작품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는 해당 유니버스의 장점과 단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고질라를 포함해 라돈, 모스라, 킹 기도라 등 기존 토호사의 '고지라 시리즈' 괴수 등이 총출동한 역대급 올스타전을 보여줬으나 스토리 진행을 위한 인간 파트가 빈약해서 비판을 받았다.인간이 미안해ㅠㅠ 등장 괴수 중 고질라와 킹 기도라가 퍼포먼스 캡처를 거쳐 표현됐다. 고질라는 이번 작품에서도 T.J. 스톰이 이어받았고, 킹 기도라는 몸은 하나지만 세 개의 머리가 각각의 자아를 가진다는 설정에 따라 리차드 도턴, 제이슨 라일스, 알란 맥손이 머리 하나씩 맡아 연기했다. 게임계에서 활동한 리차드 도턴, <렘페이지>에서 조지를 연기한 제이슨 라일스, 호러와 단편 영화에서 경력을 쌓은 알란 맥손. 세 사람의 연기 덕분에 킹 기도라는 캐릭터성을 확실히 획득해 다양한 밈을 양산하는 주인공이 됐다.
<고질라 VS. 콩>
???
유니버스의 막장인 이번 작품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이전처럼 고질라 전문 액터 T.J. 스톰과 콩을 연기한 테리 노터리가 다시 합류했을까? 퍼포먼스 캡처를 활용한 전작들과 달리 <고질라 VS. 콩>은 해당 방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IMDb에 따르면 크레딧에 퍼포먼스 액터들의 이름이 오르지 않았다. 모션 캡처 스태프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아예 하지 않은 건 아닌 듯한데, 현재까지 퍼포먼스 캡처 관련 보도가 없는 것을 보면 전작들에 비해 퍼포먼스 캡처량이 확실히 줄어든 모양. 개봉한 지 일주일 남짓 됐으니 차후에 정보가 공개될지 지켜보면 될 듯.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