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영화의 축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개막했다. 개봉 전부터 떠들썩한 입소문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랑종>을 포함해 각국의 피비린내 나는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 높은 예매율로 인해 극장 상영의 기회를 놓친 이들일지라도 아쉬워 말자.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작품들을 국내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즐길 수 있다. 작품 선택을 두고 고민할 관객을 위해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아 평론가들의 인정을 받은 수위 높은 걸작 5편을 골라봤다. 아래 소개할 영화들은 모두 웨이브에서 관람 가능하다.

BIFAN X 웨이브 온라인 상영 이용 안내

- 상영 기간 : 7월 9일(금) 10:00 ~ 7월 18일(일) 23:59

- 가격 : 장편 5,000원 / 단편 1,000원

ㄴ 관람료 결제 후 24시간 내에만 관람 가능

- 구입 방법 : 웨이브(wavve) 회원가입 및 로그인 후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APP(애플리케이션)


사악한 쾌락 Vicious Fun,2020

1983년. 호러 잡지에서 신랄한 평론가로 활동 중인 조엘은 룸메이트를 짝사랑하고 있다. 어느 날 룸메이트의 데이트를 목격한 조엘은 그 자리를 망치고자 그들의 만남을 따라나서는데, 어디서나 술이 문제. 둘 사이를 갈라놓지 못한 조엘은 과음하다 정신을 잃고, 폐쇄된 술집에서 눈을 뜬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연쇄살인범들의 모임. 설상가상, 이들 중 한 명은 룸메이트의 데이트 상대였던 밥이다. 이들의 다음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 이 살인자 집단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죽일 것인가, 죽을 것인가. 조엘은 뜻하지 않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사악한 쾌락>

살인범들의 ‘사악한 쾌락’을 피해 목숨을 건지려면, 제 내면의 킬러 본능을 꺼내 이들을 물리쳐야만 한다. 호러 영화 평론가 조엘은 지난날 분석해왔던 호러 영화 속 주인공들을 떠올리며 위기를 모면해나간다. <사악한 쾌락>은 1980, 1990년대 호러 영화들을 즐겨봤던 이들이라면 더욱 반가워할 만한 영화다. 예고편만 봐도 연쇄살인범 캐릭터들의 특성을 호러 장르의 아이콘들로부터 빌려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재치 있는 호러 전작들을 통해 제 재능을 선보여왔던 코디 칼라한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코믹과 호러의 경계를 능수능란하게 오가며 미친 속도감이 돋보이는 전개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브뤼셀판타스틱영화제의 대상인 황금까마귀상, 관객상 수상작.


앱스 Apps, 2021

2021년, 와이파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쉽게 유행하는 앱을 다운로드하고, 그 결과물을 서로에게 공유하며 즐거워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 스마트폰 등 첨단 기기는 이제 우리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우리의 삶에 깊숙이 연관되어 있는 만큼, 우리의 삶을 단번에 무너뜨릴만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지닌 존재이기도 한데. 하루가 멀다고 끔찍한 사이버 범죄 소식이 보도되는 현시대에 더 와닿을 영화. <앱스>는 앱을 소재로 만든 단편 영화들을 모아 만든 옴니버스 영화다.

<앱스>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는 SNS상의 불법 동영상 촬영과 유포, 보안 앱을 통한 사생활 침해와 감시, 데이팅 앱을 떠돌며 애정을 갈구하는 익명의 존재들과 각종 범죄의 행태까지. 각각의 에피소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스마트폰 앱을 매개로 현대 사회가 품은 불안과 그 폭발을 보여준다. 두 번째 연출작으로 칠레 영화 흥행 수익 2위를 기록한 호셀 미겔 수니 감독을 비롯해 칠레의 젊은 감독 5인의 재능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 프로그래머들이 발견한 올해의 수작으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여보, 미안해 Sweetie, You Won't Believe It, 2020

아이의 출산을 앞둔 다스탄 부부는 매일 사소한 일로 다투기 바쁘다. 아내의 잔소리에 탈진한 다스탄은 딱 하루, 친구들과의 일탈을 계획한다. 망해가는 사업가와 현지 경찰관, 그리고 다스탄. 봉고차에 탄 세 친구는 들뜬 마음을 안고 낚시터로 향한다. 하지만 주유소에서 마주한 기괴한 마을 사람들부터 무지막지한 갱단, 살인자와 변태까지, 여행길에 만난 온갖 이들이 다스탄과 친구들의 휴가를 예측불허 지옥으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다스탄은 무사히 집에 돌아와 자신의 첫아이를 안아볼 수 있을까?

<여보, 미안해>

You Won't Believe It(당신은 믿지 못할 거야). 영제의 뜻처럼 세 친구의 앞엔 믿을 수 없는 수위의 최악의 일들만 펼쳐진다. 불행의 강도가 더해질수록, 다스탄은 그토록 갑갑해 했던 집으로 돌아가길 꿈꾼다. 세 남자의 모험에 호러를 얹고, 그를 코미디로 포장한 데 이어 서부극의 영역까지 진입한 거침없는 장르 혼합이 눈에 띄는 작품. 84분의 깔끔한 러닝타임도 영화의 미덕 중 하나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월드판타스틱레드 섹션에 초청됐고, 이 섹션에 발을 디딘 첫 번째 카자흐스탄 영화다. 제51회 인도국제영화제, 제36회 바르사뱌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해외 평단의 인정을 받았다.


죽음의 소리 Sound of Death, 2021

청각장애자였던 알렉시스는 열 살에 가족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며 청력을 회복한다. 본능을 뒤흔드는 경험으로 알렉시스의 공감각 능력이 깨어난 것. 그녀는 자극적이고 끔찍한 폭력의 소리를 음악으로 옮기며 위안을 얻는다. 18년 뒤, 실험적인 음악가이자 DJ, 학교의 음악 선생님으로 성장한 알렉시스는 또다시 청각을 잃을 수 있다는 청천벽력의 소식을 마주한다. 음악을 포기할 수 없는 그는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칼을 든 채 타인의 고통의 소리를 직접 만들어내기로 마음먹는다. 예민한 촉을 지닌 형사 푸엔테스가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죽음의 소리>

인간이 겪는 고통의 소리를 듣는 순간, 알렉시스의 주변엔 화려한 컬러의 빛이 감돈다. 그가 음악적 영감을 얻는 순간이다. 관객의 공감각까지 자극하는 괴기하고 독특한 시각적 시퀀스를 통해 이미 여러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얻은 작품. 연출을 맡은 알렉스 노이어 감독이 2018년 공개한 첫 단편 <컨덕터>를 장편화한 영화로, 청각과 영혼을 맞바꾼 광적인 인물을 주인공으로 앞세운 감독의 과감함이 돋보인다. 명곡을 남기려는 알렉시스는 폭력의 강도를 점점 높여간다. 설득될 수 없는 캐릭터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연기를 펼친 배우 자스민 사보이 브라운의 카리스마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을 것. 기이하고 섬뜩하고 정교한 핏빛 장면들이 인상 깊은 미드나잇 무비다.


바르셀로나의 뱀파이어 The Barcelona Vampiress, 2020

확연한 상하 계급으로 나뉘었던 1912년의 바르셀로나. 부유한 가문의 어린 딸 테레사가 실종되며 모든 언론이 집중하고 도시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한다. 경찰은 ‘라발의 뱀파이어’라 불리는 엔리케타 마르티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베테랑 기자 세바스티아는 취재를 위해 매춘굴에 잠입하고 엔리케타를 마주한다. 세바스티아는 엔리케타를 인터뷰하며 최상위층의 은밀하고 사악한 비밀이 도시에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는 진상을 밝혀 이 범죄의 진범을 대중에게 공개할 수 있을까?

<바르셀로나의 뱀파이어>

카메라는 세바스티아의 취재기를 좇는다. 누구의 말이 진실이고 거짓일지 모르는 상황. 관객은 그가 마주하는 모든 이를 의심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피어나는 미스터리함이 몰입도를 높인다. 무엇보다 시네필이라면 열광할 수밖에 없는 독창적인 미장센과 촬영 기법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작품. 감각적인 시퀀스들을 통해 범죄의 진실과 상류층의 부패를 파고드는 <바르셀로나의 뱀파이어>는 실화와 연관 지어봐도 흥미로울 작품이다. 용의자 엔리케타 마르티가 실존 인물. 아이들을 대상으로 매춘을 알선하고, 그들을 살해한 뒤 신체 훼손을 통해 연고 등의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그녀의 잔혹한 범죄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20세기 초 범죄를, 20세기 초 영화들을 투영한 기법들로 빚어낸 루이스 다네스 감독은 이 작품으로 스페인 가우디상의 작품상과 미술상, 시체스국제영화제의 관객상을 수상했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