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의 줄거리는 소설가를 꿈꾸던 남자 주인공 경유(이진욱)가 여자친구 현지(류현경)의 집에 얹혀살면서 글쓰기는 그만두고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을 하다가 헤어진 여자친구 유정(고현정)을 만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경유가 겪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1. 대리운전 진상손님의 유형별 대처

경유는 소설가를 꿈꾸었지만 현재는 글 쓰는 것을 포기하고 여자친구 현지의 집에 얹혀살면서 아르바이트로 대리운전을 하면서 진상손님을 유형별로 만나게 됩니다.

첫 번째 진상손님은 술에 만취한 회사원 남자 두 명입니다. 그중 한 명이 경유한테 왜 늦게 왔냐면서 시비를 걸고 경유가 죄송하다고 하자 이번에는 태도를 가지고 시비를 걸었고, 참다못해 경유가 다른 대리기사를 부르라고 하니까 또 기다려야 한다면서 화를 내고 급기야 경유의 어깨를 툭툭 치는 등의 행패를 부리는 손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대리운전 노무를 제공하지 않고 손님의 행패가 사회 통념상 수인한도를 넘는다면 모욕죄와 폭행죄의 형사고소를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니가 이러니까 대리운전 밖에 못하는 거야, 대리운전이나 하는 주제에’ 같은 취지나 심한 욕을 하는 경우에는 모욕과 명예훼손이 될 여지가 있습니다. 물론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공연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행인들이 있고 그 발언들을 녹음해서 증거를 갖추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손님의 손찌검은 폭행이 될 수 있습니다.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를 의미하는데, 예를 들어 뺨을 때리거나 침을 뱉는 경우, 옷이나 신체 부위를 잡아당기거나 밀치거나 누른 경우가 폭행에 해당하고, 판례가 폭행으로 인정한 사례를 보면 사람의 신체에 근접하여 고성으로 폭언이나 욕설을 하는 행위도 경우에 따라서는 폭행죄가 됩니다. 현실적으로는 만취한 승객의 행패를 그 즉시 녹화하거나 녹음해서 형사고소를 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이론상으로는 가능합니다.

영화에서 경유가 만난 여자 손님 한 명은 목적지에 도착한 후 갑자기 자동차 보닛에 기스가 났다면서 경유에게 책임지라고 화를 내는데, 경유가 자신이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대리비를 달라고 하자 여자 손님은 갑자기 경유에게 ‘일을 이따위로 하니까 니가 이렇게 사는 거야’라는 취지의 모욕적인 발언을 하고, 이에 화가 난 경유가 여자 손님의 팔을 잡고 따져 묻자, 여자 손님은 경유의 뺨을 때리면서 욕을 하고 대리비도 주지 않고 가버립니다. 이 경우에는 자동차의 블랙박스를 확인하여 경유가 자동차에 기스를 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고, 오히려 손님이 대리비를 지급하지 않으려고 경유한테 억지를 썼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손님은 경유한테 모욕적인 발언을 했고 경유가 따져 묻자 도리어 경유의 뺨을 때렸으므로 모욕과 폭행으로 고소할 수 있다고 보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항상 문제되는 것은 증거를 얼마나 잘 갖췄는지입니다.

경유의 손님 중에 목적지인 집에 도착한 후 지갑을 꺼내더니 갑자기 카드로 지급하면 안 되겠냐고 묻는 나이가 꽤 많은 남자 손님이 있었습니다. 경유가 카드로 결제가 안 된다고 하자 손님은 현금이 없다면서 어떡하냐고 오히려 반문을 하고, 경유가 집 앞에서 기다릴 테니 현금을 가지고 오시라고 하자 손님은 알겠다면서 웃고 들어가더니 결국 집에서 나오지 않고 대리비 요금을 지급하지 않은 손님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대리비 요금이 카드로 결제되는 시스템이 아닌 한 손님은 처음에 대리기사를 부를 당시부터 현금지급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현금이 없는 상황에서 대리운전 노무를 받았고, 노무를 모두 제공받은 후에 현금이 없다면서 대리비를 주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으며 결국 대리비 요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손님은 처음부터 변제(대리비 결제)의사가 없었다고 보아 사기죄 고소를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현행법상 대리운전 요금을 지급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 형사적으로 문제 삼기는 쉽지 않습니다. 영업용 차가 아니라서 요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경범죄 처벌법상 무임승차로 보지 않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고, 대리비를 지급할 생각 없이 대리기사를 불렀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사기죄로 처벌하는 것도 아주 어렵습니다. 경찰은 대리비 요금 미지급을 민사상 채무불이행 법률관계로 보기 때문에 이에 대해 형사상 처벌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므로, 대리운전 진상손님에 대해서는 유형에 따라서 대처를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증거를 얼마나 확보했느냐입니다.


2. 소설 표절과 업무방해

유정은 소설 공모전에서 입상하여 소설가로 등단을 했습니다. 그러나 몇 년 후 유정이 공모전에서 입상한 소설이 표절 의혹에 휩싸이게 되는데요. 소설이나 논문을 표절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됩니다. 업무방해죄는 허위사실 유포, 위계,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면 성립하는 범죄인데, 표절에 대해서 소설이나 논문 심사 업무를 위계로써 방해했다고 보고,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글 | 고봉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