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개봉 중인 두 영화 <강호아녀>와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공통점. 배우-감독 부부가 힘을 합친 작품이다. <강호아녀>의 자오 타오와 지아장커, <콰이어트 플레이스 2>의 에밀리 블런트와 존 크래신스키와 더불어, 배우-감독 부부의 활약상을 모았다.


자오 타오

지아장커

<천주정> (2013)

<산하고인> (2015)

<강호아녀> (2018)

...

<천주정>

자오 타오와 지아장커의 인연은 2000년 작 <플랫폼>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아장커는 두 번째 영화 <플랫폼>에 무용 강사 출신의 자오 타오를 캐스팅 한 이래 <세계>(2004), <스틸 라이프>(2006) 등 자오 타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을 통해 동시대 최고의 중국 감독이 됐다. <스틸 라이프>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2006년 지아장커가 전 부인과 이혼하고 6년 뒤 자오 타오와 지아장커는 부부가 됐다. 절묘하게도 결혼 이후 발표한 <천주정>부터 지아 장커는 중국 인민의 삶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리는 터치에서 거듭나 새로운 영화 세계를 열어젖혔다.

<산하고인>


에밀리 블런트

존 크래신스키

<콰이어트 플레이스> (2018)

<콰이어트 플레이스 2> (2020)

<콰이어트 플레이스>

존 크래신스키가 첫 연출작 <추악한 남자들과의 짧은 인터뷰>(2009)를 발표한 이듬해, 에밀리 블런트와 존 크래신스키는 조지 클루니가 살았던 이탈리아 코모의 집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다만 두 사람의 협업은 크래신스키가 감독을 맡은 세 번째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가 처음이다. 본래 블런트는 에블린 역에 동료 배우들을 추천하려고 했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 마음에 든 나머지 자신을 캐스팅 해달라고 청하면서 성사됐다. 실제로 두 아이를 슬하에 둔 블런트 개인의 역량과 더불어 누구보다 아내이자 어머니로서 블런트의 면모를 가장 잘 아는 크래신스키의 디렉션이 에블린의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2>


밀라 요보비치

폴 W.S. 앤더슨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2002~2016)

<삼총사> (2011)

<몬스터 헌터> (2020)

밀라 요보비치는 <제5원소>(1997)와 <잔다르크>(1999)를 함께한 뤽 베송과 이혼한 뒤, <레지던트 이블>(2002)의 폴 W.S.앤더슨과 만남과 이별을 거듭한 끝에 2009년 부부가 됐다. <레지던트 이블> 1편 이후 한동안 시리즈의 각본/프로듀서만 맡았던 앤더슨은 결혼 이후 다시 4편 <레지던트 이블 4: 끝나지 않은 전쟁>(2010)부터 감독으로 복귀해 밀라 요보비치의 앨리스를 21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히어로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요보비치-앤더슨 부부의 콜라보는 액션 영화 <삼총사>와 <몬스터 헌터>로 이어졌다.

<삼총사>


케이트 베킨세일

렌 와이즈먼

<언더월드> (2003)

<언더월드: 에볼루션> (2006)

<토탈 리콜> (2012)

요보비치-앤더슨 커플처럼 여성 히어로 영화를 통해 맺어진 또 다른 커플, 케이트 베킨세과 렌 와이즈먼이다. <언더월드>에 캐스팅 된 베킨세일은 당시 연인이었던 마이클 쉰을 캐스팅 해달라고 청했는데, 결국 <언더월드> 촬영 중에 감독인 와이즈먼과 사랑에 빠지고 2004년 결혼했다. 속편 <언더월드: 에볼루션>까지 감독을 맡았던 와이즈먼은 이후 시리즈에서 프로듀서만 맡았고, 그 사이 베킨세일과 함께 콜린 파렐과 제시카 벨 등을 기용한 <토탈 리콜>을 연출했다. 베킨세일-와이즈먼 부부는 2015년 별거에 들어가 4년 만에 이혼 도장을 찍었다.


엠마 톰슨

케네스 브래너

<헨리 5세> (1989)

<환생> (1991)

<헛소동> (1993)

...

엠마 톰슨과 케네스 브래너는 주연을 맡은 BBC 드라마 <포츈 오브 워>(1987) 촬영 중에 연애를 시작해 1989년 결혼했다. 브래너는 처음 연출을 맡은 영화 <헨리 5세>에서 직접 헨리 5세를 연기하고, 그의 아내가 되는 프랑스 왕의 딸 카트린 역에 톰슨을 캐스팅 했다. 브래너가 연출/주연을 맡은, 전생을 콘셉트로 한 스릴러 <환생>과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각색한 <헛소동>에서도 톰슨이 출연했다. 당시 영국에서 '골든 커플'로 불리던 톰슨-브래너 부부는, 브래너가 (톰슨이 참여하지 않은) <프랑켄슈타인>에서 만난 헬레나 본햄 카터와 외도를 하면서 갈라서게 됐다.


프랜시스 맥도맨드

조엘 코엔

<블러드 심플> (1984)

<파고> (1996)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2001)

<헤일 시저> (2016)

...

<블러드 심플>

명배우/명감독 프랜시스 맥도맨드와 조엘 코엔은 첫 영화부터 함께 해왔다. 데뷔작 <블러드 심플> 오디션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영화가 개봉한 1984년 결혼했다. 이 기사에서 소개하는 부부 중 배우가 대부분 주연으로만 출연한 것과 달리, 코엔의 영화 속 맥도맨드는 주연 조연 단역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역할로 참여해왔다. 맥도맨드에게 첫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안긴 <파고>의 마지, 흑백영화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의 도리스, 우악스러운 블랙코미디 <번 애프터 리딩>의 린다 등이 보여준 스펙트럼은 맥도맨드-코엔 부부의 걸출한 재능이 있기에 가능했다. 촬영을 마치고 애플TV를 통해 공개될 코엔의 신작 <맥베스의 비극>에선 맥도맨드가 덴젤 워싱턴과 함께 맥베스 부부를 연기했다.

<파고>


베레니스 베조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OSS 117 : 카이로 - 스파이의 둥지> (2006)

<아티스트> (2012)

<더 서치> (2014)

<네 멋대로 해라: 장 뤽 고다르> (2017)

<OSS 117: 카이로 - 스파이의 둥지>

베레니스 베조와 미셸 하자나비우스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감독 부부다. TV드라마로 경력을 쌓은 하자나비우스의 첫 장편영화 <OOS 117: 카이로 - 스파이의 둥지>를 작업하며 사랑에 빠져 곧 결혼했고, 장 뒤자르댕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아티스트>로 베조의 활동 반경은 확 넓어졌지만, 하자나비우스의 거의 모든 영화에 참여하면서 탄탄한 협업 시스템을 이어오고 있다. 일본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2017)를 하자나비우스가 리메이크 하는 신작 <Z> 역시 베조가 캐스팅 돼 촬영 중이다.

<아티스트>


케이트 윈슬렛

샘 멘데스

<레볼루셔너리 로드> (2009)

<레볼루셔너리 로드>

케이트 윈슬렛과 샘 멘데스를 이어준 건 영화가 아닌 연극이었다. 영화감독 이전에 연극 연출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멘데스는 영화 데뷔작 <아메리칸 뷰티>(1999)로 대성공을 거둔 후 준비하던 계획하던 연극에 윈슬렛을 캐스팅 하기 위해 그를 처음 만났고, 캐스팅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그들은 2003년 부부가 되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활약했지만, 협업은 <레볼루셔너리 로드>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성사됐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로맨스 영화 <타이타닉>(1997)의 두 배우 케이트 윈슬렛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부부로 나와 완전히 망가져가는 부부의 표상을 보여줘 이목이 집중됐다. 멘데스와 레베카 홀의 내연 관계가 알려지면서 멘데스와 윈슬렛은 별거하고 이듬해 이혼했다.


애런 존슨

샘 테일러 우드

<존 레논 비긴즈 - 노웨어 보이> (2010)

<밀리언 리틀 피시즈> (2018)

<존 레논 비긴즈 - 노웨어 보이>

남성 배우와 여성 감독 부부는 없느냐고? 딱 하나 있다. 애런 존슨과 샘 테일러 우드다. 비틀즈 데뷔 이전 존 레논의 10대 시절을 그린 <존 레논 비긴즈 - 노웨어 보이>를 촬영하면서 레논 역의 애런 존슨과 감독 샘 테일러 우드는 연애를 시작했다. 당시 18세의 존슨과 42세의 테일러 우드의 나이차가 크게 화제가 됐고, 영화가 개봉하고 2년 뒤 각자의 성을 딴 '테일러 존슨'이라는 성을 가진 부부로 거듭났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2015)를 잇는 연출한 샘 테일러 존슨의 연출작 <밀리언 리틀 피시즈>는 부부가 함께 시나리오를 썼고, 애런 테일러 존슨이 주연을 맡았다.

<밀리언 리틀 피시즈>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