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영되는 외국영화들의 영화명에 있어 원제목(이하 ‘원제’) 그대로 가져오기도 하지만 번역을 통해 재탄생되기도 합니다. 최근에 개봉된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2001년 1편 개봉 당시 원제 <The Fast And The Furious>를 <분노의 질주>로 번역해서 개봉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명이 당시 흥행에 도움이 안 되었던지 2편은 <패스트 & 퓨리어스 2>(원제 <2 Fast 2 Furious>)로 이어진 3편 역시 <패스트 & 퓨리어스 - 도쿄 드리프트>(원제 <The Fast And The Furious: Tokyo Drift>)로 개봉합니다만 이 역시도 안 되겠던지 4편을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원제 <Fast & Furious>)로 개봉하면서 ‘분노의 질주’를 부활시킵니다. 이렇게 오락가락하던 중에 원제에도 없는 부제목(이하 ‘부제’)이 국내 영화명에 붙기 시작합니다. 4편 부제 ‘더 오리지널’을 시작으로 ‘언리미티드’ ‘더 맥시멈’ ‘더 세븐’ ‘더 익스트림’ 그리고 이번에 개봉된 ‘더 얼티메이트‘ 까지 강하다는 단어들이 죄다 총동원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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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상영된 외국영화들의 영화명을 살펴보면, 80년대 전까지만 해도 쉬운 영어나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외래어 억제 정책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영화들이 번역된 영화명을 사용하였습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초원의 빛> <전쟁과 평화> <지상에서 영원으로> <아가씨와 건달들> <이유없는 반항> <돌아오지 않는 강> <분노의 포도> <역마차> <로마의 휴일> <대탈주> <사랑은 비를 타고> <밤의 열기 속으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대부> 등과 같이 직역형태를 띠는 영화명도 있었고, 존 포드 감독의 <황야의 결투> (원제 <My Darling Clementine>)나 워렌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 주연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원제 <Bonnie And Clyde>) 든지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내일을 향해 쏴라>(원제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같이 원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새로운 영화명으로 탈바꿈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이 영화명 대부분이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일본 개봉 시 사용한 영화명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는 것입니다. 당시만 해도 흥행에 있어서 우리보다 선진국이었던 일본에 많이 기댔던 것은 사실이기에 어쩔 수 없었겠구나 싶습니다.
1980년대 국내에 할리우드 직배사가 들어오면서 사정은 많이 달라집니다. 물론 국내 할리우드직배사들에 있어 첫 영화인 <사랑과 영혼>(원제 <Ghost>)처럼 원제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영화명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이후 많은 영화들이 원제를 그대로 가져와 영화명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영어에 익숙해진 만큼 의미전달에도 크게 지장이 없었습니다. 1954년 개봉된 주디 갈랜드의 <스타탄생>의 경우 1976년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스타탄생>까지만 해도 번역된 영화명을 사용하다 2018년 레이디 가가 때엔 <스타 이즈 본>으로 원제 그대로 개봉합니다. 물론 그런 중에도 <반지의 제왕>이라든지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하늘을 걷는 남자> <나쁜 녀석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모범시민> <나를 찾아줘> <박물관이 살아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신비한 동물사전> <그것> 같이 번역된 영화명으로 개봉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원제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나의 그리스식 웨딩>(원제 <My Big Fat Greek Wedding>)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원제 <Miss Peregrine's Home For Peculiar Children>) 같이 긴 영어제목은 아무래도 친절하게 번역해주는 것이 흥행에 유리했을 것입니다. <비틀스: 에잇 데이즈 어 위크 - 투어링 이어즈> 처럼 긴 원제 그대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말이죠.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 <겨울왕국>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드래곤 길들이기> <미녀와 야수>처럼 번역한 것도 있고 <슈퍼배드>(원제 <Despicable Me>)나 <마이펫의 이중생활>(원제 <The Secret Life of Pets>)처럼 번역하기 곤란해서 새로운 영화명으로 바뀐 경우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아이들을 상대하기에는 원제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보다 번역된 영화명이 흥행에 유리할 것입니다.
또한 부제만 한국어로 번역하여 친절을 베풀어 준 영화도 있습니다. <해리포터> <캐리비안의 해적> <혹성탈출> <호빗> <쥬만지>시리즈의 부제뿐만 아니라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위자 : 저주의 시작> 같은 경우라 하겠습니다.
원제와는 전혀 다른 영화명으로 개봉한 영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라스트 미션>(원제 <The Mule>), 조이 도이치 주연의 <7번째 내가 죽던 날>(원제 <Before I Fall>),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백악관 최후의 날>(원제 <Olympus Has Fallen>) 그리고 우디 알렌 감독의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원제 <Vicky Cristina Barcelona>)등이 있으며 기업명이나 브랜드명으로 인해 국내 개봉 시 영화명이 수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롤드와 쿠마>의 원제는 <Harold & Kumar Go To White Castle>로 ‘White Castle’은 햄버거로 유명한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이며, <할리와 말보로 맨>의 원제는 <Harley Davidson And The Marlboro Man>으로 Harley Davidson는 유명한 오토바이 상품명입니다. 비단 할리우드 영화만이 아니라 비영어권 영화들은 아무래도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만큼 거의 대부분이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화명은 관객을 유인하는 간판 역할을 하고 있어 관객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끌어내기 위해 최대한 함축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장르와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포장되어 지는데, 이는 당장에 흥행과 직결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시간이 지난 후에도 환기가 가능해야 하기에 평범한 것보다는 흥미로운 것이, 어려운 것보다는 쉬운 것이 관객들에게 접근하기도 용이하고 영화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영화 같은 경우 흥행을 위해서 제목은 3글자를 넘지 말라고 하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화명은 그만큼 흥행에 민감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글 |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 《영화 배급과 흥행》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