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대세는 슈퍼히어로 무비(이하 히어로 무비)였습니다. 마블 천하였던 히어로 무비 시장에 DC가 뛰어든 한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미국의 히어로 무비 전문 사이트인 ‘히로익 할리우드’는 지난 11월29일(현지시간) ‘2016년 히어로 무비의 순간, TOP25’를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에디터 맘대로 10개의 장면을 골라 소개합니다. ‘히로익 할리우드’의 순위를 병기했습니다.

*경고! 스포일러가 될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0. 흥정의 달인, 닥터 스트레인지(20위)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말합니다. “도르마무! 거래하러 왔다.” 케실리우스(매즈 미켈슨)가 추종하는 도르마무는 웃기지 말라며 간단하게 닥터 스트레인지를 죽여버립니다. 그런데! 닥터 스트레인지는 또 나타나서 말합니다. “도르마무! 거래하러 왔다.” 이하 무한반복!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영화를 본 사람들은 다 아시죠? 닥터 스트레인지가 시간을 되돌리는 장면은 이 리스트에서 한번 더 나올 예정입니다.

9. 오렌지를 찾은 거인 앤트맨(18위)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공항 전투 신에서 앤트맨(폴 러드)은 몸의 크기를 작게 만들어 호크 아이(제레미 레너)의 화살에 올라탑니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아머에 잠입하기 위해서죠. 이건 기존의 앤트맨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앤트맨이 ‘거인맨’으로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열심히 싸우다가 쓰러져서 하는 말은 오역 논란이 있었던 “누구 오렌지 있어?”였습니다.

8. 울버린 가면을 쓴 데드풀(17위)
골 때리는 히어로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은 알고 보면 로맨티시스트입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연인 바네사(모레나 바카린)가 있습니다. 암을 치료하고 슈퍼 파워를 얻는 대신 흉칙한 얼굴을 가지게 된 데드풀은 바네사 앞에 나서기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울버린(휴 잭맨)의 가면을 쓰고 있습니다. 데드풀의 울버린 사랑(?)은 영화 곳곳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7. 퀵실버의 자비에 영재 학교 구출 작전(16위)
퀵실버(에반 피터스)의 등장은 언제나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슬로 모션 액션도 볼거리지만 이때 흐르는 올드팝도 신납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이어 올해 개봉한 <엑스맨: 아포칼립스>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냈습니다. 폭발하는 자비에 영재 학교에 있는 아이들을 구해냅니다. (구해내지 못한 누군가도 있죠.) 이때 흐르는 음악은 유리스믹스의 ‘Sweet Dreams (Are Made Of This)’입니다. 무슨 노랜지 잘 모르겠죠? 들어보면 ‘아~’ 할 겁니다.

6. 압도적 카리스마! 원더우먼의 등장(11위)
음악이 좋은 장면은 또 있습니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원더우먼(갤 가돗)이 코스튬을 입고 첫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한스 짐머와 정키 XL에게 박수를! 웅장한 음악과 함께 등장만으로도 압도적인 ‘포스’를 뽐낸 원더우먼은 <배트맨 대 슈퍼맨>의 최대 수혜자가 아닐까 합니다. 2017년 6월 개봉 예정인 단독 무비, 어서 보고 싶네요.

5. 배트맨 대 슈퍼맨의 대결(8위)
‘히로익 할리우드’의 에디터는 <배트맨 대 슈퍼맨>에 등장하는 장면을 매우 높은 순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동의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배트맨(벤 애플렉)과 슈퍼맨(헨리 카빌)이 맞붙는 장면이 전체 25위 가운데 8위입니다. 이 둘이 한 화면에 등장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긴 하지만 자꾸 배트맨과 슈퍼맨의 엄마 이름만 생각나는 건 왜죠?

<엑스맨: 아포칼립스>. 특별히 애정하는 캐릭터라 움짤을.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특별히 애정하는 캐릭터라 움짤을 하나 더 추가.

4. 매그니토의 분노(6위)
<엑스맨> 시리즈에서 매그니토/에릭을 가장 좋아합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참 매력 없는 악당 아포칼립스(오스카 아이삭)가 에릭을 찾아갑니다. 이때 에릭은 아내와 딸을 잃고 충격에 빠져 있는 상태죠. 아포칼립스는 에릭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등장했던 아우슈비츠로 데려가 슬슬 자극합니다. 결국 에릭의 분노가 폭발합니다. 매그니토는 늘 엄청나게 스펙터클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야구장을 통째로 들어올리는 건 예사죠. 이번에도 스케일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3. 시간을 달리는 닥터 스트레인지(5위)
다시 닥터 스트레인지입니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지막 액션 신은 그간 보지 못한 진귀한 장면이었습니다. 도르마무와의 거래가 성사된 이후 닥터 스트레인지는 이미 폐허가 된 홍콩의 시간을 되돌립니다. 영화를 보던 에디터는 자꾸만 <브레이드>라는 게임이 떠올랐습니다. <브레이드>는 시간을 되돌려 다시 또 다시 플레이를 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게임 오버’는 없습니다.

2. <데드풀>의 오프닝(4위)
병맛의 끝판왕입니다. 오프닝 크레딧에 나오는 제작진의 면면을 다시 소개합니다. 신이 내린 또라이, 매정한 십대, CG 캐릭터, 영국인 악당, 돈만 많이 처먹은 초짜 감독, 진정한 영웅 각본팀, 개허접 필름 등등입니다. 황석희 번역가가 <데드풀>을 통해 유명해지기도 했습니다.

1. I can do this all day!(3위)
1, 2위를 <배트맨 대 슈퍼맨>의 장면으로 꼽은 히어로익 할리우드의 에디터는 DC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씨네플레이 에디터는 아직 마블이 더 좋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캡틴(크리스 에반스)과 아이언맨이 맞붙습니다. 아이언맨이 “마지막 경고”라고 하자, 캡틴이 또(!) 말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그 대사, “I can do this all day!”(난 이걸 하루종일 할 수도 있어!)


히어로익 할리우드가 선정한 25개의 순위에서 10개만 추렸습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하다 보니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하나도 포함이 안 됐군요. 할리퀸에게 좀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미안해요! 할리퀸.

씨네플레이 에디터 두두